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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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한자
  • 양정강
  • 승인 2014.02.19 15:07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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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양정강 논설위원

 

50년 전인 1963년 8월 12일, 뉴욕에 있던 구겐하임 치과병원에서 일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미국 항공기인 Pan Am을 탔다. 여권 맨 마지막 면에는 US $100.00이라고 적힌 ‘외환 매도증’이 찍혀 있었는데 당시 소지할 수 있는 달러의 상한 금액이다.

23살 젊은 나이인 내가 처음 본 미국은 많은 것들이 신기했는데, 당시 6.25전쟁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절이어서인지 “너희 나라에도 전화기가 있느냐? TV는 있느냐?”같은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yes"라는 말과 함께 “We have a our own alphabet. It's a phonetic and a scientific one"이라고 대답했다. 비록 서툰 영어 실력이지만 우리의 한글을 자랑한 것이다.
 
한글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진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자랑 한번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우리의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 중에 창제자와 창제연도가 명확히 밝혀진 문자이며, 휴대전화에서도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판에 한글을 다 넣어도 자리가 남아도는 위대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치과 전문지를 읽다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틀린 한글식 표현을 볼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기사 하나에서만 ‘퀄리티’, ‘세라미스트’, ‘마에스트로’ ,‘가이드’, ‘젠틀맨’, ‘올세라믹, ‘프레스’, ‘코핑’, ‘커스프덴탈’, ‘커뮤니케이션’, ‘쉐이드’, ‘세팅’, ‘테이킹’. ‘타이밍’, ‘핸즈온코스’, ‘덴처’ ‘쉐이드’와 같은 한글식 표현이 있었으며 이외에도 ‘유저’, ‘리퍼’, ‘서저리’, ‘런칭세레모니’, ‘컨다일’, ‘페리오 프로젝트’, ‘커뮤니티’, ‘쇼퍼’와 같은 영어 한글표기를 보게 된다.

그리고 ‘제고(提高)’와 ‘재고(再考)’, ‘급환(急患)’과 ‘숙환(宿患)’, ‘제청(提請)’과 ‘재청(再請)’, ‘부임(赴任)’과 ‘취임(就任)’을 혼동하여 사용한 경우도 있으며. ‘도제(徒弟)’를 ‘도재’, ‘미천(微賤)’을 ‘밑천’, ‘삼우제(三虞祭)’를 ‘사모제’, ‘당위(當爲)’를 ‘당의’, ‘조령모개(朝令暮改)’를 ‘조령모계’, ‘언감생심(焉敢生心)’을 ‘언간생심’ 심지어는 ‘전통사천(四川)식 요리’를 ‘전통4000식 요리’라고 표현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기사 제목 중에서도 틀린 한자표기를 보면 ‘始作’을 ‘時作’, ‘破局之勢’를 ‘破局地勢’, ‘身土不二’를 ‘身土不理’ 라고 했다.
 
위에 열거한 예들이 단순한 오타라면 다행이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한글 구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 한자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세계엔 현재 3000개의 문자가 있는데 현재 추세라면 100년 후엔 10여개의 문자만 남는다고 하는데 우리의 한글이 남아 있도록 어문정책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한다. 문화의 중심은 문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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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강 2014-02-26 05:29:59
김형성님, 불러만 주세요^^ 나이 좀 들면 주로 옜날 이야기를......^^;

김형성 2014-02-25 11:20:23
선생님, 그 시절 에피소드를 더 듣고 싶네요. ㅎ

김광수 2014-02-25 08:33:52
선배님께서 이렇게 바른 식견으로 지켜 주시니 마음 든든합니다. 어문정책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교육 자체가 돈벌이를 위한 것이라는 전도된 가치관이 큰 문제라고봅니다. 무식함을 부끄럽게 보지 않고, 돈많음 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풍토가 참 문제지요. . .감사합니다.

양승욱 2014-02-24 17:28:44
구겐하임이 미술관 만이 아니라 치과병원을 운영하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일하셨군요..

양정강 2014-02-22 17:43:05
미술관을 지은 철강재벌이자 자선사업가인 구겐하임이 시내 초등학생 무료 진료를위한 치과병원을 수십년간 운영하다 60년대 말에 폐쇄함.
미술관은 있었는데 가볼생각을 못했고 구 메트로오페라 하우스엔 세차례 제일 싼 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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