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케치] 상주 양진당과 대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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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케치] 상주 양진당과 대산루
  • 박종순
  • 승인 200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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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지역의 특이한 한옥들


지금이야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산수풍경이 좋은 터에 자리한 멋진 집에 살아보고픈 욕심이야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것이 꿈인 이상에 이렇게 옛 살림집 구경을 나서는 것도 나름대로 준비 또는 공부도 되겠기에 그 곳에 내 몸을 실어 보기로 한다.

직지사에서 불교문화대학 강의를 흥선스님에게부터 듣고 양진당과 대산루를 만나러 떠나본다.

양진당으로 가는 길 양쪽으로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이 넓은 들판의 경제력이 모이는 곳이 바로 양진당이었을 것이다. 그 들판 한 켠 낮은 구릉을 뒤로 하고 커다란 ㄷ자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그 입지조건이며 마치 종묘 건물에서나 느낄법한 커다란 스케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층 정도로 높인 본채와 완벽한 이층 구조를 가진 날개채 등… 생경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한옥의 익숙한 모습들인 아늑한 산 아래 단층의 여러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루는 집합적 형태의 아름다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물론 그 이유는 낙동강의 잦은 범람으로 인한 상습적인 침수지역이기에 바닥면을 높였으며 순수한 살림집이라기 보다는 문중의 제사를 주요한 기능으로 삼은 특수한 살림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생활과 결부되지 못하고 살림집으로써 가져야할 기능들이 해결되지 못하는 집에서는 건축적 감동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산루는 살림집은 아니다. 우복 정경세가 공부하던 곳에 후손이 다시 지은 단층 강학공간과 2층 누각에 휴양, 접객, 독서를 위한 공간이 완벽히 하나로 결합된 복합건물이다.

우선 주변 환경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옆으로는 작은 실개천이 그리고 앞으로는 큰 개천이 흐르고, 앞으로는 멀리 큰 산이 옆으로는 가깝게 낮은 구릉을 대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연환경을 모두 끌어들이기 위해 단층과 2층 누각을 직각으로 연결한 특이한 구조로 되어있다. 즉 단층은 큰 경관인 원경을 중층 누각은 작은 경관인 근경을 향하도록 계획됐다는 것이다. 이 건물의 이름이 바로 산을 대하고 있는 마루이기엡.

이런 곳에서 즐거운 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하고 주변의 자연도 즐기는 모습을 그려 보며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종순(건치 문화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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