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社 검은 돈 받은 '한국의 과학자'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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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社 검은 돈 받은 '한국의 과학자' 폭로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3.12.10 18: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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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서 기업규제 방침 조명…독점기업의 공중보건정책 방해공작 속속 공개

 

“담배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한국의 과학자들. 우리나라 공중보건정책은 진정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나”

담배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한국의 학자들이 폭로됐다. 그들은 담배회사가 추진하는 간접흡연(ETS)에 관한 프로젝트의 연구용역을 맡아 수행하면서 “간접흡연의 유해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는 지난 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건강과 기업’을 주제로 2013 가을학술대회를 열고 한국사회에서의 기업과 보건정책의 상관관계를 조명했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연구원이 ‘담배회사 내부문건의 분석 및 활용’에 대한 발제에 나서 눈길을 끌었으며, 세션 발표 후 한겨례신문이 해당 담배회사의 문건을 입수해 폭로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담배회사로부터 연구비 명목의 돈을 받은 학자들은 3명. 당시 한양대 산업의학과 김윤신 교수와 영남대 환경공학과 백성옥 교수, 이들을 소개한 사람은 한국화학연구소 전 안전성연구센터장인 노정구 박사였다.

이들은 ETS의 유해성을 반박하기 위해 담배회사가 꾸린 실내공기연구소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고, ETS 프로젝트 컨설턴트를 수락하면서 1990년대부터 담배회사의 용역을 수행했다.

담배회사로부터 ‘600만달러’ 받은 한국의 과학자들

김윤신 교수는 1991년 총연구비로 10만7100달러를, 이후 1994년 백성옥 교수와 함께 22만5천달러를 받았으며, 백성옥 교수는 4만6천달러의 연구비를 수주해 영남대 연구실에 장비를 마련했다. 1997년에는 다시 백성옥 교수가 실내공기연구소에 ‘한국인 비흡연자의 ETS 노출 측정을 위한 방법론 평가’라는 프로젝트를 신청해 14만6천달러를 받았고, 한국 정부와 담배회사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했다는 이유로 담배회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퍼런스에 참석할 때는 필립모리스가 백 교수의 여행 경비를 지원키도 했다.

이외에도 고려대 의대 모 교수와 한양대 도시공학과 모 교수가 한경보건 우선과제 연구비 명목으로 담배회사로부터 6만달러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간접흡연에 대한 대중적 문제의식이 없는 한국의 상황을 백분 활용했고, 흡연시 발생하는 각종 화학물질 이외에도 대기오염 유입 또는 실내 생활공간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의 특징에 따라 실내 공기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반면, 담배회사의 검은 유혹을 거절한 학자도 있었다. 가톨릭 의대 고 조규상 교수는 담배회사 후원으로 열리는 포르투갈 리스본 회의의 기술위원직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제안을 받은 날 먹은 점심값 역시 조 교수가 냈다.

담배회사가 공개를 거부했던 ETS 프로젝트 연구자들이 건강정책학회의 학술대회를 통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담배 및 주류·식품업체 등의 관련 기업이 공중보건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에게 술은 ‘소울푸드(?)’…감성팔이 그만!

건강엔 백해무익 한 줄로만 알았던 술과 담배. 이따금 “하루 술 한 두 잔쯤은 혈액순환에 좋다”는 둥의 뜬금없는 소문들이 소비자들을 교란케 한다. 이 모든 것이 주류업계의 고도마케팅 전략이며, 자본력에 의존하는 독점 산업의 폐해일 뿐이라는 게 이날 발제자들의 주장이다.

▲ 김명희 연구원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명희 연구원은 “알코올 산업의 전략은 2000년부터 이미 학술연구와 정책 의제 형성에 직접 참여하면서 출판과 학술행사까지 지원하고 있다”면서 “공중보건부문과 파트너쉽을 맺는 지경까지 그 영향력이 뻗어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대한주류공업협회는 술이 주는 유익성과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술과 문화 이야기 소울푸드’라는 책을 발간하고, 시중 대형서점은 물론 국세청 등 정부관련 기관과 방송국에까지 대량 배포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해 해당 도서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교양도서로 선정돼 전국 국공립 도서관에 비치됐다고.

