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액제의 ‘득과 실’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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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액제의 ‘득과 실’이 주는 교훈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4.01.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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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학회, 미리 보는 총액제 개선점 조명…‘인력수급‧수가정상화’ 조절이 우선‧협회 권한 확보도 필수

 

의사 1인당 하루 진료 환자 수가 20명을 초과하면, 진찰료의 50%가 차감되는 방식의 대만 총액계약제. 대만의 치과의사들은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총액계약제의 유지‧개선에 일조하며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총액계약제를 골자로 한 대만 전민건강보험의 특징은 공급자의 가입이 비강제적이라는 것. 그럼에도 이에 따르는 의료기관의 비율은 92%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대만의 총액계약제가 공급자인 의료기관의 비호의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유지‧개선되고 있는 이유가 뭘까? 해당 직능단체의 권한 강화와 자율권 보장 등 ‘힘의 균형’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대한치과보험학회(회장 양정강 이하 보험학회)는 지난 18일 신흥본사 대강의실에서 ‘한국과 대만의 치과의료 및 보험제도의 비교와 미래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학술집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총액계약제 도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참고로 대만의 보험제도는 직능중심의 조합 형태로 출발해 전민건강보험으로 통합한 단일 보험이자, 가입자 강제가입의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보험제도와 유사한 역사를 지녔다. 아울러 민간중심의 의료체계라는 환경적 요소까지 닮아 있어, 대만의 보험제도가 총액계약제의 교과서로 떠오르면서 국내 보험 전문가들이 주목해왔다.

이날 학술집담회에서는 경기도치과의사회 전성원 정책이사가 ▲대만의 전민건강보험제도와 총액계약제의 특징 ▲우리나라 보험제도와의 차이점 ▲우리나라 총액계약제 도입 대비 방안 등을 중심으로 발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대만 총액계약제 ‘현제진행형’…협회 자율권 활용 기대

전 이사는 대만의 총액계약제에 대해 “아직은 미완성인 ‘현재진행형’”이라면서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고 수익을 늘리는데 집중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 이사는 “수가가 통제되고는 있지만, 수가 책정이나 보험 확대에 대한 정부의 요구가 별로 없는 편이다”면서 “치과의사 개인은 총액계약제를 불만스러워하지만 이를 받아들인 이유는 총액계약제로 인해 협회가 더 많은 권한과 자율권을 얻어 원하는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의료비 감소를 위해 도입되는 총액계약제는 의사의 노동량 조절과도 다소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에서는 의사가 하루 20명 이상을 진료할 시 진찰료의 50%가 차감됨은 물론, 한 달에 50건 이상의 보험 청구 시 위생서(복지부)의 관심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단, 환자 수가 적은 지방 병원의 경우, 수가를 좀 더 높게 적용하는 차등수가제가 적용된다.

환자가 붐비는 도심 지역에 대형병원이 늘어나고, 의사들이 3교대로 진료에 나서면서 야간진료나 휴일진료를 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추세도 이 같은 1인당 1일 환자 수 조절에 따른 영향으로 예상된다.

환자는 병원 첫 방문 시 원화 1700~5200원 가량을 등록비로 납부하고, 다음 방문부터는 정액제인 본인부담금만을 내게 되는데, 진료비 지불은 의료비의 총량을 총액계약제로 하되, 그 배분은 행위별 수가방식으로 지급된다. 이에 치과의 경우에도 수가체계가 단순화 돼 행위별 포괄수가제가 이뤄진 상황이다.

대만치과의사협회는 “보철이라는 비보험 항목이 유지되고 있어 총액의 통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 상대적으로 의과에 비해 나은 상황”이라며 “성장률이 2~3%의 낮은 수준에 점유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2011년 기준으로도 대만 각 치과의원당 청구액이 무려 2억 3천만 원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만치과의사협회는 총액계약제 시행에 있어 ‘비급여 영역의 사수’를 핵심과제로 꼽았으며, 치과의사협회의 단결을 통한 역량강화와 시민사회 대중의 지지 확보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공급자단체의 발언권과 영향력 증대를 위한 치과의료법을 제정하고, 이에 보험 부문 역시 법제화해 정부가 임의로 변경치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 전성원 정책이사
‘수가정상화‧인력 조절’이 필수 선결 요건

그러나 전성원 정책이사는 총액계약제가 논의되려면 단순히 진료비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을 넘어 제한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나누기 위한 상호간의 합의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공급자 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계약제인 대만과 달리 당연지정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 이사는 “진료비 통제를 통해 과잉진료를 잡자는 취지의 총액계약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의료공급자 수가 증가해선 안된다”면서 “총액계약제 역시 의료기관이 지속될 때 가능한 만큼 수가 정상화와 지원에 대한 대책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보험진료가 강화되려면 이미 급여 확대된 보철 부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적요 연령을 확대하고 본인부담률을 인하해 치과분야의 점유률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보험, 의료인력, 병원 경영수지 관련 조사 등 연구 강화로 근거 마련에도 앞장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정된 의료비를 받는 대신 반대급부로 회원 징계 등 협회 행정업무에 대한 자율성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상적인 총액계약제를 위해 정부의 역할도 커져야 하지만, 가입자도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고 의료이용이 불편해 질 수 있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모습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패널석에서는 대만의 총액계약제 형식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데는 무리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진 편집이사는 “국민 본인부담금 상승과 비급여를 유지의 조건이라면 총액계약제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수가 정상화와 더불어 저소득층의 치과치료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 방식이 더 고민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충북지부 조재현 보험이사는 “단계적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총액계약제를 생각해봤다”면서 “최소한 아동‧청소년을 위한 치과치료 지원을 위한 노력은 협회에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집담회 좌장을 맡은 부산대 김진범 교수 역시 “총액계약제든 무엇이든 건강보험제도를 꾸준히 발전시켜 국민에게 이익이 되돌아간다는 전제를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건강세상네트워크에 치과의료정책 연구비를 지원한 보험학회 양정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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