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쉘린 3 스타 레스토랑Osteria Francescana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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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쉘린 3 스타 레스토랑Osteria Francescana 방문기
  • 최인복
  • 승인 2014.05.19 15: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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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메세나치과 최인복 원장

 

5월 초 이탈리아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현재 최고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모데나의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를 방문했다.
세계적인 쉐프 중 하나인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의 레스토랑이고 최근의 이탈리아 요리의 방향을 보여주는 곳 중 한 곳이므로 방문기를 써보기로 한다.

▲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정문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는 현재 세계 50대 레스토랑 중 3위(1위는 덴마크의 NOMA, 2위는 스페인의 El celler de can roca)이며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는 세계 1위이다. 그리고 미쉘린 3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중 하나이다.

명망있는 쉐프들도 요리 자체는 유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으나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쉐프인 마시모 보투라는 그가 만든 요리들이 더 유명한 쉐프 중 한명이다. 그는 스타 쉐프이며 본인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요즈음에는 시상식과 요리프로, 잡지 인터뷰 등으로 무척 바쁘게 지내고 있어서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많은 매체에서 그를 볼 수 있다.

▲ 라바짜 커피 광고에서의 마시모 보투라

마시모 보투라는 법학도였으나 요리사의 꿈도 가지고 있었으며 1986년 모데나에 Trattoria del Campazzo(트라토리아 델 깜빠죠)라는 레스토랑을 개업하여 오너쉐프로서 요리를 시작하였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프들인 프랑스의 알랑 두카세, 스페인의 페란 아드리아와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는 1995년 세워졌으며 2012년 드디어 미쉘린 스타 세개를 받았다.

유명도 때문에 예약은 굉장히 어려우며 최소한 2달 전에는 홈페이지에 예약을 하여야 하며 가기 이틀 전에 예약 확인 전화가 꼭 필요하다.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에는 세가지 코스 메뉴가 있다.

* Tradizione in evoluzione, 혁신 속에 전통 (130 유로):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의 요리를 약간 변형시킨 요리들이 주로 나오지만 전통에 가까운 요리가 나오며,
* Classici, 고전들 (165 유로):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를 유명하게 만든 시그니쳐 디쉬들이 나온다.
* Sensazioni, 센세이션들 (190유로) – Classici 메뉴와 새로운 요리가 혼합되어있다.

단품 메뉴도 있으며 코스메뉴를 시킨 후 추가적으로 시킬 수 있는 메뉴로 보면 되겠다.

우리가 간 날은 손님들은 대부분 Classici 메뉴를 시켜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멀리서 온 사람들은 그의 유명한 요리들을 먹고 싶었을 테니 고전 메뉴를 시킨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역시 같은 이유로  고전 메뉴를 시켰고 와인 페어링 메뉴(95 유로 추가됨)도 같이 시켰다.

 

i menu degustazione - CLASSICI

1. 테이블 세팅

 

2. 빵

 

 

 

 

 

3. 요리

▲ Aulla in CarpioneTempura with carpione

 

민물고기인 카르피오네 튀김과 아이스크림이 조화된 음식. 부드러움과 바삭함, 차갑고 뜨거운 음식의 조화가 좋았다. 

▲ Viaggio a Modena di un capitone di ComacchioAn eel swimming up the Po River
 

요리의 이름은 ‘꼬마끼오 지방 장어의 모데나로의 여행’이라는 뜻이며 장어가 이탈리아의 포강으로 가는 모양을 표현한 것인데, 장어는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의 특산품 중 하나이다. 지배인의 설명으로는 간장 등 일식에서 쓰는 재료는 쓰이지 않았다고 하였다.

검은 재처럼 보이는 것은 양파를 태운 것이고 소스는 와인을 만들 때 생기는 부산물(saba(사바) : 포도 주스가  발사믹 식초가 되기 전 단계를 말한다 , 지배인은 그냥 발사믹 식초라고 설명)을 응축해서 만든 것이다. 맛은 놀랍도록 우리가 알고 있는 간장 소스 일식 장어 맛과 비슷하다. 완쪽은 사과 주스를 원심 분리해서 만든 애플 소스, 오른 쪽은 폴랜타를 액화해서 만든 소스. 군밤과 노간주가 들어간 맥주랑은 잘 어울려 굳이 왜 맥주를 주었는지는 잘 알 수 있었다.

요 몇 년 사이 맥주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뜨고 있는 주류 중 하나가 되었고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맛있고 잘만든 이탈리아 현지 크래프트 맥주가 많다. 기존 와인 양조업자가 만드는 경우가 많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한국에도 와인 수입상들을 많이 소개가 될 것 같다.

