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의정합의' 추락하는 국민 신뢰는?
상태바
'배신의 의정합의' 추락하는 국민 신뢰는?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4.04.02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D수첩 ‘끝나지 않은 영리화 논란’ 편 보도…"발치 실수시 교정원장과 입 맞춰" 사무장치과 지침 폭로돼 시청자 분노

 

"'배신의 아이콘'은 의협뿐일까?"

범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총파업도 불사할 것을 시사했던 대한의사협회가 다섯 개 의약단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등을 돌렸다는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의정합의의 밀실야합 의혹이 전파를 타 파장이 예상된다.

MBC PD수첩은 지난 1일 ‘끝나지 않은 의료영리화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의사성과급제도로 인한 과잉진료 현상과 대형병원의 비급여 진료 치중 행태 등의 의료계 고질적인 문제점을 조명했다.

특히 제작진은 원격의료의 실태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 등을 놓고 벌어진 정부와 의사단체, 그리고 국민과의 갈등 쟁점에 대해 되짚었으며, 대한의사협회를 향하고 있는 ‘밀실야합’의 의혹들까지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보도에서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에 대한 문제점도 부각됐지만, 전국 885개 의료법인 가운데 자회사 설립이 가능한 곳도 2~3곳에 불과해 터무니없이 미흡한 정책임이 지적됐다. 자회사 설립 위해서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의료법인이 그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단 것.

PD수첩은 정부가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발표해서 또 다시 영리화 논란만을 일으킨 셈이라고 꼬집었다.

예정된 총파업을 일주일 앞두고 정부의 2차 의정합의안에 동의했던 의사협회에 대한 여론 악화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팀장은 방송에서 “의료민영화 반대라는 아젠다를 통해 국민 지지를 얻고자 했던 의협이 검은 속내를 감추고 얻고자 했던 실리(국민 지지)까지 얻어갔다”면서 “결국 협상과정에서는 정말 하고 싶었던 제도(건정심) 개편 이야기만을 끄집어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가인상 위한 꼼수(?)’…의혹 풀 길은 “보장성 강화 뿐”

원격진료의 입법화에 대해서도 6개월간의 시범사업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대두됐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의 이상윤 정책국장은 “상식적으로 원격의료의 효과는 6개월간의 시범사업으로 검증될 수 없다”면서 “의협이 여기에 타협했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진행하는 원격의료 법안 통과 스케줄에 특별하게 딴죽을 놓지 않겠다고 보증한 거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의정합의에서 말하는 ‘논의기구’는 영리자회사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기구가 아니라 문제점을 개선‧논의하는 것”이라면서 “의협이 영리자회사 허용 역시 사실상 찬성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는 혈압과 혈당과 같은 정보를 모니터링 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만성질환자들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대면진료를 대체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 유지원 위원장은 “대형마켓이 들어오면 동네 슈퍼가 망하듯이 원격진료도 마찬가지 개념이다”면서 “동네의원, 중소병원, 지역병원들이 몰락하는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키도 했다.

이에 대해 의협 노환규 회장은 “지금 정부의 원격진료 안은 전화나 핸드폰을 이용한 간단한 진료를 말한다”며 “그에 대한 안전성과 유해성을 평가하는 것이 (논의기구의) 목적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그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등은 병원협회 외에 나머지 4개 단체가 모두 반대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또 다시 저항과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건정심 개편을 놓고 정부와 의협이 합의안을 내놓은 것은 가입자를 배제한 야합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상황.

김준현 팀장은 “건강보험 구조에 대한 각 의사 결정체계를 논의하는 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면서 “특정 공급자 단체와 정부가 합의할 내용은 아니며 건강보험의 기본 주체인 국민들의 의견을 배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PD수첩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우선시되지 않는다면 의정합의는 수가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시사했다.

 
“10명 중 1명 병원비로 망한다”…‘가난-질병’ 악순환 탈출구는?

이외에도 이날 방송에서는 상급진료비, 선택진료비 등 대형병원의 수익창출 구조의 문제점과 공공병원의 어려운 현실이 대두됐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우석균 부대표는 “재난적인 의료비로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는 가구들이 10%를 넘어서 상당수를 차지한다”면서 “그들이 병원에 다니다 파산하고 파산해서 아프고 아프니까 가난한 악순환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건세넷 김준현 팀장도 “보장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건강보험공단 재정으로 공급자에게 2~3%의 수가를 계속 올려주고 있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냐”며 “중산층 몰락의 사회주범이 바로 의료비인 현실에서 보장성을 어떻게 확대할지를 우선 큰 틀에 두고 그 다음으로 운영체계를 바꾸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정책학회 이재호 이사도 “90% 이상의 의료기관이 민영화돼 있고, 얼마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 검진센터 조차도 수익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면서 “그 속에서는 공공성 지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 보건의료정책 기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방송 초반에는 최근 이슈가 됐던 갑상선암의 과다검진 행태가 조명됐으며, 대형병원과 불법네트워크 치과 등에 종사했던 의료진들의 양심선언이 잇따라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대형병원에게 재진 환자란 ‘잡힌 물고기’에 불과하지만 초진 환자는 반드시 잡아놓고 봐야 하는 수익 대상이다”, “(현재 의료서비스는) 완전히 산업이다”, “의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 게 불법 사무장병원의 현실이다”라고 폭로했다.

 
불법네트워크 치과의 사례도 빠짐없이 등장했는데, PD수첩이 입수한 불법네트워크 치과의 내부 문건에는 “무료스케일링의 목적은 미안해하는 서비스다”, “의료사고 발생시 흡연, 양치질 소홀 등을 지적해 환자의 과실로 몰아가라”, “엉뚱한 치아를 발치한 경우 교정원장과 미리 입을 맞춰라” 등의 지침이 담겨있었다. 심지어 스케일링 중 치아를 건드려 시리게 하라는 내용까지 폭로돼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의료재단연합회 정영호 회장은 “의료법인에서 부수입이 늘어나면 그 늘어난 만큼 건강보험 수가는 더 억제를 한다”면서 “부수입이 없는 필수의료서비스를 전담하는 병원들은 상대적으로 수가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피디수첩 제작진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의사협회 모두 의료공공성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자신들의 명분으로 삼았지만 누구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면서 “국민을 위해 싸운다던 의사협회 역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와 합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들으려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며 일침을 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