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탁금 5천 ‘무늬만 선거공영제’ 여실
상태바
기탁금 5천 ‘무늬만 선거공영제’ 여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3.10.15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8차 기획토론회_반년 남은 선거인단제 어디로 가야하나 ①]선거기탁금 5천만 원 ‘실비 사용’ 정당한가?

 

치과계가 62년간 고수해 온 대의원을 통한 간접투표 방식을 개선하고 그 첫 번째 선거인단제를 반년여 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정관및제규정개정특별위원회 소위원회(정관특위 소위)를 꾸리고 새로운 제반사항 마련을 위한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네 차례의 정관특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선거기탁금은 5천만 원으로 한다 ▲피선거권에 경력제한은 두지 않는다 ▲선거권은 2014년 2월말 기준 2012년 회계연도까지 회비 미납금이 없는 자로 한다 등의 굵직굵직한 선거 규정이 두각을 나타냄에 따라 선거판에 접근 중인 관계자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

그러나, 정작 2만4천여 명의 전체 치과의사의 대중적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위기다. 회원 전체에 선거권이 부여되는 직선제 방식이 아닌데다, 그나마 10%의 선거권 역시 평생 미납회비가 없는 자로 극히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정관특위는 ▲선거인단 선출은 선거인명부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숫자가 적힌 공을 뽑는 방식의 십분율로 한다 ▲후보자에 투표권을 포함하지 않는다 ▲협회장 선거와 대의원 총회는 같은 날 개최한다 ▲후보자는 선거인단에 5만원 이상의 향응 제공을 금지한다 등 규정을 개설해 공정 선거를 위한 토대를 세우고자 하지만, 이 같은 핵심 현안이 회원 의견 수렴과정을 생략한 채 결정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성공적인 첫 선거인단제 시행을 위해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고 치과계 구성원의 민의를 최대한 반영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지난 11일 강남 서울치과병원 세미나실에서 제8차 기획토론회를 개최하고 방안 모색에 나섰다.

본지는 우선 이번 선거의 가장 핵심 논란으로 대두된 기탁금 논란에 관한 패널 토의 리뷰를 시작으로 피선거권 및 선거권 제한 문제, 선거제도에 관한 비공개 행정 문제 등에 대한 보도를 세 차례 연재한다. 편집자

<8차 건치신문 기획토론회>

반년 남은 선거인단제, 어디로 가고 있나

■일시:2013년 10월 11일 오후 7시 30분
■장소:강남 서울치과병원

■사회:건치신문 전양호 편집국장
■패널
-대한치과의사협회 이강운 법제이사
-구로구치과의사회 김윤관 전 회장
-치과계 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 이상훈 위원장
-대한여자치과의사회 도경희 재무이사

▲ 본지 전민용 대표이사
본지 전민용 대표 : 치과계가 많이 어렵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그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가 열화와 같이 올라왔었다. 그나마 어렵게 선거인단제가 합의된 만큼 회원들의 열정과 변화의 동력을 이번 선거에 제대로 담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벌써 이전 선거방식인 대의원제에서 투표권만 확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늘 토론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개선점과 탈출구를 짚어보고자 한다. 나아가 이번 선거가 치과계 회원의 힘을 결집해 고난을 헤쳐 나가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라며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

전양호(이하 전) : 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정관특위에 참석하고 있는 이강운 법제이사로부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진행사항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이강운(이하 이) : 정관특위 소위원회에는 총 6명의 위원이 참여 중이다. 협회에서는 안민호 총무이사와 제가, 지부에서는 인천지부 기호경 전 법제이사와 유석천 전 총무이사, 외부인사로는 이호천 고문변호사와 갤럽코리아 박병일 상무가 참여하고 있다. 소위원회는 총 네 차례 열렸으며, 정관특위에서 최종 결정된 사항은 이사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우선 가장 논란이 된 기탁금에 관해서는 두 위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는데, 한분이 4천만 원, 다른 한분이 5천만 원을 제안했고, 지난달 30일 정관특위에서 5천만 원으로 정해졌다. 피선거권에 관해서는 한분은 15년, 한분은 20년을 주장했고, 특위에서 없애기로 결정했다.