일본 사람이나 한국 사람들은 장어 간장 구이와 맥주의 좋은 궁합을 재현한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요리라는 생각이 할 것이다. 서양 사람에게는 더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 Caesar saladCaesar salad in Emilia

 와인 페어링: 생수에 많이 희석된  Boroni의 Genziana 스피릿

술과의 조화가 좋았다. 와인은 아니고 희석된 허브 스피릿였지만 야채와 함께 입을 씻어주는 느낌을 준다.
처음 나올 때 야채만 달랑 올려논 듯한 모습에 당황스러웠고 지배인이 진지하게 설명했지만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베이컨, 엔쵸비, 파르미지아노 등 여라가지 재료가 잎 속에 숨겨져 있다. 기존 시저 샐러드를 하나의 야채모양으로 미니멀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페라라에서 레스토랑 동료들하고 사진을 같이 보며 많이 웃었던 요리. 야채를 고르고 잎을 떼어내지 않고 말리고 여러가지 재료를 채워놓고 손이 많이 가는 요리임은 틀림없다.
 

▲ Parmigiano in consistenza e temperatureFive ages of Parmigiano in different temperatures and textures

 

사진으로 보고 정말 먹어보고 싶던 요리이다.

크림, 무스, 아이스크림, 거품, 판과자의 형태로 변조되고 차갑고 뜨거운 온도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숙성 연령의 파르미지아노 레자노 치즈 요리, 마시모 보투라의 유명한 요리이다. 거품 형태의 파르미지아노는 마시모 보투라가 일했던 스페인의 엘 불리에서 가져온 것이며 파르미자노 치즈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아 놓은 요리이다. 뜨거운 치즈 무스는 우리나라 두부 같은 질감과 맛을 가지고 있다. 맛과 질감 모두 신선했다. 치즈 외에 다른 향이나 맛은 나지 않았다.

▲ Come mangiare cotechino e lenticchie 365 giorni all’annoCotechino 365 days a year

 

‘코테키오 소시지와 렌틸콩을 어떻게 365일 내내 먹을까’ 라는 이름의 요리.
람부르스코에 익힌 코테키노 소시지와 마늘 기름에 익힌 렌틸콩을 라비올리 형태로 만든 것. 전통적으로 스프의 형태로 나오는 모데나 요리를 라비올리처럼 만든 것으로 먹기가 편해져서 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 같다.
 

▲ La neve si scioglie al soleSnails under the earth

‘태양에 녹는 눈’ 이라는 요리. 영어로는 ‘땅 아래 달팽이’라는 뜻으로 메뉴에 써 놓았다.
마시모 보투라가 겨울 모데나의 언덕에 눈이 녹아있는 것을 보고 느낀 영감을 가지고 만든 요리

이 요리는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복잡하게 쌓은 레고 같은 요리이다.
접시의 바닥에서부터 다음과 같이 쌓아 올린다.

감자 퓨레 -> 잣 -> 파슬리 주스(아래 보이는 녹색) -> 아티쵸크 크림 -> 헤이즐넛 -> 헤이즐넛 오일 -> 트러플 -> 커피가루 -> 훈제향 위스키 -> 젤리화한 포르치니 버섯 -> 핫페퍼 오일 -> 후추, 소금 -> 발사믹 식초 스프레이 -> 버터와 파슬리로 구운 달팽이(가운데 보이는 것) -> 따뜻한 마늘크림(맨위에 하얀색 크림)

스푼으로 떠 먹을 때마다 다른 맛이 느껴지며 복잡한 맛들이 따로 놀지 않고 조화롭게 입에 들어온다. 많은 층을 만든 것은 서로 다른 재료들의 완충 작용을 하는 향, 맛을 넣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이렇게 복잡하지만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 낼 수가 있을까.

마늘크림이 맛을 감싸주는 것이 좋았고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에서는 서양음식에 마늘은 향만 낸다는 상식을 께는 이렇게 과도한(?) 마늘향을 사용한 요리를 종종 볼 수 있다. 지방 특산물에 마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 Tutte le lingue del mondoAll the tongues of the world
▲ Damijan nekaj

 

와인 매칭

이 코스에서 메인 요리. 송아지의 혀고기로 만든 이탈리아어로 해석하면 ‘세상의 모든 언어 또는 세상의 모든 혀(lingua는 이탈리아어로 언어 또는 혀)’이니 얼마나 적합한 이름인가!!

