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룰 수 없는 치과계의 ‘비정상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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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룰 수 없는 치과계의 ‘비정상의 정상화’
  • 양정강
  • 승인 2014.07.08 15: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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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양정강 논설위원

 

얼마 전부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최근 정부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비정상적 제도와 관행이라고 파악되는 사안들을 '정상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더 그렇지 싶다.

의미 그대로 바르지 않고 떳떳하지 못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거나 바꾸자는 것인데.. 왜 이리 자주 듣게 되고 강조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 비정상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탓이지 싶다.

우리나라에서 임플란트 시술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번성하는 요인 중 하나가 ‘저부담 저수가 건강보험 제도’라고 보지만, 대선을 앞두고 나타난 ‘임플란트 보험급여’ 공약은 정상적인 발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그 공약 생성에 보철학을 전공한 이가 참여했다는 풍문도 들리던데, 기왕이면 예방치과학이나 구강보건학을 전공한 이가 자문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 공약대로 지난 7월 1일부터 75세 이상에게 임플란트 건강보험급여가 시작됐는데, 바로 오늘 받아본 7월 7일자 치의신보 1면의 기사 제목이 <임플란트 보험시대 과도한 상술 ‘기승’>이었다. 며칠 전 들은 어느 정년 퇴직한 교수가 근무하는 치과에서 ‘임플란트 2개에 30만원 운운’ 한다던 풍문이 기사화된 것이었다.

또한 매달 한번씩 ‘국산 명품 월 7만원에 가능’, ‘임플란트 O스템하시면 뼈이식 비용이 반 값’, ‘임플란트 시술시 O스템 무료 업그레이드’ 같은 내용의 문자를 O플란트 치과병원으로부터 받아 보고 있는데, 이 병원 홈페이지엔 ‘2014 소비자가 뽑은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大賞’을 받았다는 자랑 일색이다.

세상 어떤 제도와 정책에도 장단점은 있지만, 치과 임플란트 급여 관련 Q&A 안내를 보니 Q61까지 있었다. 교과서적인 진료를 따라 하기도 벅찬데, 임플란트 보험 청구를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61가지 사례를 숙지해야만 하는 무척 고달픈 시절이 된 것이다.

아울러 건강보험 대행 청구 사례가 한의원이나 약국은 단 한 곳도 없으며 동네의원도 극소수인데, 유독 치과의원에만 대다수가 의존하는 실정이니 치과영역의 보험 청구 단순화가 시급하다고 본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1명 가격에 2명 라식 라섹, 50만원+50만원=100만원 OO밝은세상안과’라는 광고를 보고 평생 처음 차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가격’이란 상품의 팔고 사는 물건의 교환가치라고 풀이되는 단어다. 의료계의 이런 광고 행태, 과연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임플란트와 관련한 비정상적인 행태는 정책 입안자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이를 대하는 치과의사들의 사전 또는 사후 대응 문제로 귀결되니 말이다. 치과임플란트 시술은 그야말로 100세 수명시대에 훌륭하기 그지없는 시술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연치아 상실 이후에 바른 정책과 제도 하에서 바른 방법으로 적용해야 정상적인 것이 되는 시술이기도 하다.

우리 치과인들도 치과계에 존재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이젠 그것이 시대적 요구이자 사회적 과제이기도 하니 말이다.

 

 

 양정강(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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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욱 2014-07-11 13:24:09
청구 단순화의 방향을 제시하시는 선배님이 계셔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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