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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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와인 이야기
  • 최인복
  • 승인 2013.10.14 15: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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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메세나치과 최인복 원장

 

와인은 이탈리아 음식의 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앞으로 이탈리아 와인에 한정된 대략적인 이야기를 3회 정도 이야기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와인은 명절과 집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 그 외에는 서양식 레스토랑에 자주 가지 않는 이상 와인 문화를 접하기 힘들다. 국이나 찌개가 있고 매운 한국요리의 특성상 한국 술 또는 맥주가 와인보다 한식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와인 동호회 활동을 했을 때 여러 음식들이랑 와인과 같이 먹은 적이 많았고 좋은 경험이었지만, 한식이나 일식에는 와인이 어울린 적이 많지는 않았다. 와인과 여러 음식과 함께 마셔 보는 시도는 해보는 것은 재미있기는 하다.

레스토랑에만 있는 구하기 힘든 와인 또는 오래되거나 좋은 빈티지(와인이 만들어진 연도)의 와인이 없다면 2~3배 정도의 값을 주고 레스토랑에서 마셔야 할 필요를 잘 모를 것이다. 서울에서 최고 중에 하나라 평가받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는 세프님이 이탈리아에서 직접 박스로 가져오신 레 페르골레 토르테(Le pergole torte)같은 와인이 놀랍게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꼭 마셔 주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빈티지던 와인의 종류던 흥미가 생기지 않는 와인이나 비싼 와인들이 주로 리스트에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도 좋은 소몰리에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와인은 좋을 때가 많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나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 줄 것이며, 그 와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들으며 편하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만 원 이하의 마시기 좋은 와인이 많다. 8유로(만 이천 원 정도) 이상이 좋은 와인을 사는 가준이었고 데일리 와인은 3-4유로 정도(6천 원 정도)에 많이 사 마셨다. 병을 들고 가면 그병에 3천원에 1리터 하는 싼 와인도 와인 전문점에서 취급한다.

어디서든 구하기 쉽고 가격이 싸다는 점이 유럽에서 와인을 마시는데 큰 강점이다. 한국도 해외에서 좋은 와인 시장으로 평가 받아 좋은 와인이 많이 들어오고 가격 거품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는 2만 원 대의 가격으로도 좋은 와인을 살 기회가 많다. 맛있는 이탈리아 와인들을 즐기시기를!!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어떤 의미일까?

이탈리아에서는 약 600여종의 다른 포도 품종을 가지고 있고 40,0000개 정도의 와인 만드는 곳이 있다. 주로 생산되는 포도 품종은 약 89종 정도 된다. 그 중 피에몬테에서 가장 많은 고유의 14 종이 생산되고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와 토스카나에서 8종이, 시칠리아에서 7종이 고유종이다.

▲ 우리 집의 와인 셀러에서 꺼내 본 이탈리아 와인들. 오래된 빈티지의 이탈리아 와인은 구하기 힘들다. 아직은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외국 여행 중에 사오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 좋은 단골 와인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탈리아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은 문화 그 자체이다. 이탈리아인들이 1년에 40리터의 와인을 마시지만 알코올 중독자의 나라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게 마셔도 좋은 것을 마시자 ”drink less but drink better”를 실천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밤에 선술집에서 와인 한잔, 요새는 맥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문화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6세부터 술을 마실 수 있고 그보다 어릴 때에도 집에서 부모가 와인을 조금씩 마실 수 있게 하는 가정도 있다.  음주연령을 높이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 어릴 때 집에서 술을 배우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 주말 페라라 선술집 앞 광장에서 서서 술을 먹으며 이야기 하는 주민들. 매주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좋은 와인들은 레스토랑에서 식사와 같이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음식에서 밥을 먹으면 국물이 필요한 것처럼 치즈 같은 유제품이나 쓴 맛의 야채 그리고 육류가 많이 들어간 이탈리아 음식에서는 와인이 필요하다. 저녁 식사 시 레스토랑에서 추천해 주는 와인이나 본인이 좋아하는 지역 와인을 한 병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탈리아 사람은 프랑스 와인도 다른 지방의 와인도 큰 관심이 없다. 바롤로나 키안티 같은 와인 같은 범 이탈리아적 와인은 물론 어느 지방에서도 마시지만, 구하기 쉽고 싼 지역 와인이 평상시에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다른 나라의 좋은 와인을 구하기 힘든 것은 큰 단점이라 생각된다.

이탈리아에서 마셨던 와인들을 생각해 보면, 페라라에서는 점심시간에는 항상 손님이 남긴 아마로네(Amarone, 주변 베네토 지방의 레드 와인)를 마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비싼 아마로네를 매일 마신 건 대단한 행운이었던 것 같다.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은 유명한 와인은 많지 않아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토스카나나 베네토 지방의 와인들을 많이 팔았지만 주변의 파르마에서는 커피를 마시러 바에 가면 할아버지들이 새벽부터 탄산이 약하게 들어간 람부르스코(Lambrusco)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정도로 주민들은 람부르스코를 사랑했다.

페라라에서도 일반적인 트라토리아 급에서는 콜리 볼로네제 (Colli Bolognesi)같은 이 지역을 벗어나면 보기 힘든 와인을 많이 마셨다. 토리노는 워낙 와인으로 유명한 피에몬테 지방의 수도라 모두들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주로 돌체토를 마셨는데, 돌체토(Dolcetto)는 숙성 기간이 짧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바르베라(Barbera)와 함께 데일리 와인의 대표 격이었다. 바롤로(Barolo)나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같은 유명한 와인은 비싸서 평상시보다는 특별한 날 주로 마셨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바롤로와 아마로네같은 고급와인도 출시되자마자마자 바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살 수 있는 와인을 집에서 묵히는 것이 더 번거로워서 그러는 것 같기는 하나 이탈리아 요리사들도 프랑스처럼 섬세한 와인들은15-30년 정도 숙성 후 마시는 것이 탄닌을 약하게 하고 향을 풍부하게 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는 대부분 칸티나(cantina, 와인 저장고)가 있으며 그 레스토랑의 역사에 따라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와인들도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레스토랑들을 다니면서 와인을 마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그리고 와인 등의 주류에서 나오는 이윤이 많으므로 음식 값에서 크게 이윤을 남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레스토랑의 식사가 맘에 들면 팁 대신 가격이 좀 있는 와인을 시키면 서비스가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다.

