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광중합레진 급여화, 현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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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광중합레진 급여화, 현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
  • 편집국
  • 승인 200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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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공청회 개최 등 여론형성 나설 때


광중합레진 급여화되나

얼마 전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가 광중합레진의 2005년도 보험급여화를 복지부에 권고하면서부터 개원가가 술렁이고 있다. 서치 등 일부 지부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극소수 이기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적정한 수가만 보장받는다면 급여화에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들린다.

국민들을 위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치과의사가 정부의 보험급여 확대 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치과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생각해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적정한 수가만 보장받는다면 이에 반대할 치과의사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물론 적정한 수가라는 기준 자체가 애매한 것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최소한 50% 이상의 개원 치과의사들이 수긍할만한 수가라면 적정 수가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광중합레진의 보험화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현실이 거의 전체의 치과의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가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이번 논란을 빗게 한 규개위의 광중합레진 보험재정추계를 살펴보자.

규개위는 어떤 통계수치를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전국 치과요양기관 11,381개소에서 1년에 총 7,762,532건을 하고 있으니 520억원의 재정부담만 있으면 급여화가 가능하다는 추계를 내놓고 있다 한다. 이를 건당으로 나누어보면 대략 6,700원 정도가 된다.

물론 여기에는 본인부담금이 빠져 있고 즉처료와 재진료, 전달마취, 재료대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의 여부도 불분명하지만(포함되어 있다면 더욱 턱없는 수가이며,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재정추계 상의 오류이다), 일반 관행수가 7-10만원에 비한다면 턱없이 낮은 수가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현재 복지부에서도 “무슨 근거인지는 모르지만 광중합레진을 아말감 정도의 수가로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치협의 조기영 보험이사의 전언을 보더라도 적정의 수가로 광중합레진을 급여화하는 것은 요원한 일인것만 같다.

광중합레진 수가 6,700원?

그렇다면 얼마 전 서치 등 일부 지부에서 광중합레진 급여화 반대 서명운동을 벌인 것도 일견 당연해 보인다. 현재의 연구수준에서 적정수가를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지난 1997년 치협의 상대가치수가 연구보고서(의료보험진료수가분류 개편안 3차보고서. 표1 참조)에 따르더라도 규개위나 복지부에서 잡고 있는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치협이 1997년 수가연구 자료에 따라 작성한 광중합레진 급여화 재정추계에 따르면(평균 2면 33,740원, 빈도-기관당 1일 3.2개, 즉처 6,520원, 재진료 6,270원, 전달마취 2,640원, 리도카인 1앰플 400원, 재료대 2,800원-추정/에칭, 프라이머, 본딩, 광중합레진) 약 5,776억원이 필요하고, 여기에 광중합레진 급여화시 아말감충전과 화학중합충전 등 잠재수요의 실수요 전환까지 감안한다면 예산이 1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조기영 보험이사의 지적을 감안한다면, 누가 보더라도 광중합레진의 급여화가 현재의 여건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수긍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복지부의 태도이다.
“규개위의 권고를 급여확대의 호기로 삼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조기영 이사의 전언은 뒤로 하더라도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시행해온 보험정책(저수가, 저급여)을 감안한다면, 더욱이 정부조직이 갖고 있는 고루한 관료주의적인 속성을 감안한다면, 규개위의 권고대로 520억의 예산만 가지고 그대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가 한 번 발표한 정책을 시행도 해보기 전에 그대로 접어들인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서치 등 일부 지부에서 진행된 광중합레진 급여화에 대한 무조건 반대 서명운동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광중합레진이 이미 2006년까지 한시적 비급여로 잡혀 있어 언젠가는 급여화가 될 항목이었고, 그래서 급여화를 해달라는 일반인(국민)의 민원이 집중돼 이번에 규개위에서 복지부에 권고를 내리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광중합레진 급여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현실을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국민들의 눈에는 치과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21세기를 맞이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의 보험정책에서 ‘급여확대’가 앞으로의 대세가 될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급여확대 정책의 일환인 광중합레진 급여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적정수가와 적정급여’를 둘러싼 앞으로의 장기적인 싸움에서 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손에 쥐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조건 반대는 ‘직종이기주의’로
몰릴 가능성 높아

사실 서치 등에서 진행한 광중합레진 급여화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도 복지부 등이 520억으로 잡고 있는 예산 때문에 턱없는 수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조건 속에서 나타난 것인 만큼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적정수가만 받는다면 급여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과 반드시 상치되는 주장이라고 강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무조건적인 광중합레진 급여화에 대한 반대를 통해 국민들의 눈에 ‘철밥통’으로 잘못 인식되기보다는 국민들과 함께하면서, 국민들의 눈에 ‘동반자’로 인식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의 개발이라고 할 수가 있다. 솔직히 현재의 문제는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투자 없이 의료인들의 희생을 통해 국민들의 복지를 강화하겠다(보험급여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아닌가?

