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1000개 난립 속 안전관리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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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1000개 난립 속 안전관리는 ‘뒷전’
  • 이두찬 기자
  • 승인 2014.05.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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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환자 등 21명 사망…보건노조 “계속되는 제2의 세월호 참사 근본적 대책 마련 필요” 강조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 장성에 있는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에서 오늘 새벽 0시 27분경 화재가 발생해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행했다. 소방대원들에 의해 6분 만에 불길이 잡히긴 했지만, 대형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요양병원은 치매 환자 등 주로 장기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돌보며 치료하는 기관이다 언뜻 일반 요양(보호)시설과 비슷해 보이지만, 요양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개인과 법인 등이 일정 자격만 갖추면 개설할 수 있는데 비해 요양병원은 반드시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만 만들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일반 병원과 마찬가지로 1·3·5·7·9인실 등 다양한 규모의 병상을 갖추고, 의사나 간호사들이 24시간 입원 환자를 관리하며 응급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요양병원은 최근 사회의 전반적 고령화와 ‘실버산업’ 성장과 더불어 급증하는 추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말 현재 전국 요양병원은 1284개로 2008년 말(690개)과 비교해 5년여 사이 2배로 늘었다. 요양병원의 병상 수 역시 같은 기간 7만6556개에서 2.6배인 20만1605개로 크게 불었다.

그러나 현재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이 받는 의료·편의 서비스의 질은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심평원의 ‘2012년도 요양병원 입원 진료 적정성 평가’를 보면, 2012년 3월 현재 937개 요양병원 가운데 69.7%만 최소한의 응급시설인 호출벨을 모든 병상·욕실·화장실에 두고 있었다. 36곳(3.8%)은 병상·욕실·화장실 바닥의 턱을 제거하지 않거나 안전손잡이를 전혀 설치하지 않았고, 심지어 0.4%(4곳)와 0.7%(7곳)의 요양병원은 각각 산소 공급장비와 흡인기를 1대도 갖추지 않았다.

인프라 여건상 현실적으로 화재를 비롯한 응급 상황에서 요양병원측이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입원 환자들을 짧은 시간 안에 대피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이다.

환자 수에 비해 의료인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도 계속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심평원 조사(2012년) 결과, 요양병원의 의사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는 31.0명에 이르렀고, 많은 경우 의사 1명이 65명을 진료하는 경우도 있었다. 곁에서 환자를 수시로 돌봐야하는 간호사의 경우 역시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가 11.4명, 최대 47.1명으로 집계됐다.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도 44% 뿐이었다.

현행 의료법은 요양병원의 경우 연평균 1일 입원환자 40명에 1명꼴로 의사를, 연평균 1일 입원환자 6명에 1명꼴로 간호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간 당직의 경우 환자 200명당 의사 1명, 간호사 2명이 근무해야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 요양병원에서 당직 근무자 수 기준을 위반했는지 등은 추후 조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화재 참사를 겪은 효실천나눔사랑 요양병원조차 이미 지난해 12월 18일 인증을 받은 곳이다. 비교적 빨리 진화된 화재에도 30여명의 환자와 근무자가 목숨을 잃거나 다쳤지만, 인증 과정에서 이 요양병원의 화재 대응 시스템이 지적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인증원의 ‘요양병원 인증 조사 기준’에는 ‘화재’ 관련 5개 세부 조사 항목이 있다. 그러나 ‘화재 안전관리 활동 계획이 있다’·‘활동계획에 따라 화재예방점검을 수행한다’·‘직원은 소방안전에 대해 교육을 받고, 내용을 이해한다’·‘금연에 대한 규정이 있다’·‘금연규정을 준수한다’ 등 대부분 계획과 교육 여부 정도만 따지는 수준이다.

더구나 효실천나눔사랑 병원은 최근 각각 복지부와 전남도 지시로 지난 9일과 21일 진행된 자체 안전점검과 보건소 현장점검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겉핥기식 안전 관리와 부주의 탓에 요양병원 화재 사고는 해마다 1~2건씩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경기도 포천시 군내면의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환자 1명이 숨지고 연기를 마신 4명이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는 “요양병원 화재참사! 세월호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며 ”계속되는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노조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곳에서 화재와 같은 재난이 발생해 생명을 잃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노인환자, 거동불편환자, 치매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의 경우 전면적인 안전재점검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건노조는 “병원에서 세월호 참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위함과 재난으로부터 환자와 보호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마련 ▲환자안전과 위험 예방을 위한 인력확충 ▲병원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점검 ▲병원안전 관리 강화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비용절감, 인력부족, 외주화, 의료영리화 등에 대한 근본적 개선대책 마련 ▲국민의 건강과 생명 내팽개치는 의료민영화 전면 폐기 등을 정부와 병원 측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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