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한계를 넘어서는 1차의료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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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한계를 넘어서는 1차의료를 상상하며...
  • 김용진
  • 승인 2014.06.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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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용진 논설위원

 

성남시에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성남지회는 장애인무료치과진료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건치가 조성한 기금으로 매주 건치회원들이 한 치과를 주말에 빌려서 치료를 하는 형태였고, 장애인단체 등에서 추천한 대상자를 지역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직접 방문하여 생활형편과 구강상태를 확인하여 대상자를 선정하여 왔습니다. 

2004년부터는 성남시의회에서 결의를 하여 고비용이 들어가는 보철기공료를 지원하는 형태로 매달 한 번씩 모여서 검진과 치료계획을 세우고 응급치료와 기본적인 간단한 치료를 진행한 후 참가한 성남시 건치 회원들에게 환자를 배분하여 각 치과에서 치료를 진행하여 왔습니다.

동사무소를 통해 환자의 신청을 받고 보건소에서 환자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동안 여러 변화와 어려움들이 있었으나, 꽤 오랜 기간 성남시의 장애인치과진료를 진행하여 나름 성과가 있었습니다.

사업의 시작때부터 건치 성남지회는 성남시립의료원이 건립되어 치과가 설치되면 그 치과가 성남시 장애인치과진료를 담당해야 하고, 우리는 그 때까지 성남시 장애인의 치과진료라는 공공의료의 임무를 일부나마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제 성남시립의료원이 건축을 시작했고, 2017년 완공과 개원을 앞두고 있으니, 건치 성남지회가 해왔던 장애인치과진료도 마무리 과정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제 병원에서 맡아서 2011년에 장애인 치과진료를 받은 환자가 있습니다. 여성 어르신이고 현재 만 66세이시니 치료받을 당시에는 63세이셨지요. 이미 많은 이들이 상실되어 있고, 남아 있는 치아들은 심각한 치주문제와 우식이 있었고 전혀 저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남은 이들이 서로 교합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잇몸을 씹게 되는 고통이 있으셨습니다.

결국 아랫니들은 모두 뽑고 완전틀니를 하고 위는 2개의 치아는 남겨 씌우고 부분틀니를 했습니다. 신체적인 장애와 정신적인 장애가 같이 있으신 분이라서 제작과정이 쉽지는 않았기에 틀니를 잘 만들어드렸는데, 틀니 제작 후 한 달에 한 번씩 오시도록 했습니다. 틀니관리가 걱정되서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올 때마다 틀니는 엄청 지저분했습니다. 전혀 틀니를 빼지도 않고, 따라서 틀니를 닦지도 않으시는 거지요. 혼자 사시는 분이라 함께 모시고 오는 분은 가족이 아니고 복지관에서 도와주러 오시는 분이었는데, 그 분께도 틀니 관리 요령에 대해 설명을 드렸지만, 담당하시는 분이 바뀌기도 하고, 다른 일로 바쁘기도 해서인지, 거의 1년 정도를 매달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원이 중단되셨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오셨는데, 한 번도 안 뺀 틀니는 잇몸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볼이 부었습니다. 지저분한 틀니를 깨끗이 청소하고, 틀니에 의한 자극으로 증식된 잇몸과 점막도 절제하고 봉합해드렸습니다. 치과위생사가 틀니 관리 요령을 다시 한번 자세하게 설명하고, 종이에 큰 글씨로 틀니를 빼서 닦으시라는 등 간단한 설명을 써드렸습니다만, 봉합한 실밥이라도 뽑으러 오실지 걱정입니다. 어느 정도 관리가 잘되는지 보기 위해 매달 오셔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쉽지 않으시겠지요.

건치는 지난 지방선거 때, 지역의 구강보건정책을 몇 가지 선정해서 발표했고 일부 후보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인구 200만명당 1개의 공공장애인치과병(의)원을 설치하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7월부터 75세 이상 노인에게는 임플란트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도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거리가 먼 내용입니다.

설령 보험이 되어도 치료를 할 수 있는 치과의료기관이 없고, 저소득 장애인에게는 보철등 고비용의 치료비용의 부담이 보험치료도 못받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공공장애인치과병(의)원은 이러한 장애인들, 특히 저소득 장애인들에게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될 겁니다.

그런데, 이 장애인환자분의 경우에는 공공장애인치과병원에서 치과치료를 해주던, 지금과 같은 자원봉사에 의해 치과치료를 해주던, 별 효과가 없을 겁니다. 아마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나 방문해서 도와드리겠지만, 그 분들이 지금처럼 장애인 구강건강관리에 소홀하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서 치료를 해주어도 또 치아가 망가지고 잇몸이 망가지고 보철물이 망가질 겁니다.

치료나 건강은 의사나 치과의사 같은 전문의료인들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나 상품이 아니고, 스스로의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이 중심이고, 의료인들은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지요. 여기서 '스스로'라는 것은 그 '한 명'의 '개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 스스로, 지역사회 스스로까지 의미하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조와 자립을 말하는 것일 겁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복지제도가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한거지요. 구강건강과 전신건강의 문제까지 파악하고 각 개인의 상태에 맞게 필요하고 적절한 복지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치과는 1차의료기관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한다고 하여도 치과에 내원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 이상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환자의 삶은 치과를 나서는 순간 저와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아무리 구강관리를 설명하고 강조해도 이 장애인환자분의 경우에는 소용이 없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현재의 한국의 1차의료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1차의료를 한다고 하는 쿠바와 같은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비록 전국민의료보험을 한다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민간의료인 한국의 상황에서 1차의료를 살리자, 1차의료를 강화하자고 하는 것은 그저 보험수가를 인상하여 소규모 동네의원들의 경영난을 타개하자라는 의미를 넘어서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 정도에 국민이 없는 살림에 보험료를 인상해가면서 1차의료를 강화하자는 의료계의 요구에 동의할 수 있을까요? 물론 지금 정도의 1차의료마저 망가지면 큰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1차의료가 아플 때 병원가고 진찰하고 치료하고 처방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1차의료가 지역사회와 결합하는 겁니다.

아까의 장애인환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그 환자를 중심으로 일반(가정)의사, 전문의, 치과의사, 사회복지기관 및 보건소와 지역주민센터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면 전문의와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관련된 건강문제를 주치의에게 제공하고 주치의인 일반(가정)의사를 통해 환자의 삶에서 건강관리 전반에 대한 정보가 모아지고 이에 따른 건강관리 방침이 보건소나 지역주민센터,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전달되어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혹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환자는 틀니를 보다 잘 쓰실 수 있었을 것이고, 잘 씹을 수 있어서 건강도 더 잘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고, 건강하면 필요 없었을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안하고 생산적인 노동에 참여하여 국가발전에 보다 기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1차의료가 이 정도의 역할을 하고, 할 수 있게 해준다면, 보험수가를 배로 올리고, 보험료를 배로 올려도 더 많은 사회적 생산성으로 돌려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을 한국에서는 전혀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상상을 해보는 겁니다. 인류 문화의 진보는 늘 인간이 꿈꾸고 상상하던 것을 이루어 왔으니까요. 언젠간 꿈은 이루어지겠지요.

 

 

김용진(건치신문 논설위원, 구강보건정책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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