남은 이슈는 10%의 선거인단 선출 방식이었다. 탁구공 만 몇 천개에 숫자를 적어 뽑자는 의견부터 컴퓨터로 랜덤 추첨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컴퓨터 방식은 조작 논란으로 배제됐고, 탁구공 방식을 단순화시켜 가장 논란 없게 하자는 방식이 (일련번호) 끝자리 숫자를 맞추는 거였다. 결국 면허번호 앞번부터 끝번까지를 일련번호로 세우고, 끝자리를 추첨해 선거인단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 11일 본지 제8차 기획토론회 '반년 남은 선거인단제 어디로 가야하나'
기탁금 ‘두 배 껑충’…결국 또 피선거권 장벽

전 : 기탁금은 사실상 권리금 명목인데,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간접적인 장치가 될 수도 있죠. 3인의 러닝메이트를 뽑는 것도 쉽지 않은데요. 쉽게 말해 아무나 나오지 말란 얘기인데,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어떠신지.

이상훈(이하 이상) : 기탁금을 두는 단 한 가지 이유가 ‘무분별한 출마의 방지’다. 그런데 정관특위가 말하는 기탁금은 선거비용을 출마자들이 분담하라는 식인데, 이건 말도 안 된다. 국회의원 출마하는데 기탁금이 2천만 원이다. 재력에 의한 피선거권 제한은 앞서서도 위헌 판결이 난 바 있다. 기탁금은 본래 취지대로 부분별한 출마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금액으로 정해야 한다.

공정선거를 위해 국가나 단체가 선거를 관리하는 대신에 선거비용을 국가나 단체가 부담한다. 당선되거나 15% 이상 득표하면, 기탁금 또한 보전해준다. 물론 실비는 그 이상이 지출되겠지만, 우리보다 규모가 큰 의협 역시 3천만 원에 그쳤다. 한의협은 직선제임에도 2천만 원이다.

의협이 단 한 번 선거인단제를 하는데 그 규모가 1800명 정도 됐다. 여기에 대의원 200여명을 더해 우리보다 비용도 더 많이 들었다. 선거인단 구성 방식도 무작위로 돌리는 대신, 각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직선을 실시했다. 여기 소모되는 비용은 우리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도 선거공영제 취지에서 기탁금은 3천만 원으로 책정했다는 거다.

돈이 많이 든다고 기탁금을 올리는 건 넌센스다. 지출을 줄이려면 인터넷 투표나 우편투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길을 찾지 않고, 피선거권을 제한하면서 기탁금을 올리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을 모르는 어불성설이다.

회원 ‘경력‧재력’ 출마 기준 못 돼

전 : 경력제한 해지에 대한 반대는 없나요?

김윤관(이하 김) : 이번에는 특위에서 경력제한을 없앴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되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과연 경력제한이 그렇게 커다란 문제의 소지인가에 대해서는 우리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사실 이건 특위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었다.

만약  대의원 총회에 후보자 자격조건으로 경력제한에 대한 의견을 물어 5년이든, 10년이든 제한해야 한다. 과연 졸업하고 바로 개원 혹은 페이를 하는 회원들이 바로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게 타당한지가 의문이다. 당초 논의됐던 15~20년은 과도한 제한이라 생각한다. 그 경력햇수는 따져봐야 하지만, 경력제한 자체가 우리 선거에서 회원 의사소통을 막는 과도한 처우는 아니라 본다.

