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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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多事多難)
  • 전양호
  • 승인 2013.12.24 18: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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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전양호 편집국장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사회는 내년 한해 더욱 다사다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불복과 종북놀이, 패션쇼로 1년을 보낸 정부가 민영화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철도노조 지도부 몇 명 잡아들이려다 희대의 헛발질로 스타일을 구겼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날 갑오경장까지 들먹이면서 변화와 원칙대응을 강조하는 걸 보니 어지간해서는 물러나지 않을 모양새다.

'증세 없는 복지'를 말할 때부터, 실체 없는 창조경제로 공무원들 헷갈리게 할 때부터 대충 짐작은 했던 바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거짓말같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선(지금으로 봐선 그냥 그땐 급해서 그랬다고 자기 고백을 하는 게 최선으로 보이긴 하지만) 뭐든 돈 되는 일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범칙금 딱지를 날리고 돈 없는 서민들 쥐어짜봤자 별무소득이다. 아니 복지가 문제가 아니다. 뭔가 그럴 듯한 지표를 국민들에게 들이밀려면 대기업들 뒤꽁무니라도 잡고 파던 우물 더 깊이 팔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실체 없는 창조경제는 경제관료들의 논리에 포위되어 자회사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변종 민영화로 변질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철도와 의료는 공공적인 성격이 강한 분야다. 그러기에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크다. 하지만 경제관료들과 자본들에게는 어떨까?

이윤이 생기면 좀 더 안전한 철도를 위해 투자하고, 이용객이 적어 적자가 나지만 서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을 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개설자격을 의료인과 의료법인으로 한정하며, 의료법인의 경우 투자와 이윤의 배분을 제한하는 것을 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최고의 가치는 효율과 이윤의 창출이다.

‘똑바로 살아라’라는 시트콤이 있었다. 어느 정형외과를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고, 노주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트콤이었다. 노주현은 의사는 아니지만 이 정형외과의 실소유주이고 병원의 이름도 주현정형외과다. 의료법 위반이다. 이사장으로 불렸으니 의료법인이 세운 병원임을 가정했겠지만, 노주현의 또 다른 직업이 탤런트이고 의료법인임을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다른 드라마적 장치도 없었다.

이번에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대로라면 이 분은 의료법인에서 생긴 이윤을 종잣돈 삼아 호텔 사장님이 될 수도 있고, 여행사 사장님이 될 수도 있다. 그럴듯한 치과를 지어 치과의사에게 임대를 주고 실질적인 주인 행세를 할 수도 있다.(우리가 알고 있는 그 누군가처럼)

최신 의료기기를 수입해 자기 병원에 임대를 해주고, 그 대가를 받을 수도 있다. 여행사를 통해 유치한 환자를 호텔에 투숙시키고 임대한 의료기기를 최대한 돌리고 고가의 치료를 권해 투자자들에게 이윤을 보장해주려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간단한 회계조작만 하면 니돈 내돈 구분이 없어질테니 병원의 이윤이 투자자들에게 빠져나갈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자회사의 손해를 병원에 전가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것들이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허울뿐인 경제성장의 증거로 남게 될 것이다. 자본과 경제관료들이 꿈꾸는 건 이런 게 아닐까?

변호인을 봤다. 그 곳에서 억압받고 저항하는 자들은 모두 빨갱이로 몰렸다.
30여년이 흐른 지금도 빨갱이 놀이가 활개를 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우리를 보호해 줄 변호인마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새해에는 정말 다사다난할 것임에 분명할테지만 서로가 서로의 변호인이 되어준다면 조금은 더 견뎌내기가 쉬어지지 않을까싶다.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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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3-12-26 09:24:36
주말에 변호인을 본 직원들의 얘기로는 다른 곳은 꽉 차 있는데 제일 좋은 줄 두개가 완전히 비어 있었다고 하네요~~~ 요즘 표 대량으로 구매하고 상영 직전에 환불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데 그 현장을 본 거지요... 심지어 노짱만세같은 분위기에 안 맞는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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