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 그랜드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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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 그랜드 센트럴
  • 신이철
  • 승인 2014.10.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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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철 원장의 '영화 한줄평' ⑨ 레베카 즐로토브스키 감독의『그랜드 센트럴(Grand central)』

 

 

[그랜드 센트럴] ★★★★

높은 보수를 쫒아 원전에 취업한 갸리는 동료의 약혼자 카롤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잘못된 만남이란걸 알면서도 점점 빠져드는 두 사람. 돈을 벌기위해 매일같이 위험한 원자로에 들어가는 이웃들. 뜻밖의 사고로 피폭이 되었지만 일자리를 잃는 게 두려운 갸리는 방사능 측정기를 조작해서라도 일을 계속하려 한다.

원전노동자들은 죽음의 수치를 향해 달려가고 연인들은 몸뚱아리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살아간다. 돈과 욕망이 뒤섞인 원전노동자의 삶은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의 전쟁이다. 결국 이들의 만남은 파국으로 치닫고 사고의 위험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데...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레아 세이두와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의 타하르 라힘이 출연해 화제가 된 영화다. 지난달 국내에서 개봉했지만 아쉽게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레아세이두의 과감한 노출과 강렬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끌지 못했나 보다.

찐한 멜로영화가 분명한데도 재미를 위한 극적요소를 자제하고 다큐에 가깝게 사실적으로 찍은 까닭이다. 하지만 원전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한다. 영화는 에너지의 80%를 핵에너지에 의존하면서 원전축소 노력을 등한시 하는 프랑스를 향해 경고한다.

 

실업과 에너지가격 상승이라는 반대여론을 핑계로 잘못된 정책을 반복하는 프랑스정부는 눈앞의 욕망을 쫒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후쿠시마의 재앙을 바로 옆에서 보고서도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포기하기는 커녕 원전을 계속 늘려 나가겠다는 한국정부가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헐리우드의 재난영화식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재미있었겠지. 하지만 재난을 재미와 흥행의 수단으로 다룬 영화는 '나에게 닥칠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저 남의 일이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반면 그랜드센트럴같은 영화는 답답하리 만큼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재미는 그다지 없지만 찝찝함은 오래 남는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하면 레아 세이두 때문에 본 영화다. '시스터'에서 레아 세이두를 처음보고 대단한 배우라고 느꼈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의 표정연기를 보고 반했다. '페어웰 마이퀸',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미녀와 야수'까지 다 찾아보게 만든 배우다. 이번에도 역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007의 본드걸로 나온다니 좀 실망스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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