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최초의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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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최초의 3분
  • 양승욱 논설위원
  • 승인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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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물리학과 우주론 그리고 이중나선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는 우주론의 고전인 '최초의 3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주의 나이가 10초쯤 되어 우주가 40억 도 정도로 식었을 때 전자와 양전자가 1 대 1로 합해져 막대한 에너지를 내면서 결과적으로 우주에는 약간의 전자가 안정된 상태로 남게 된다. 또한 우주의 나이가 약 3분쯤 되고 온도가 10억 도 정도로 떨어지면 양자와 중성자들이 강한 핵력으로 결합해 중수소, 삼중수소, 헬륨3을 거쳐 안정된 헬륨4의 원자핵을 만들게 되며, 비로소 수소와 헬륨 두 가지 원자핵이 우주에 등장해 150억 년 동안 100여 가지 원소들이 경이로운 물질의 세계를 전개해나가게 된다.

우주의 역사에서 최초의 3분간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약 30분이 더 경과해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끝났을 때는 수소 원자핵(양자)과 헬륨 원자핵의 비율은 약 74 대 27 정도가 되었다. 이 비율은 아주 멀리 있는 은하계에서는 어디에서나 관찰된다. 이것은 우주의 모든 은하계가 같은 원료 즉 빅뱅 당시에 생긴 수소와 헬륨의 3 대 1 혼합물에서 형성된 것을 말해준다.

와인버그의 주장에 따르면 수소는 빅뱅 우주에서 만들어졌고, 우주 역사의 처음 3분 동안 수소로부터 두 번째 원소인 헬륨이 만들어졌다. 만약 우주의 팽창 속도가 조금 느렸다면? 높은 온도와 밀도가 더 오래 지속되었을 테고, 수소는 거의 다 헬륨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수소는 DNA의 이중나선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원소이다. 수소 대신 DNA의 이중나선을 붙잡아 줄 원소는 없다. 또 세포막을 만들어줄 원소도 없다. 빅뱅 우주에서 수소가 만들어졌을 때 이미 생명의 비밀은 싹트고 있던 셈이다.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원소의 원조인 수소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에서, 또 세포막의 구조에서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게 된 것이다.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이 연결되는 것은 조지 가모브의 대폭발이론, 우주배경복사에 관한 관측결과, 입자물리학적 발견과 관련이 있다. 수학적 설명을 최대한 자제하고 개념적으로 쓰여진 '최초의 3분'을 통해 우리의 물질세계 나아가 생명현상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양승욱(변호사. 양승욱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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