송아지의 혀를 수비드(진공 저온 요리법)로 조리 후 소금, 커피 가루 등의 양념을 바른 후 거즈에 싼 다음 야채를 태워 만든 숯으로 두껍게 불도장을 하는 것처럼 전면을 감싼 후 오븐에 넣어서 익힌 후 야채 숯을 깨고 거즈를 걷어낸 후 접시에 담는다.
소스는 요리 이름처럼 여러 나라에서 온 것을 사용하는데 1시 방향부터 시계 방향으로 커리소스와 렌틸콩, 코리앤더로 만든 salsa verde(녹색 소스), 원래의 씨앗을 제거 후 건조 바질씨로 대체한 패션푸르트 소스, 과일 잼같은 mostarda(모스타르다), ceviche(세비체), 꿀이다.

송아지 고기가 화이트 와인과 어울리기는하나 레드 와인을 마시고 싶었는데 화이트 와인을 계속 준 것은 아쉬웠다. 고기는 수비드 조리법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었으며 맛은 있었으나 많은 양을 먹기는 힘들었다. 질감이 푸아그라처럼 굉장히 느끼하였던 것이다.
고기가 강한 맛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므로 주어진 다양한 소스에 잘 어울렸다. 상큼한 패션푸르트 소스가 기억에 남는다.
 

▲ Croccantino di foie gras con cuore di Aceto Balsamico Tradizionale di ModenaFoie gras crunch with Traditional Balsamic vinegar from Modena

pre-dessert로 나온 요리. 크림처럼 만든 찬 푸아그라에다가 진한 모데나의 발사믹 식초를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 형태의 디저트. 송아지 혀고기만 안먹었어도 좋았을 텐데 바로 다음에 나오는 푸아그라는 디저트로의 역할을 잘 하지 못했다. 이 요리도 상당히 유명한 요리이며 맛은 상상하던 바로 그 맛이었다. 느끼하며 씹으면 나타나는 달콤하고 신 오래 숙성된 발사믹의 맛 그리고 씹을 수록 조화되는 두가지의 맛.
 

▲ Una patata in attesa di diventare un tartufoA potato waiting to become a truffle

‘트러플이 되기를 기다리는 감자’라는 이름의 디저트

테이블 가까이 오자마자 트러플 향이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감자 안의 뜨거운 수플레와 바깥의 차가운 바닐라 무스가 조화된 맛 거기에 트러플. 이탈리아적인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일본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스타일의 맛이었다. 디저트라고 할 수 있는 높은 당도와 뜨거운(따뜻한이 아니고!) 온도와 차가운 온도의 조화. 만들고 서빙하기가 까다로운 요리이다.

푸아그라와 트러플 디저트가 돌체라니 좀 과하게 화려했고 메인 요리가 계속되는 느낌을 주어서 돌체로서의 입을 산뜻하게 하는 역할은 잘 하지 못했다.
 

▲ Piccolo pasticceria

마지막 커피를 위한 디저트

마시모 보투라가 최근에 다시 50대 레스토랑에서 3위에 선정되면서 해외로 나가는 일이 많아서인지 주방에 긴장이 풀린 것 같다고 느꼈다. 사진으로 보던 그의 요리에 비해서는 기합이 빠진 모습을 보여 주었고, 주방 스탭들이 손님들에 신경써 주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3시간 동안의 저녁 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것 외에 즐거움은 주지 못했다. 아마 이탈리아에 도착한 첫날 피곤해 보이는 우리를 배려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는 이탈리아 요리를 창조적으로 변형시킨 측면에서 높은 수준에 있는 레스토랑 임은 틀림없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공장을 보기 위해 거쳐가는 동네이긴 하지만 관광도시는 아닌 모데나를 레스토랑을 방문하기 위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오게 만든 곳이기도 하다. 세계 50대 레스토랑 3위 수상은 이탈리아 사람들도 신문 전면에 사진을 올리면서 축하해 주고 있는 분위기였고 큰 이야기 거리 중 하나였다.

마시모 보투라도 다른 이탈리아 쉐프처럼 모데나 전통요리의 연장선 상에 있는 요리를 만들며 전통요리와 전통적인 재료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의 요리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면 어떻게 변형된 요리가 나왔는지 보고 먹는 재미가 있는 코스였다. 요리법에서는 쉐프가 경험한 스페인 요리와 프랑스 요리, 일본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으며 전통과 조화가 잘 이루어진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다른 레스토랑들 방문기와 현재 이탈리아의 변화에 대해서 느낀 점을 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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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언 조 2018-06-21 10:26:56
올해, 2018년에는 여기가 1위를 했군요.
링크 따라 여기에 오게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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