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논란 ‘타미플루’비축 과연 해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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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 논란 ‘타미플루’비축 과연 해답은?
  • 이두찬 기자
  • 승인 2014.04.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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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란 연합 "英정부, 효능 없는 타미플루 비축에 1조원 낭비"…타미플루 유효성 논란 속 질병관리본부, 1300만 명분 비축 중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와 리렌자(성분명 자나미비르)의 인플루엔자 증상완화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됐다

흔히 타미플루와 리렌자는 neuraminidase 차단제 계열의 약물로 독감바이러스가 체내로 퍼지는 것을 막아 증상을 예방하고 줄이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헬스케어 연구그룹인 코크란 연합이 10일 공개한 오셀타미비르와 자나미비르 임상시험에 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타미플루를 복용한 성인은 위약군과 비교해 독감증상 완화기간을 7일에서 6.3일로 반나절 가량 단축시키는 데 그쳤고, 소아 환자의 경우 완화 효과 자체가 불확실했다.

또한 성인과 소아 환자 모두에서 폐렴, 기관지염, 부비동염, 중이염 등의 중증 합병증과 입원율을 감소시키지 못했고, 이상반응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타미플루를 복용한 성인과 소아 환자에서 오심, 구토 발생 위험이 각각 4%와 5% 증가했고, 예방적 목적으로 복용했을 때 정신의학적 사건 발생 위험이 약 1% 증가했다"고 밝혔다.

리렌자와 관련해 총 54건의 임상시험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자나미비르 복용군에서 증상 완화기간을 6.6일에서 6.0일로 평균 0.60일 단축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리렌자는 성인과 소아 환자 모두에서 폐렴, 중이염, 부비동염 발생을 유의하게 감소시키지 못했고 기관지염의 경우 성인 환자에서만 경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1.80%, 95% CI 0.65-2.80%) 입원율 감소에 대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제약회사에서 타미플루의 유효성 및 이상반응에 대한 모든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 보고서가 숨겨진 데이터와의 거대한 투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가 파라세타몰과 다를 바 없는 진통해열제를 비축하는 데 수백만 파운드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타미플루의 매출은 2009년 H1N1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당시 30억 달러 가까이 기록하고 그 이후로는 하락세에 있다.

두 약물은 계절성 혹은 유행성 독감을 막는데 사용되기 위해 항상 비축되고 있으며, 가령 미국의 경우 전략적 비축을 위해 13억 달러를 지출했고, 영국정부는 4000회분 약 4억 2400만 파운드 가까이 사용한 바 있다.

이 같은 약물 비축의 근거는 WHO와 미질병예방통제센터 같은 권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 같은 권고가 어떤 근거로 이루어졌는지는 불명확하다.

코크런연합의 대표자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는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미리 비축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저자들이 타미플루 비축 중단을 권고한 것은 이번 연구결과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산하 호흡기감염센터의 피터 오픈쇼 소장은 Science 미디어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보다 잘 설계된 투명한 임상시험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지난 5년간 축적돼 온 엄청난 양의 긍정적 증거를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와 관련해 2002년 타미플루를 EU에서 사용하도록 승인한 유럽의약품청(EMA)은 "우리는 코크런연합이 발표한 20개의 임상시험 보고서를 검토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우리는 타미플루와 관련된 기존의 위험편익평가(risk-benefit assessment) 결과를 지지한다"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톰 제퍼슨은 "제약사들이 수행한 임상시험은 다단계 부실로 얼룩져 있으며, 저널에 발표된 내용도 불완전하다"고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BMJ의 편집장인 피로나 고들리도 "규제기관들은 타미플루를 승인하는 데 있어서 분명하고 투명한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 한마디로 의약품의 규제절차는 완전히 붕괴되었다"라며 비판했다.

한국의 경우 질병관리본부가 약 1300만 명분, 전인구 대비 약 25%에 달하는 타미플루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타미플루의 제조사인 로슈는 "코크란 연합이 잘못된 통계학을 적용함으로써 약물의 유효성이 과소평가됐다"면서 "전반적인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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