이상 : 경력제한 문제는 이미 무산됐으니 간략히 하겠다. 15~20년의 경력으로 제한하는 피선거권 역시 여타 의약단체 어디에도 없는 규정이었고, 정관 상에 없는 규정을 특위에서 하위규칙으로 둔다는 것부터 법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본다. 피선거권 역시 회원의 의무를 다한 자에게 주어지는 게 마땅하다. 경력제한 자체가 굉장히 비민주적이라는 거다. 이 또한 회원에 맡겨야 한다. 부적합한 사람이 출마하면, 회원들이 자르면 그만이다.

도경희(이하 도) : 기탁금이야 말로 이 같은 후보자 난립을 막고, 서로 간에 비방 등으로 흑색선전으로 흘러가는 선거의 혼탁함을 막기 위한 보호장치라고 정의한다. 참고로 변호사협회는 기탁금이 1억 원이다. 각각 다른 기탁금을 갖고 있고, 물론 위헌의 소지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대법에서도 합헌 결정이 난 바 있다.

여기서 핵심은 선거에서 20%의 지지를 얻으면 기탁금을 돌려준다는 거다. (기탁금은) 제도적인 걸름장치이다. 지지를 받지 못한 사람이 낸 기탁금은 선거비용으로 쓸 수 있다. 선거공영제라는 것은 선거에 필요한 경비를 협회가 부담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어야 한다. 치협 역시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예상 책정 안한 ‘집행부 탓’…회비인상도 불가피

전 : 기탁금에 반대하진 않지만, 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거죠. 또 선거비용은 치협에서 부담해서 공영화해야 한다는 게 핵심인 듯한데, 문제는 예산이네요. 현 집행부에 예산은 편성돼 있나요?

이 : 당연히 안 돼 있다.

김 : 사실 기탁금은 없던 게 새로 생긴 게 아니다. 대의원제 당시 2천에서 5천으로 오른 것이다. 물론 금액이 두 배가 넘게 올랐고, 타 의약단체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집행부에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전문지 보도에 따르면, 협회가 밝힌 바로는 선거비용에 2억 5천 정도가 추산됐다. 치협 전체 예산의 약 5%에 해당돼, 기존보다 두 배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협회의 설명인데, 그 추산 내역에 대해 듣고 싶다. 2014년도에 선거가 예정돼 있었는데, 지난 총회에서 예산을 얼마나 책정해뒀는지, 모자라는 예산은 얼만지 설명이 필요하다.

전 : 협회에서 선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데는 어떤 생각이신가요?

김 : 그건 협회 예산이 있고 없고가 논점이 아니다. 원인제공은 현 집행부에 있기 때문이다. 현 집행부에서 대의원 총회 때 예산안을 두 개 냈어야 했다. 어느 정도 선거제도 개선이 예상됐던 상황에서 대의원제가 그대로 유지됐다면 예산 원안대로 가도 되지만, 이처럼 선거인단제로 개선되면, 추가 예산을 회비로 지출할지에 대한 회원 동의를 미리 받았어야 했다는 거다. 직선제가 됐으면 (기탁금을) 5천만 원이 아닌 2억을 냈어야 했을 수도 있다.

협회가 원론적으로 전혀 준비 없이 예산을 집행해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집행부 입장에서의 한계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탁금 문제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양해는 뒤따라야 한다. 어떻게 5천만 원이 책정됐는지 내역을 밝히라는 거다.

이 : 구체적인 내역은 제 (법제이사) 담당이 아니라서 깊이 있게 말씀드릴 수가 없다. 양해 부탁드린다. 다만, 의협과 한의협에 비교하셨는데, 우선 의협은 1년 가용예산이 1백억이 넘는다. 협회 예산은 그보다 훨씬 적은 파이를 쪼개서 사용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대의원총회에서 허락을 받아도 이는 회비 인상요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회원들은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회비 인상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한의협의 직선제도 마찬가지다. 직선제 하면 2~3억이 들 거라고 하는데, 오히려 비용은 더 적게 들 수 있다. 타 단체에서는 직선제를 우편으로 실시했다. 물론 공정성 부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겠지만 우편투표를 하면 간선제보다 틀림없이 적은 돈이 든다.

