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철회 없는 세월호 해결은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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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철회 없는 세월호 해결은 무효다
  • 정형준
  • 승인 2014.07.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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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세월호 참사가 7월 24일되면 100일이 된다. 아직 10명의 승객이 실종상태이고, 사고의 원인과 결과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100일이 되었는데도, 왜 사고가 났는지조차 밝히지 못하니, 재발방지는 더욱 요원하다. 정말 무능력한 정부다.

대통령이 지방선거전에 TV에 나와 눈물을 흘리던 모습과 대조적으로 6월 4일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부대사업확대는 행정부가 처리할 수 있는 시행규칙으로, 영리자회사는 아무런 규제 장치도 없는 가이드라인으로만 제시했다. 이 와중에 ‘문창극 참사’까지 일어났다. 제2기 내각을 구성한답시고 추천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패하고, 파렴치한 자들이라서 모두들 일부러 모으려 해도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7월이 되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특별법을 둘러싸고, 정부여당은 완전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야당은 정말 무능하다.

아이를 잃은 슬픔도 엄청난데, 이제 세월호 부모님들이 거리로 나와 단식농성까지 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하고 있다. 정말 생떼같은 아이들을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가 정당한 평가와 책임조차 회피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환멸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세월호 참사보다도 참사 이후의 대응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능력에 심각한 회의를 느낀다고 말한다. 정말 옳은 말이다. 300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순전히 사회체제의 부조리와 모순으로 수장시키고 나서도 제대로 된 반성은커녕, 해결하려는 시늉조차도 하고 있지 않다.

세월호 참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제는 바로 ‘사람’보다 ‘돈’을 우선순위에 두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선박업체의 이익을 위해 노후선박을 수입할 수 있게 규제완화를 해주었고, 더 많은 적재를 할 수 있는 선박의 개조까지 규제를 완화한 것이 시발점이다.

세월호 선원과 선장은 낮은 임금에 최소한의 인력만을 배치하려고 했고, 선장까지 알바선장을 채용했던 것이다. 사고가 나고 구조업체조차 서로 돈이 들까봐 미루면서 세월호 업체와 보험 지정 구난업체만이 투입된 것이다. 모조리 사람보다 돈을 우선한 결과다.

그러나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상식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상식이 관철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다. 이런 제도적 장치들이 하나씩 풀려갈 때 우리의 목숨과 안전도 하나씩 풀려가는 것이다.

지난 3월에 제대로된 사회적 논의라고는 없던 정부가 경제인들을 모아놓고 규제완화 대토론회 라는 것을 TV에서 생중계 하였다. 불과 한달 전 건축물 허가 간소화로 인한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가 있었음에도 말도 안되는 규제완화책이 TV를 통해 방송을 탔다.

학교주변에도 호텔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이야기부터, 병원 영리자회사를 허용해 달라는 이야기까지 그동안 이러한 규제가 왜 있어왔는지를 무위로 돌리고, 돈벌이를 위해 잠금장치를 해제하자는 복마전이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서 300여명이 수장되었다.

10명이 사망한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는 가볍게 무시한 정부였지만, 꽃다운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에서 300여명이나 수장된 것은 무시하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확대안을 계획인 4월에는 차마 발표하지 못했다.

세월호에 탄 아이들의 목숨 값으로 의료민영화를 저지한 것이다.

이제 아이들이 목숨 값으로 막아낸 의료민영화가 재추진되려는 목전에 와 있다. 한국의료는 미친개처럼 돈을 찾아 광분하고 있다. 아직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조차 제정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단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정말 세월호 참사해결에서 빠져선 안되는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만이 아니다. 이 참극을 불러일으킨 ‘규제완화’라는 괴물을 때려잡아야 한다.

우리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과 이 세상을 위해 도리어 필요한 규제를 더욱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청춘을 수장한 아이들이 우리에게 준 시대적 사명이다.

더구나 미친 의료민영화를 막아야 하는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끝>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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