반면, 공중보건정책에 따른 주류산업에 대한 중재 시도는 번번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희 연구원에 따르면, 1996년 말 주류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된 이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입법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주류업계의 대응은 신속했다.

최초 법안이 발의됐을 때 업계는 주류에 대한 기부금과 반대 건의서를 작성해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및 입법조사관실에 제출하고, 복지부 담당 보좌관 및 입법 조사관실을 개별적으로 방문해 설득에 나선 것. 이처럼 반대 논거를 개발하고 적극적인 로비를 펼친 결과, 입법 발의는 제대로 진행도 못된채 단 석달만에 좌절됐다.

이후 2000년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주류전문 소매점제도’ 도입도, 2005년 소주 주세 인상 움직임도, ‘서민들의 대중주’,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국민주’, ‘문화적 가치가 높은 국주’라는 업계의 여론몰이에 밀려 실패했다.

담배회사의 흡연광고…‘공익성 제로’

공중보건정책에 있어 해당업계를 ‘이해당사자’로 인정하는 것 또한 우리가 반드시 배척해야 할 가이드라인으로 꼽혔다.

이를테면, 담배업계가 정부의 담배규제 정책 개발 등에 동참하는 것 등을 말한다.

“‘넌 아직 어려’ 담배는 성인들만이 선택할 수 있는 기호품입니다.” 한 때 지하철 벽면에 나붙었던 공익광고 카피문구이다.

흡연을 성인만이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인양 표현하고 있는 이 광고 카피를 만든 주체는 한국담배협회와 한국청년회의소,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이며, 해당 광고는 마치 ‘공익캠페인’처럼 정부기관 홈페이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메인세션 발제에 나선 울산의대 조홍준 교수는 “담배규제기본협약 제 5조 3항에서는 당사국이 담배회사의 상업적 및 내재된 이해관계로부터 규제정책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면서 “담배회사를 정책결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어떤 협약도 맺지 않는 것은 물론 담배업계의 모든 CSR도 판촉이나 광고의 일환이므로 허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담배업계에서 대학을 포함한 연구기관에 연구비를 제공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조 교수는 “사회적 추세에 대한 정보수집, 홍보활동, 정치 헌금, 로비, 자문단 모집 등이 대표적인 담배산업의 전략이다”면서 “특히 연구비 명목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은 담배의 건강효과에 대한 의문 만들기에 쓰여진다”고 폭로했다.

음주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책임음주(Responsibility) 캠페인이 그 일례이며, 실제로 정부기관에서도 ‘책임음주’라는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대안은 규제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

패널토의에서는 다양한 대안과 전망이 쏟아졌다.

우선 판매자인 기업의 동의를 얻어 공중보건정책을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정책 수립에서 수익자인 기업은 철저하기 빠지고, 대상자인 기업을 규제하는 것만이 상책이라는 것.

광고 등 공익캠페인 역시 개인의 행태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의 방식에서 탈피해 담배 및 주류회사를 겨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규제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개선과 이를 위해 여러 단체가 연합해 기업 규제를 이슈화하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최희주 보건복지전문위원은 “보건복지부가 그간 기업 규제에 많은 노력을 못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복지부 건강정책국만으로는 역량이 부족한 만큼 다양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은 “사회적 책임을 방조한 채 가격만 규제해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을 활용한 가격규제 정책이 필요한 때”라면서 “가격규제는 정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므로 인상단계별 사용처를 밝히는 등 완벽한 청사진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산업정책 중심의 자율규제, 민관협력, 국세청 주무의 패러다임에서 기업을 규제하고, 정책결정 참여를 배제,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보건복지부 주관의 규제 전략도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가을학술대회에서는 ▲기업이 공중보건정책을 어떻게 방해하는가 ▲비감염성질환과 불건강식품 ▲담배회사의 전략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한 메인세션 강연을 비롯해 한국에서의 기업 건강정책 영향 등에 관한 교육세션이 마련됐으며, 카프병원 사태와 제약회사의 공공성에 관한 특강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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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선생 2013-12-12 16:35:50
600만불? 60만불?

산수 선생님 2013-12-12 16:34:25
600만불인지 .. 60만불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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