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조3항 위헌소지? 복지부가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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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조3항 위헌소지? 복지부가 "부풀렸다"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4.07.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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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비대위원장 “내부문건서 ‘위헌소지 덜하다’ 판단” 폭로…로펌 법령의뢰서 자체가 ‘위헌 결론’ 유도

 

보건복지부가 치과의사전문의가 1차 의료기관에서 전문과목 표방 시 해당과목만으로 진료를 제한하는 ‘의료법 77조3항’의 위헌소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음에도, 위헌 가능성이 큰 것처럼 얘기했던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치과계 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 이상훈 위원장이 지난 28일 열린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긴급 토론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복지부 내부문건’ 내용을 폭로한 것이다.

이상훈 위원장은 “복지부가 2012년 12월 치협 공청회에서 77조3항은 헌법소송이 제기되면 100% 위헌 판결이 날 거라며 전면개방안을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2012년 8월경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내부문건에서 복지부는 ‘위헌 가능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 이상훈 위원장
문제가 매우 많은데 위헌 맞죠?

특히, 내부문건에는 복지부가 2개의 법률자문기관에 의뢰한 77조3항 위헌여부 법령의뢰서가 첨부돼 있는데, 의뢰서 내용 자체가 “문제가 매우 많은데, 위헌 맞죠” 하고 묻는 식이다. “위헌이다”는 결론을 얻기 위한 의도가 농후한 것이다.

‘치과의사 전문의의 전문과목 표시에 따른 진료영역  제한의 적합성 검토’를 제목으로 한 의뢰서는 “(77조3항은) ‘전문과목 표시’라고 하는 단순한 사실행위 여부에 따라 진료영역을 중대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상급병원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고, 의과나 한의과에서도 두고 있지 않은 제도”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77조3항은) 조리에 맞지 않고 비례의 원칙을 위반 및 의료인에 대한 진료권 제한, 기본권으로서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다”며 “아울러 상기 규정은 위반시 벌칙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법령의뢰 배경을 설명하고 “헌법상 기본권 침해 등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러한 결과 2개의 법률자문기관은 “치과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 환자의 알권리 등을 들어 이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강하다”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내부문건에서 “통상, 법률자문기관은 자문의뢰 내용이 자명하거나 의뢰인의 주문사항이 ‘은근히’ 주문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자문결과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 경우 과연 의뢰인은 무엇을 주문했는지에 대해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그 자문결과는 법령해석의 원칙에 충실했거나 전체 맥락을 보고 판단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며 “77조3항의 표면적인 내용에 한정해 위헌적 요소를 나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종합적 검토 결과 “위헌가능성 덜하다”

치과의사전문의 규정 개선 논의에 대한 '내부문건'은 크게 ▲의료법 77조3항은 진정 위헌인가? ▲전속지도전문의 연장 논의 시 검토사항 ▲경과조치와 특례조치 3가지 사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놓고 있다.

‘77조3항 위헌여부’에 대해 복지부는 “문제조항의 규제적 측면은 과히 적다고 할 수 없다”면서 “또한 표시여부를 자율에 맡겼다고 하나, 표시할 경우 진료영역이 심대하게 제한되는 점에서 보면 사실상 표시여부를 당사자의 순수한 재량과 자유의지에 맡겼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그럼에도 가급적 전문과목 표시제한을 통해 얻고자 했던 의도나 법익(法益)은 무엇이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입법가들은 77조3항 개정 당시, 제도의 취지, 필요성 및 찬반토론을 충분히 전개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복지부가 정리한 제도도입 찬성하는 의견의 요지는 ▲치과의원은 전문과목을 가급적 표시 하지 않기를 의도 ▲전문과목 표시와 관련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장차 전문과목은 보철과나 교정과만 살아남을 것이고, 그 과목만 전문의가 계속 배출될 것이며, 반대로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못하는 진료영역과 그 해당 전문과목의 경우에는 고사할 가능성이 높음 ▲치과의원은 다양한 치과질환을 모두 대처할 수 있고, 그 분야의 전문의도 균형있게 전문의가 배출돼야 전반적으로 치과의료의 수준이 높아진다 할 것이나 표시로 인한 수익성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전문의 양성체계가 왜곡될 수 있음 ▲의원의 경우에는 제한을 두되, 병원의 경우에는 최소병상을 두는 규제를 두는 조건으로 진료제한을 풀 경우 의료전달체계가 확립에 도움 ▲환자측면에서는 어느 치과의원에서도 충치치료, 신경치료 등 일반적인 진료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을 선호할 것이고, 사실 환자들은 본인의 구강건강상태나 질환의 양상에 대해 막연한 불편이나 고통만 느낄 뿐이고, 치료를 해줄 전문과목은 치과를 방문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임의대로 자기진단을 하여 표시과목의원을 전전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에게 더욱 불편하게 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 ▲제도시행 초기에는 규제적 측면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치과의료의 전달체계, 균형있는 전문인력 배출, 진료환자의 편의성 등이 해소될 수 있음 등이다.

