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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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 전양호
  • 승인 2014.12.01 10:17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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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본지 전양호 편집국장

 

유디와의 12건의 민사소송(항소 포함하면 19건, 1건의 조정을 제외하고 다행히 모두 승소)과 2건의 형사고발(혐의 없음)이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멘붕이었다. 나름대로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마흔 언저리의 치과의사에게 하루건너 날라오는 소송장은 현실적인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 짐을 나눠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죄송함이 가장 먼저 다가왔다. 과정에 한 치의 개입도 없었던, 그 동안 오로지 믿고 도와주시기만 했던 분들이기에 그 죄송함은 더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치 회원분들과 건치신문의 후원회원분들은 함께 분노하고 옆을 지켜주셨다. 아마도 그 분들이 없었다면, 너그러움과 응원이 아닌 질책이 먼저였다면, 정말 길거리에 앉아서 꺼이꺼이 울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요즘 사법부가 여러 가지 사회적 현안들과 갈등을 결론짓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곳 역시 정치의 영역에서 그리고 힘의 논리에서 분리시킬 수 없는 곳임은 최근의 중요한 재판결과들을 살펴보면 익히 알 수 있다. 민사소송 역시 그렇다. 약자들에게 최후의 보루일 수도 있지만, 이 곳 역시 힘과 돈이 있는 자들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소송들을 기꺼이 맡아 기울어진 운동장의 한쪽을 혼자의 힘으로 지탱해주시느라 말도 안 되는 수고를 해 주신 양승욱 변호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이 일을 통해 건치신문이 더욱더 성숙해지길 바라셨던 마음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도 함께.

치협과의 민사소송이 두 번째 재판을 앞두고 있다.
기사를 통해 알려드린대로 두건의 민사소송 중 한 건은 취하한 상태이며 두건의 형사고발은 각하, 공소권 없음의 처분이 내려져 더 이상의 법적 다툼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행중인 민사소송 한 건은 전문의제와 관련한 본지의 기사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낸 회비로 고용한 변호사와 법적 다툼을 하는 상황이 유쾌하지는 않고, 이런식으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힘을 사용하는 것이 불만스럽다. 그리고 걸핏하면 소송이 난무하는 최근 치과계의 분위기에 치협이 가세하는 것이 마뜩치 않기도 하다

게다가 뒤늦게 알게 된 형사고발은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형사고발은 공권력에 의한 조사와 법적인 처벌을 전제로 한다. 치협은 전문의제 기사 관련 민사소송에서 본지가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치협에게 자신들이 휘두르는 칼이 누가 쥐어준 칼인지, 그 칼이 어떤 사람에게 얼마나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했었는지 묻고 싶다. 치과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법로비 관련 수사도 어버이연합의 검찰고발로 시작되었다. 그냥 겁 좀 먹으라고 이런 일을 하지는 않았을거라고 믿고 싶다.

최근 공무원 연금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치열하다. 방법론에서의 차이는 있겠지만 진보, 보수를 떠나 어떤 방식으로든지 손을 대야한다는 것에는 대략적인 사회적 합의는 있는 듯 하다.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발이 강하지만 여론 역시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아 공무원들에게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기 밥그릇 뺏겠다는 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장의 합리성을 떠나 공무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여론이다. 그 동안 국민들이 공무원들에게 가졌던 생각들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이들의 주장의 사회적 정당성을 규정짓게 된다. 국민들에게 헌신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졌다면, 공공의 서비스가 이들을 통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면 어땠을까? 좀 더 낮은 곳의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쉬운 길을 가고 있지 않았을까?

의료를 상업화하려는 자본과 정부의 공세가 거세다. 여기에 대한 보건의료인들의 반대는 자기 밥그릇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폄훼되기 일쑤다. 저놈들 나쁜 놈들이라고, 저놈들 돈벌이에 눈이 멀어서 국민들 건강은 안중에도 없다고 아무리 외쳐도 기득권 지키려는 사람들로 취급받기 일쑤다.

치과의사의 사회적 신뢰도가 다른 전문가 집단에 비해, 의사들에 비해서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의료윤리를 지키고 돈보다는 환자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며, 사회적 약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공정한 전문가집단으로써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얻을 때만이 의료상업화를 막을 수 있고, 역설적이지만 우리의 기득권도 지켜낼 수 있다. 가장 멀고 힘든 길이지만 최선의 길이기도 하다.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다.

한 것 없이 세월만 보낸 것 같아 건치신문을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게 죄송한 마음 가득이지만, 다음을 맡아주실 분의 능력과 품성을 믿기에 편하게 이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3년 동안 지켜봐주신 독자분들과 함께한 기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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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 2014-12-10 13:09:29
느므느므 수고 많았어요...

전양호 2014-12-08 11:16:17
당분간 무위도식해야지 ㅋㅋ...

이금호 2014-12-06 10:52:20
시원 섭섭 하겠다..이제 뭐 할거냐?

안은선 2014-12-04 17:18:16
그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집국장님. 짧은 기간이었지만 감사합니다.

민트향기 2014-12-04 14:16:00
그간 고생많으셨습니다. 편집국장님- 마무리조차....멋지시군요. (하지만..차마 조인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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