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얼병원의 ‘실체’와 정부의 ‘기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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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얼병원의 ‘실체’와 정부의 ‘기만책’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09.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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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그룹 CSC그룹은 페이퍼 컴퍼니‧이미 지난해 부도처리…사실상 국내영리병원 전면화를 위한 교두보

 

국내 제1호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인 ‘싼얼병원’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달 안으로 싼얼병원의 사업계획을 재점검하여 승인여부를 확정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각종 언론사를 통해 싼얼병원 모(母)회사의 비리와 불법이 보도되면서 승인여부가 불투명해졌다.

▲ 싼얼병원 조감도

싼얼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계 China Stem Cell Health Group(CSC 그룹)은 복지부에 싼얼병원 설립계획서를 제출했다. 계획서에 따르면 싼얼병원은 중국 관광객이 선호하는 피부‧성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별화된 건강검진 센터를 운영해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싼얼병원은 505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호근동 9839㎡ 부지에 지상 4층‧지하 2층 48병상 규모로 병원을 짓고, 진료과목은 성형‧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총 4개로 한다고 밝혔다.  중소 규모의 병원이다.

복지부는 ‘의료응급체계 미비’와 ‘불법 줄기세포 시술 우려’를 이유로 승인을 반려했다. 그런데 정부는 6차 투자활성화계획을 발표하면서 싼얼병원을 승인할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싼얼병원이 s-중앙병원과 응급실 MOU를 체결한 것과 줄기세포 시술 포기 각서를 제출한 것을 근거로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싼얼병원과 s-중앙병원까지의 거리는 38km로 차로 약 1시간이 걸린다. 만약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른 조치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줄기세포 시술 포기 각서를 썼다고 하지만, CSC그룹은 줄기세포 연구와 시술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당시 복지부가 “국제병원의 특성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진료내역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쉽지 않다”면서 “불법적 줄기세포 시술 등에 대한 의료감시체계 확립이 요구 된다”고 승인 보류에 대한 이유를 밝혔었다.

결론적으로 병원 안에서 불법적인 줄기세포 시술이 이뤄져도 정부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6차 투자활성화대책 중에 신약과 신의료기술 촉진을 위해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하는 연구자 임상 인정 범위를 현재 자가 줄기세포 치료제에서 ‘모든’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자신의 대책과도 충돌한다.

불법과 사기로 점철된 싼얼병원

싼얼병원의 모(母)회사인 CSC그룹 역시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7월 CSC그룹 대주주이자 회장인 쟈이쟈화(翟家华)가 경제사범으로 구속됐으며, 지난해 8월 은행 대출금 상환 문제로 이미 부도가 난 상태라고 한다.

CSC그룹과 그 산하 기업들은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페이퍼 컴퍼니로 사기에 가까운 줄기세포 기술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식으로 사업을 해온 조세회피 기업이며, 채무만 있고 채권은 없는 회사로 밝혀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집중 상환을 요구 했고 직원들은 집단 소송중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싼얼병원 홈페이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있던 싼얼병원 계정도 지난해 3월 이후 휴면상태이다.

여기에 CSC 그룹이 줄기세포 효능 선전을 위해 사용한 독일에서 이전받았다는 특허기술인 PPC세포치료 및 세포보건기술 역시도 허구라고 밝혀졌으며, 중국내 시행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 역시 중국 복지부의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해 중단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CSC그룹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북경산얼병원’은 2층 규모의 작은 병원뿐이며, 그마저도 2009년 6월 신종플루 감염 의심환자를 파악하지 못해 영업정지를 당한 바 있다.

최근 모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싼얼병원은 이미 지난 5월 매입한 병원 부지를 매각하고 철수를 준비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복지부와 싼얼병원 측은 “매각을 시도한 것은 병원부지가 아닌 숙박용 부지”라며 “사업 철수를 고려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싼얼병원, 국내 영리병원 허용 위한 ‘교두보’

정부는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전국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 8곳(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충북, 동해안)의 규제를 제주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현 경자구역 외국병원의 규정은 외국의사 10%이상 고용, 병원장‧진료의사결정기구의 50%이상 외국인으로 되어있지만, 제주도의 경우 ‘외국의사 종사 가능’으로 돼있다.

또한 대한병원협회는 줄곧 “경자구역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병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해왔다. 제주도에 싼얼병원 설립과 경자구역 규제 완화는 병원협회의 ‘역차별’이라는 주장에 반박할 근거조차 없애는 것이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경자구역과 제주도에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도입해서 국내 의료체계 전체 영리화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시도”라며 “이는 민영화된 미국식 의료공급체계를 도입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싼얼병원의 실체가 바로 영리병원과 한국의료가 처하게 될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복지부는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제 정신을 차려, 당장 싼얼병원 승인과 영리병원 허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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