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되는 희망.. 한 뼘 더 성장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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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되는 희망.. 한 뼘 더 성장한 느낌”
  • 노성은
  • 승인 2014.09.25 16: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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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노성은 학생

 

가장 인상적이었던 교육내용은 3일차에 건치 공동대표 정달현 원장님과 함께 서교동의 청소녀 건강지원센터 ‘나는 봄’에 방문한 것이었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활동을 펼쳐 온 막달레나공동체가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가출과 성매매 등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녀들을 위한 건강지원센터이다.

들어가 보니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평범해 보이는 소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김밥과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병원보다는 집같은 꾸밈이었고, 산부인과 진료실, 치과 진료실, 심리치료 상담실, 공용 공간, 샤워실, 세탁실, 안정실 등의 공간 구성도 잘 되어 있었다. 공간의 구석구석까지 운영자들의 애정과 바지런함이 미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곳은 왜인지 허름하고 어두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기분 좋게 깨어져 좀 감동스러울 정도였다.

 
상담실에서 차를 대접받으며 상근활동가분의 설명을 들었다. 현재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가 지역마다 운영되어 병원 연계나 의료비 지원 등이 가능하지만, 쉼터에 가면 부모님께 연락이 되기 때문에 그들이 이용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성매매에 노출되어 성병에 걸려도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다 그대로 몸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고, 폭식과 구토 때문에 위장 장애와 치아 부식도 많다는 설명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봄’은 쉼터와는 다르게 숙식 제공 없이 의료서비스만 지원한다. 전문의와 간호사가 요일별로 정기적으로 근무하고, 중대한 질병이거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협력병원에 연계해 무료 검진과 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자원봉사 의료진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풍부한 먹거리와 함께 잔치 분위기로 진행하는 이동치과버스 진료는 입소문이 나서 성황리에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아이들이 길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히 다가가지 않으면 금세 도망가 버리는, 사납지만 겁많은 녀석들. 매주 수요일마다 치과진료를 담당하시는 건치 회원 정석순 원장님이 강조하시는 점도 그것이었다. 우선 친해지는 게 먼저라고. 그들이 벗어나고 싶었던 권위나 간섭을 여기서도 느끼게 되면 다음 진료 약속 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청소녀 시절을 지나 왔고 그 때의 이유 없는 예민함을 기억하기 때문인지, 중학교 때 가출해서 수많은 소문만 남기고 행방이 묘연해진 동창이 떠오르기 때문인지, 특히 여기에서 마음의 파장이 오래 남는다. 믿음직한 치과의사가 되어 이 곳에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다.

그 외에도 ▲1일: 건치소개 ▲2일: 의료민영화 관련 다큐멘터리 ‘dollars and dentists’와 ‘최후의 권력 4부: 금권천하 편’ 시청 ▲4일: 의료민영화 세미나 ▲5일: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운동 ▲6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참관 ▲7일: 서울경기지부 회의 참관 ▲8일: 치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관 ▲9일: 팟캐스트 ‘나홀로 원장실’ 방청 ▲10일: 건치신문 기자체험 등 2주간의 알차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의료의 공공성, 지역공동체운동, 사회봉사 등의 화두를 품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치과의사가 되어야 할지 정체성을 세워가는 과정에 이번 교육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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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호 2014-09-25 17:07:01
어이쿠, 글도 잘 쓰시는군요...좋은 기억 가지고 가시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전양호 2014-09-25 17:05:19
어이구, 글도 잘 쓰시는군요...좋은 기억 가지고 가시는 것 같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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