▲ 토리노에서 일하던 레스토랑 L’Birichin의 지하 와인 저장고. 레스토랑 오너들은 좋은 와인 저장고에 대한 긍지가 있다

프랑스의 보르도와 보르고뉴 와인들이 고급 레드 와인 시장을 지배해왔지만 최근 수십 년간 토스카나의 산지오베제와 피에몬테의 네비올로 등이 발전을 거듭해서 그와 동급 또는 더 나은 와인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발전과정에서 프랑스의 제조 기법을 많이 참고했기 때문에 프랑스풍의 이탈리아 와인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요즈음은 전통적인 이탈리아 와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생산자들도 늘고 있다.

프랑스 화이트 와인이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보다 평균적인 질적인 면에서 더 나은 것은 아직까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나 알토 아디제 그리고 피에몬테의 랑게같은 북쪽 지방에서 또한 토스카나에서도 좋은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나 빈 사토(Vin Santo)같은 와인은 대단한 화이트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고유 품종을 재배하는 것에서 벗어나 카바르네 소비뇽, 멜롯, 샤도네이 같은 외래종을 지배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도 늘고 있으며 그중  토스카나의 멜롯은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다른 외래품종들의 재배는 점점 발전하는 중이다.

이탈리아 와인은 모두 좋은 와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탈리아는 3000년의 와인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한 세기 정도 전부터 급속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품질이 좋지 않고 프랑스 등에 희석하는 용도로 수출하는 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예술적인 감각이 없는 와인과 대량생산되는 와인들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의 공방 같은 곳이나 전통 있는 가문에서만 생산되어야만 좋은 와인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의 와인이든 좋은 와인은 지정학적 위치의 특색과 개성이 있어야 한다. 모든 생산자가 매년 같은 산도, 색상, 알코올 함량과 탄닌이 일정한 끼안띠 와인만 생산한다면 그것은 탄산음료와 다를 것이 없으며 매력도 사라질 것이다. 와인의 매력은 다양성에 있다.
 

 

이탈리아 와인의 분류

1963년 원산지 보호를 위한 법률을 처음으로 제정했으며, 현재 이탈리아 와인의 분류는 1992년에 제정된 법률 164에 기반하고 있으며 2008년 EU법령에 따라 약간의 수정이 있었다.

1) Vino:
Vini da Tavola 또는 VdT(테이블 와인)라 불리우던 것이 EU 법령 이후로 단지 Vino로 표기하게 되었다.
법률에 규정된 것을 따르지 않으며 다양한 품종과 빈티지의 와인들을 섞을 수 있다. 그러므로 품종과 빈티지를 표시 할 수 없고 색상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했으나, EU법령 이후로 빈티지와 품종도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표시하는 것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 예전에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좋은 와인들이 이 등급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새는 규정을 지키지 않지만 좋은 와인들은 대부분 IGT등급을 받는 추세이다. 한국에서 이 등급의 와인은 소비자용으로 많이 수입되지는 않는 것 같다. 시음용으로 적합한 와인은 아니다.

2) Vini a Indicazione Geografica Tipica 또는 IGT(전형적 지역 와인):
토스카나나 시칠리아같은 지역명을 쓸 수 있다. 최소한 85%의 와인이 표시된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품종과 빈티지를 쓸 수 있다. 재배면적당 포도의 양과 와인 병 수와 포도의 양의 제한을 받는다. 평범한 와인 외에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고급와인 들(슈퍼 토스카니 등)이 이 분류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된 IGT 중 좋은 와인이 많으며 특히 토스카나와 시칠리아 지방 IGT는 DOC나 DOCG보다 품질이 좋은 와인인 경우가 많다.

3) Vini a 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또는 DOC (원산지 통제 와인):
와인 만드는 방법, 발효 기술, 품종 그리고 재배 영역까지 이탈리아 농업청의 규제를 받는다. 출하 시 공무원들이 정해진 규정에 맞추어 생산했는지 검사한다.

4) Vini a Denominazione di Origine e Garantita 또는 DOCG (원산지 통제 보증 와인):
DOC 와인보다 엄격한 규제를 받으며 현재는 DOCG와인이 되기 전에 5년 이상 DOC 와인으로 있어야 한다는 법령이 있다. DOC 와인보다 좋은 품질이라기보다는 더 전통적이라는 표시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피에몬테 지방의 와인에서는 DOCG 등급의 와인이 더 고급의 와인이 많다.

과거에 VQPRD라는 DOC와 DOCG를 포괄하는 분류가 있었으나 2008년 이후로는 쓰지 않는다.

부가적으로 와인에 쓰이는 용어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Classico(classic):
그 품종에 적합하고 역사적으로도 그 와인이 초기에 생산된 장소에서 생산된 와인에 붙일 수 있다.
Superiore(superior):
보통보다 높은 알콜 도수를 가지고 있는 와인에 붙힌다.
Riserva(reserve):
보통보다 더 긴 발효과정을 거친 와인에 붙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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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3-10-15 15:26:17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 추천도 부탁해요^^

전양호 2013-10-15 14:23:00
와인의 매력은 다양성에 있다...울림이 있는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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