호황(好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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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好況)
  • 전양호
  • 승인 2013.09.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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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전양호 편집국장

 

SIDEX, GAMEX, YESDEX, CDC 등 지역학술대회부터 찬 바람이 불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전문학회의 학술대회들과 치과대학과 전문대학원들에서 개최하는 각종 학술대회까지...
그야말로 학술대회 전성시대다.

특히 지역학술대회들은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공정거래규약 때문에 국제대회로 규모를 키울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학술대회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다니 커진 규모를 삐딱하게만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지역학술대회뿐이 아니다. 학교나 전문학회에서 주관하는 세미나들 역시 보수교육 점수만 있으면 참석자가 대거 몰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미승인 학회들은 학술행사의 보수교육 점수를 부여받기 위해 학회 인증에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노력을 하고 있다.

면허신고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보수교육 8점을 따야하는 상황이 만들어낸 치과계의 풍경이다.

기회와 시간이 많이 부족한 치과의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보수교육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학술대회나 일회성의 학술행사를 통해 소모적으로 그리고 무질서하게 보수교육 점수를 따도록 하는 것에는 의문이 든다.

전문가는 그 분야에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받는다. 대신 전문가로서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높은 도덕성과 자격기준,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요구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교육과 이를 통한 자격의 갱신은 사회가 요구하는 합리적인 기준이다.

또한 이러한 기회를 통해 치과의사로서의 자질들을 확보하고 자신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의미이다. 단지 보수교육 8점을 따는데 급급한 게 아니라 그 8점을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과 술기로 채워가는 것이 이 제도를 가장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점에서 최근의 학술대회 열풍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기왕에 강제적인 제도가 될 거라면 치협과 치과의료인의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이 보수교육의 목적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제도를 그 목적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는 없었을까?

현재 치과계 환경에서 보수교육의 목적은 일차의료인으로서의 자질 향상과 지역치과의사사회의 회복에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차의료를 위한 임상지식, 치과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경영 정보, 의료인으로서 가져야 할 직업윤리 등 동네치과의 평범한 개원의에게 필요한 교육과정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수교육을 제공하는 주체는 시군구의 지역치과의사가 되어야 한다. 이미 지역의 치과의사회에서 나름의 보수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육당사자들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규모의 학술대회에서 유명연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작은 지역 단위에서 바로 옆에 개원해 있는 동료 치과의사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가는 것이 보수교육을 의무가 아닌 필요로 만들고, 지역치과의사사회를 복원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덧붙여서...
77조3항의 시행이 바로 코앞이다. 복지부는 관심도 없고, 각 전문학회들은 전문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광범위한 진료영역을 주장하고 있다. 이 분들은 그렇다치고 적극적으로 갈등을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치협은 손 뗀지 오래다. 애초에 손을 댄 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지만...

누군가 틀니를 빼면 실질적으로 진료영역을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게 다수의 일차의료인력과 소수의 전문의 구조가 합리적인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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