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회에서 주목할만한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 제목은 ‘의료인 단체 공공성 강화 및 윤리위원회 활성화를 위한 입법토론회’ 였고, 민주당 양승조 의원실에서 주최하고, 5개 의료인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가 공동 주관으로 참여한 행사였다.

작년 11월 양승조 의원은 의료인 중앙회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고 이 날의 토론회는 이 법안의 공청회 성격을 띠고 있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중앙회에 등록을 하지 않거나 정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중앙회의 유사명칭 사용금지, 중앙회의 업무 구체화, 윤리교육 2시간 추가, 보수교육 및 의료인 신고사업에 대한 경비 지원 등을 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는 의료인 중앙회에 대한 자율징계권 부여까지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의료법상에서도 의료인은 당연히 해당하는 중앙회의 회원이 되며, 중앙회의 정관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벌칙조항이 없어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징계나 법적인 제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2012년 우리나라 전체 활동치과의사는 21,888명이다. 최근 발간된 한국치과의료연감에 따르면 2012년 대한치과의사협회 활동회원은 18,005명이고, 얼마전 대의원배정을 위해 추계한 2014년 1월 1일 기준 회비완납자는 12,973명이다. 좀 더 엄격하게 회비 완납기준(협회비 1회라도 미납, 기타 소소한 기금과 회비 미납자들 제외)을 적용한 선거인단 명부는 2013년 5월 기준으로 9,847명에 불과하다.

정관에 따르면 회원은 소속지부를 통한 입회비·연회비 및 기타 부담금의 납부의무를 가진다. 사실 현재까지는 정관상에서 명확하게 규정되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회원의 의무는 협회비 납부의 의무가 거의 유일하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작게는 약 3,800여명에서 많게는 10,000명이 넘는 치과의사가 잠재적인 자격정지 대상이 된다.

면허신고와 보수교육 문제서부터 협회장 선거권 문제까지 최근 들어 회원의 자격과 권리에 대한 문제가 유독 불거지고 있다. 이 문제가 나올때마다 적극적으로 미가입회원들을 품어야 한다는 여론과 기존 회원들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며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하다. 풀기 쉽지 않은 문제다.

물론, 아마도 충분한 유예기간이 있을 것이고, 협회비 미납 회원들에 대한 적당한 타협안이 제시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갈등이 내재된 이슈가 치과계의 논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손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치협 집행부의 시각에서든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든 의료인중앙회의 권한이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할지라도 회원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고, 회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그로 인해 생길 다양한 부작용들을 예방할 수 없다. 이것이 회원들이 치협 집행부의 소통부족을 지적하는 이유다.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전양호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