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넘어 연대를 ‘또 하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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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넘어 연대를 ‘또 하나의 약속‘
  • 이두찬 기자
  • 승인 2014.02.10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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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영화 산책…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 개봉 4일 만에 12만 관객을 모은 그 힘은 무엇인가?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 가장 안전한 공정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회사, 1등 수출품목 최대 생산회사

모두가 아는 그 세 개의 별이 생각나는 그 회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2003년 반도체 회사에 입사한 후 2년만인 2005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07년 세상을 떠난 故 황유미씨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눈물아 났다.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들 취업을 위해 학교에서 면접을 보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 같았다.

본인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공장으로 취업을 나갔었다. 당시 선풍기형 난로를 만들던 회사였는데, 그 회사 아들이 고등학교 동창이었던지라 그래도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생각에 동질감을 느끼며 영화는 진행됐다. 입사 1년 만에 백혈병에 걸려 돌아온 여주인공은 결국 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 뒷자석에서 숨을 거둔다.

아버지는 딸의 죽음이 당당히 산재로 인정받게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렇게 딸의 죽음이 산재임을 인정받기 위한 아버지의 싸움이 시작된다.

 

영화는 개봉 이전부터 말이 많았다. 먼저 제목부터 ‘또 하나의 가족’에서 ‘또 하나의 약속’으로 변경됐다. 자본에 맞선 영화답게(?) 그 어느 투자사도 이 영화에 투자하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배낭여행 비용을, 첫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을, 아이 돌반지를 팔았다며 보내온 돈으로 이 영화는 완성됐다.

대학에 들어가 봤던 ‘아름다운청년 전태일‘처럼 이 영화도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길다. 바로 이 영화에 투자한 이들의 이름이 끝도 없이 올라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객석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영화가 완성된 후에도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 인터넷 검색 1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선 상영관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이후 주말에 벌써 12만이 넘었다고 한다. 정말 오기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껴진다. 이 영화의 흥행을 위해 모 회사가 일부러 외압을 행사하는 건 아닌지 의심도 든다.

영화는 법정 공방을 통해 결국 딸의 죽음이 산재로 인정을 받으면서 끝이 난다. 그러나 함께 소송에 참가한 몇몇 이들은 인정받지 못한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여전히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반도체공장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자신의 병에 대한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자부하는 공장에서 200여명의 노동자가 암진단을 받고 그 중 50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러나 아직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유해가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카나리아를 들고 갱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실제 반도체공장의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지킬 최소한의 보호 장구도 없이 일을 한다. 본인이 반도체에 가장 유해함으로 반도체를 지키기 위해 방진복을 입고 눈만 내놓고 일을 한다.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분노를 느끼신 분들에게 또 다른 영화를 추천한다. 또 하나의 약속 실사판인 ‘탐욕의 제국’이다.

작년 인천인권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먼저 봤다. 그리고 숨 막히는 분노를 느꼈다. 추모행렬을 막기 위해 버스로 그들을 막고,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 또 버스를 동원해 출근길 노동자들이 그 모습을 못보게 막는 모습에서 참으로 세계 일류기업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상업영화인 또 하나의 약속이 배급에서 문제가 생기는 사회인데 탐욕의 제국은 과연 전국 몇 개의 영화관에서 상영될 수 있을까??

 

끝으로 2012년 말 대선 이후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많이 개봉했다. 그리고 ‘천안함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갑오년인 올해도 ‘군도, 민란의 시대라’는 굉장히 혁명적인 영화가 개봉하는 등 민주주의의 후퇴 앞에서 시민들에게 작지만 큰 울림을 주는 영화가 많이 개봉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 대선 이후 힐링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레미제라블, 26년, 변호인까지 영화를 통해 상처를 치유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묻고 싶다. 요양은 잘 끝나셨나요??? 그렇다면 우리를 아프게 하는 사회에 자본에 대해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라고 우리는 식물이 아니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영화 ‘또 하나의 가족’ 혹시 아직 못 보신 분들에게 강추 합니다.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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