실제로 복지부가 현재의 재정추계대로 520억원만 가지고 광중합레진을 시행한다면 상당히 많은 문제들을 노정하게 될 것이다. 조기영 이사의 예측대로 아말감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광중합레진의 급여수가가 아말감과 거의 비슷한 수준대로 결정된다면 이는 곧바로 치과의사들의 반발과 진료기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국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진료거부에 대한 고소와 고발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또한 일부의 국민들은 광중합레진 대신 인레이 등의 과잉진료에 접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현재의 여건에서 수가를 아말감 수준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예산이 520억밖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는가? 그렇게 한다면 광중합레진의 수요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렇다고 적정수가만 보장받는다고 광중합레진 급여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미 우리 치과계에서는 보험재정문제 때문에 스케일링의 급여화를 제한받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스케일링 때문에 현재 개원가에서는 환자들과의 관계에서 아직도 혼선을 빚고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모든 것을 처리하려고 하는 관료주의, 탁상행정의 폐해를 우리 치과계에서 고스란히 맞고 있는 것이다. 스케일링의 급여제한을 아직도 풀지 않고 있는 복지부가 어이없이 광중합레진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한 재정부담을 이렇게 해결하면서 생색만 내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을까?

치과의사들이라면 누구라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520억원이 예산만 가지고 무조건 광중합레진의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는 복지부의 생각은 바로 이러한 얄팍한 속셈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지난번 스케일링의 급여제한에 대해 치과계가 그냥 순수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강력히 반발했다면 복지부가 또다시 이런 졸속행정을 강력히 추진할 수가 있었을까?

스케일링 제한급여에서 얻은 교훈

건강보험의 급여확대는 국민들의 복지를 증진시키지만, 치과진료의 수요도 급속히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중합레진의 급여화 시도는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오히려 국민들의 지탄만 받고 실익은 실익대로 잃어버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문제는 예산확보에 대한 전제 없이, 충분한 검토와 연구 없이, 민원에 따른 규개위의 권고 한마디로 광중합레진의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는 복지부의 태도가 아닌가?

이제는 우리 치과계도 정공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치과는 비보험항목이 많으니까 보험수가가 50%도 반영이 안되는 현실을 감수하라는 복지부의 지적을 감내하고 있을 것인가? 급여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이미 광중합레진의 급여화를 공언하고 있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인의치보험화를 부르짖고 있는데 이들 모든 사안들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만 한다면 쓸데없이 국민들의 비난만 감수해야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들에게 왜 광중합레진의 급여화에 반대하는가를 설명해야만 한다. 아니, 왜 현재의 재정규모로는 광중합레진의 급여화가 불가능한가를 설득해내야만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급여확대를 위해서는 왜 의료부문(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며, 예산상의 문제로 급여확대를 급속히 늘려나갈 수 없다면 재정확보와 함께 급여 확대의 우선순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점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만 할 것이다.

박덕영 강릉 치대 교수나 곽정민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회장 권한대행은 공히 “급여 확대의 우선 순위로 광중합레진보다는 스케일링의 완전 급여화와 실란트, 불소도포 등의 급여화 추진을 복지부에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치협의 방침과도 어긋나지 않으며, 또 조기영 이사에 따르면 이러한 치협의 방침을 이미 규개위나 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수도불소농도조절사업보다는 노인의치사업 등 단기적인 생색내기 사업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나타나듯이 정치권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는 복지부의 태도에 이제는 우리 치과계가 쐐기를 박아야만 할 때이다.

정부 차원에서 광중합레진까지도 급여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지금,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전체 치과계와 복지부 등 정부당국, 그리고 관련 시민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건강보험재정확보와 치과부문 급여확대 방안’마련을 위해 치과계(특히 치협)의 주도로 공청회를 열어야만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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