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국가의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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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국가의 개다
  • 송필경
  • 승인 2014.08.18 1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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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송필경 논설위원

 

최근 군에서 악랄한 집단 구타로 ‘윤 일병 사망 사고’가 났고, 군 당국은 이 사건을 ‘턱하고 탁자를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식으로 단순 사망 사고로 처리하려다 들통이 났다. 이 작태 때문에 수구 언론이 앞장서 군을 조롱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8월 8일자 기사에서 군인의 명예를 비하한 ‘군인은 국가의 개’란 제목을 뽑았고, 이를 ‘TV조선’이 인용했다.

우리 군대의 변태적이며 폭력적인 가혹행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병대 훈련 시절 “당시 훈련소에서 교관이 ‘너희는 사람이 아니다. 국가가 키우는 개다’라고 배웠다”고 증언한 사람도 있다. 그 당시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잘못을 꾸준히 반복하면 잘못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간 의식의 속성이 있다. 저급한 조폭 집단에서 그런 속성이 잘 드러난다.

ⓒ 출처 송필경 논설위원 페이스북

우리 사회는 군의 이런 저급 행태를 잘 소화하는 사람을 ‘남자답다’고 추켜세운다. 훈련의 강도가 높을수록 군기 확립이라는 명목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다. 군에서 배운 비뚤어진 ‘남자다움’을 제대 후 사회생활에서도 적용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

그 대표적인 집단이 해병전우회와 월남참전군인회다. 전국 어디서나 동네에 그럴듯한 행사가 있으면 빨간 명찰을 단 군복을 입은 해병전우회가 완장차고 호각을 입에 물고 으레 등장한다. 월남참전전우회 특히 고엽제피해전우회는 반정부 모습을 보이는 시민단체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이들의 집회에 가스통을 들고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였다. 고엽제란 맹독 피해를 입힌 당사자인 미국에게는 한마디 못하고, 미국에 대해 자주적 입장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에게 왜 가스통으로 위협하는 지 그 이유를 얼마 전까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국방부는 윤 일병 사건이 불거지자 8월 8일에 모든 일과를 중단하고 전군을 대상으로 특별교육 했다. 이재혁 국군양주병원장(대령)은 한 강연에서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정당화하고 ‘윤 일병 사건’을 7ㆍ30재보선 패배세력의 음모로 매도하는 발언을 했다고 11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한국일보가 녹취한 반인륜적인 이 대령 발언을 조금 요약했다.

 “월남전에서 해병대는 베트콩이 안 건드렸어요. 베트콩이 나타나면 마을을 몰살시켰어요. 베트콩이 우리를 손댈 수가 없어. 잔혹행위를 자행한 걸 가지고 잘했다 잘못했다를 떠나서 그렇게 한 것은 그게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잔혹행위라도 해서 살아남는 게 장땡이다. 만약 우리나라 전쟁에서 그렇게 했다면 큰일 나겠지만.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 병사들이 많이 살아서 복귀하는 거잖아. 그래서 그걸 윤리적으로 비판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사망한 윤 일병이라는 친구가 행동이 굼뜨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내가 선임병인데 얘가 행동이 굼뜨고 눈치가 없고 그래요. 그러면 얘한테 내가 바라는 게 뭐냐를 생각해. 얘가 눈치가 빠릿빠릿해졌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현실적으로 요런 상황에서는 요렇게 해라, 그게 본인한테 더 이익이 되지 않겠어요? 다 부처님 공자님이 돼 갖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러자는 게 아니라 철저한 개인주의적인 얘기를 하는 거야. 나한테 뭐가 유리하냐. 윤 일병이 맞아 죽는 게 나한테 유리해,”

정몽준 아들이 세월호 사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며 ‘우리 국민은 미개인이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그 아들의 엄마인 정몽준 부인은 ‘발언 시기가 잘못이지 사실은 맞는 말이잖아요’라며 한 술 더 떴다. 마찬가지로 ‘남자다움’을 뽐내는 많은 전역 군인들은 이대령의 생각을 옳다고 여길 것이다.

‘베트남평화가행단’은 지난 7월 27일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이 무자비하게 학살을 자행한 ‘푸옌성’을 찾았다. 거기서 유격대원이었고 민간인 학살로 어머니를 잃은 ‘찐 아저씨’의 소감을 들었다. “한국 참전 군인들은 아군과 적군이 구별이 안 돼 민간인 피해자가 났다고 말 합니다. 나도 군인이었습니다. 진정한 군인이라면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70, 80세 노인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어린이에게 총질하는 것은 군인이 아닙니다.”

 ‘진정한 군인은 싸워야 할 대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는 ‘찐 아저씨의 정확한 말 한마디에서 나는 우리 군이 저지르는 악폐의 근원을 찾았다. 이승만은 반민족 친일 인사를 척결하지 않고 오히려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들에게 군 지휘를 맡겼다. 그 군인들은 민족적 인사를 빨갱이로 올가미 씌워 대구에서, 제주에서, 여수와 순천에서 학살했다. 한국전쟁에서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박정희의 군대는 베트남에서 미국의 용병을 자처해 다른 민족을 학살했다. 이는 홍익인간을 주장한 단군 후손의 역사에서 남의 나라를 민중을 학살한 첫 사건이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전두환은 베트남에서 배운 못된 버릇을 광주 민중에게 저질렀다.

‘찐 아저씨’ 지적처럼 대한민국 군인은 한 번도 싸워야 할 정확한 대상하고 싸우지 않았다. 병영에서 후임에게 조폭 같이 군림했고, 제대 후에도 전투복을 입고 동네에서 그 잘난 ‘남자다움’을 뽐내고, 민주를 바라는 시민에게 가스통으로 위협했을 뿐이다.

올해는 건군 66주년, 베트남 참전 50주년 되는 해다. 그동안 우리 군은 군인으로서 제대로 된 윤리를 갖추지 않았으니 병영 문화가 ‘개판’일 수밖에 없었다. 수구 언론에게조차 “군인은 국가의 개다”란 모욕을 당하고 있음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군인은 최고 권력자의 개”였음은 자업자득이다.

 

 
 

송필경(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전 공동대표, 現 생각하는치과 前 범어연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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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팔 2014-08-22 17:38:13
송원장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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