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의정합의, 치과계는 어디로?
상태바
2차 의정합의, 치과계는 어디로?
  • 전양호
  • 승인 2014.03.26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양호 편집국장

 

지난 20일 의사협회가 2차 의정합의에 대한 찬반투표를 거쳐 합의안을 받아들이면서 예정됐던 2차 파업과 의사들의 반발은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도부가 합의안을 가지고 온 마당에 그것도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가지고 정부와의 합의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부담속에서 나온 40%에 육박하는 반대표는 의사들이 이 안을 마냥 웃으면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차 의정합의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자신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의사들의 파업을 용인하고 지지한 것은 오직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 의정합의는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공식화 해주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2차 의정합의의 핵심적인 합의안은 원격진료 시범사업 시행, 보건의료단체협의회를 구성해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에 대한 문제점 검토, 건정심 구조 개편(가입자와 공급자 동수로 구성) 등 세가지다.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이미 3년에 걸쳐 355억원이라는 국가예산을 들여 ‘스마트케어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바 있다. 시범사업의 결과가 왜곡되고 과장되어 있다는 수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두드려보는 것이 이 세상의 어떠한 진단기기보다 중요한 진단의 기술임을 의료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원격의료를 대중화시키기에는 우리나라에 너무 많은 병의원이 있음을 알고 있고, 많은 비용을 들여 필요한 기계장비를 사 들이느니 공공의료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아마도 정부 관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 눈에는 그로 인해 생길 IT기업과 대형병원들의 이익이 더 커 보일뿐이고, 그게 바로 경제라고 생각할 것이며, 그 믿음은 몇 개월의 시범사업만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가칭 보건의료단체협의회를 구성해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으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한다? 시민사회는 의료법인의 자회사설립이 실질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임을 주장했다. 정부는 ‘아니다, 우리가 아니라면 아닌거다, 자회사설립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해서 예방하겠다’ 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오래된 논쟁의 반복일 뿐이며 이 프레임에 들어가는 순간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꼴이 된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이 자회사는 병의원 임대사업까지 가능하다. 우리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미 절실하게 경험한 바 있다. 자회사는 그 자체가 문제이고 암덩어리일 뿐이다.

결국 의협이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은 건정심 구조 개편뿐이다. 건정심에 공급자 몫을 늘려 수가 협상이나 건강보험 관련 정책 결정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당장의 수가 인상 약속도 아니어서 이면합의가 있는 게 아닌지 의혹이 눈길도 있지만, 이 문제가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었음을 그리고 향후 수가 문제를 포함한 건강보험정책에 공급자의 입김이 강해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의료계 입장에서 그리 손해 보는 협상은 아니었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건정심 구조개편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사항이라는 점, 그리고 비판여론을 감안할 때 그리 쉬운 일은 아닐거라는 예상 또한 존재한다.

이제 치과계도 결정을 해야 한다.

당장 보건의료단체협의체의 참여 문제부터 치과계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치협 역시 협의체의 필요성을 제안하긴 했지만 합의안의 협의체는 그 성격이 다르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이번 협의체는 자회사의 허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반대해왔던 모든 것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밥그릇 싸움을 하는게 아니라고, 우리들만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던 모든 것들을 부정해야 한다.

물론 협의체에 들어가 최대한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켜야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고, 이를 대가로 받아낼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그냥 정부와 의협의 손에 이끌려 어영부영 같은 배에 올라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연일 거친 언어들을 토해내며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다.
1인1개소법과 77조3항...박근혜 정부에게 이것들은 개혁해야 할 규제일지도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