복지부는 “위와 같은 견지에서 이미 국회는 77조3항 도입 당시 규제의 정도와 위헌 시비 가능성을 검토해 입법화 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법령의 해석이나 상위법에의 저촉여부를 판단할 경우에는 해당조문에 국한해 검토하지 않고, 사회적 분위기나 입법배경, 전체적인 법령의 취지, 과거법령을 포함하고 현행 상하위 법령이나 관련법령 등과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석한다라는 측면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복지부는 “위헌가능성은 반드시 위헌이라거나, 추호의 위헌여지도 없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조심스럽게 주장컨대 위헌가능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치과는 함흥냉면집이 아니다

특히, 복지부는 내부문건에서 77조3항을 함흥냉면집에 비유하며, 위헌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위헌이란 주장은 “함흥냉면 간판이 붙어 있는 식당은 함흥냉면만 팔고 있는가? 식당주인은 함흥냉면 이외에 평양냉면, 강진냉면은 팔면 안될까? 소비자는 냉면집에서 냉면만 먹고 갈비, 수육은 옆집 가서 해결하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

복지부는 “치과의원이 길거리 냉면집은 아니고, 더욱이 치과의사전문의가 냉면집 사장은 결코 아니다”면서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논자들은 의료법 77조3항을 마치 식당에서 음식팔고, 시장에서 물건 고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매우 위험스러운 사고”라고 비판했다.

또한 복지부는 “얼핏보면 77조3항은 위헌소지가 매우 높아 보이나 법리해석의 유사사례에서 볼 때 ‘꼭’, ‘피할 수 없이’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법규정이 불명확하거나 상위법에 저촉 여부를 따질 때에는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조항에 국한하지 않고, 당해 법령의 제·개정 배경이나 사회적 맥락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주목할 만한 맥락’은 부작위 위헌판결(98년) 이후 합의된 소위 3대원칙에 따라 ▲대통령령 제정(경과조치 인정안함) ▲전공의 배정(20% 수준)과 전문의시험으로 소수정예를 지키고자 했던 초기 노력 ▲개원가 표시금지 제도화와 보완 등이다.

복지부는 “단정적으로는 경과조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 의료법 77조3항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의 압도적인 분위기는 역으로 제77조3항이 위헌이기 때문에 경과조치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밖에도 내부문건에는 ‘전속지도전문의’ 문제와 관련 ▲전속지도전문의 내의 특례전속지도전문의 비율 점진적 감축 ▲전공의 규모 점진적 감축 ▲수련병원 기준 엄격히 강화를 대안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내부보고서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가 (77조3항의 위헌소지를) 일부러 부풀렸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고, 맞지도 않는다”면서 “우리는 (국민을 위해서) 사실 그대로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복지부 관계자는 “(KBS에서나 떠들면 모를까)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던, 기분이 나쁘던 일체 따질 생각이 없다”면서 “너무 바쁘다. 그런 것에 일일이 대응할 시간도 없고, 일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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