우리가 간선제를 시행하는데 예산 문제 중 하나는 장소대관이다. 천 몇 백 명이 동시에 투표할만한 장소가 몇 군데 없다.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장소 빌리려면 그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또 하나는 선거인단 여비 지급이다. 부산, 제주 등 지부에서 올라오는 회원들에게 차비나 교통편을 제공해줘야 하는데, 이 두 가지 비용만 해도 그 금액이 엄청나다.

▲ 좌측부터 치협 이강운 법제이사, 대여치 도경희 재무이사, 치과계바로세우기 비대위 이상훈 위원장, 구로구치과의사회 김윤관 전 회장, 전양호 편집국장(좌장)
‘온라인 투표’ 등 비용절감 대안에도 눈길

이상 : 비용적인 문제라면 온라인 투표도 고려해봐야 한다. 토요일 하루를 통으로 잡아서 대의언 총회와 같이 진행한다는데, 알다시피 대의원 총회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4~5시나 돼야 겨우 끝난다. 대의원이라면 진료를 빼고 올라오지만, 무명의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진료를 빼고 모여 종일 투표를 한다는 것은 무리다. 시스템 마련은 앞서 보수교육제도 도입하면서 간단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이 : 온라인 투표가 앞서 논의됐지만 채택이 안됐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인터넷뱅킹 조차 안하시는 분들이 예상 외로 많다. 틀림없이 공정성 논란이 생길 것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는 방식으로 가야하는데 아예 안 쓰시는 분들도 많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전부를 만족시키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김 : 62년간의 대의원제가 개선된 이유는 우리 회원들이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이에 따르는 제반 비용 등을 가능한 수치에서 제시했어야 했다. 그냥 밀어붙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사실 현 집행부의 입장에선 기탁금이 아주 좋은 기회다. 회비를 올리면 원성이 높아졌을텐데, 이걸 그냥 후보자들에게 부담지우면 편해지는 게 아닌가.

이상훈 선생님에게 묻겠다. 5천만 원의 기탁금을 2천만 원의 대의원제 원안으로 줄이라는 건가? 집행부에서 예산이 모자란다면, 실제로 사용 내역이 있어서 5천만 원이 필요하다면, 이는 회비를 써야 한다는 주장인지 묻고 싶다.

이상 : 그렇다.

김 : 그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산 집행 사전에 회원 의견 수렴이 안됐기 때문이다.

전 : 협회에서 회원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는 부분인 듯합니다. 잠시 플로어석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전민용 : 출마자 숫자가 한두 명 계속 늘어난다면 몰라도, 출마자가 적으면 5천만 원도 모자랄 수밖에 없다. 이건 말이 안 되고 뻔히 보이는 문제다. 사전에 대의원총회에서 동의를 안 받았으니 쓸 수 없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거다. 기탁금 문제는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이상 : 그간 협회장 선거에서는 두 세분의 후보가 나온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모든 지지율이 20%가 넘게 돼 있다. 그럼 원칙대로 기탁금을 돌려줄 수 있는가. 그땐 어떡할 건가. 후보들한테 얻는 수입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예산을 짜야한다.

김 : 협회 기탁금은 엄연히 ‘기탁금’은 아니다. 실비를 사용하고, 남은 돈을 돌려주는 것이지 지지율이 20%가 됐다고 해서 기탁금을 돌려주진 않는다. 작년까지는 대의원제라 2천만 원을 내도 거의 돌려받았다고 한다. 이번엔 다르다. 거의 못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실상 기탁금이 아니라는 거다.

이 : 협회 예산을 그만큼 다각도로 여지를 두고 운영하기엔 빠듯하다는 데도 이해가 필요하다.

전 : 기탁금에 대한 얘기는 이 자리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견 수렴의 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선거제도 개선의 핵심이었던 대표성 향상 문제, 그러니까 선거권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