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법이라 쓰고 ‘의료민영화’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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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법이라 쓰고 ‘의료민영화’라 부른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4.12.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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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기재위서 ‘의료민영화’ 화두…새정연, 복지부 고유권한 침범‧재벌 살리기 꼼수 등 낱낱이 지적

 

의료를 서비스산업에 포괄시켜 영리화 시키려는 꼼수가 담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이 높은 반대 여론의 산을 넘지 못하자, 조급해진 기재위 내 여‧야의원들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본원에서 열린 제7차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정희수)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위원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특히 서비스산업 육성이라는 미명 하에 가려진 의료민영화의 실현이라는 우려가 대두돼 집중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공청회에는 한국개발연구원 김주훈 선임연구위원, 참여연대 김남근 집행위원장, 국민대 경영학부 김현수 교수,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이 진술 패널로 참석했으며, 기재위 나성린 위원(새), 류성걸 위원(새), 박원석 위원(정), 오제세 위원(새정), 박영선 위원(새정), 윤호중 위원(새정) 등이 자리했다.

▲ 좌측부터 이동주 정책실장, 김현수 교수, 김주훈 연구위원, 김남근 변호사
기재부→복지부 ‘수직적 장악’ 꼼수 비판

박원석 위원은 “이번 서비스법은 제조업을 제외하곤 의료 등 모든 서비스업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유사법안이 발의됐는데, 당시에도 의료, 관광, 레저, 정보통신 등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서비스산업을 열거했다가 의료민영화 논란이 되니 이제와 시행령으로 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위원은 “문제는 이번 법안이 공공의 의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서비스업까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하위법령에 위임했다는 것”이라면서 김남근 변호사에게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 김남근 변호사
이어 그는 “기재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선진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굉장히 문제가 많다”면서 “일각에서는 기재부 장관이 관련 정책사업에 관한 정권을 갖고 주무부처인 교육부나 복지부가 고유업무를 뺏겨 일개 집행부서로 전략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면 굳이 통합입법을 할 것이 아니라 정부 간의 협의체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기재부가 총괄 위임이란 명목 하에 다른 주무부서의 고유업무를 수직적으로 관여하려는 시도가 타당하냐”고도 질의했다.

이에 김남근 변호사는 “이를테면 유통과 정보통신과 같이 연관성이 있는 분야들은 협력행정을 통해서 할 수 있음에도 굳이 통합입법을 하는 데는 의문이 있다”면서 “규제완화 내용을 포함한 포괄 방식보다는 굳이 필요하다면 개별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벌 살리고 공익 죽이는 ‘통합법’ 불가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았던 오제세 위원은 이번 서비스법이 기재부와 특정 재벌만을 위한 법안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먼저 오제세 위원은 “유럽이나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경제 성장률이 훨씬 낮은데도, 서비스업의 규제 때문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낮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서비스법에 찬성의견을 밝힌 김 교수와 김 연구위원의 발제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 오제세 위원
오 위원은 중국이 20년 전 서비스산업 육성의 가치와 호용에 대해 준비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한참 쳐져있다는 김현수 교수의 발언에 대해 “중국의 의료는 산업이 아니며, 공공이다”며 “제조업에 유통 등 서비스업을 융합시켜 발전시키겠다는데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겠지만 의료를 산업화하려는 내용이 들어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은 “이 서비스법은 복지부의 고유권한을 기재부에 주고, 중소기업과 재벌 간의 이익다툼에서는 재벌에게 이익을 준다”며 “그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 서비스법으로 인해서 누구의 권한이 더 커지고 누구의 이익이 상실되는지를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특정 재벌들의 이익을 위해 복지부의 권한과 공공의 이익을 훼손해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법 아우른 전술작전에 통수권자는 ‘기재부(?)’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서비스법은 국내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의료영리화나 민영화와의 연관성을 끊기에 급급했다. 질의시간에도 주로 “의료민영화라는 오해에 대해 해명해 달라”, “(의료민영화)그런 거 아니죠?” 등의 ‘해명 질의’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나성린 위원은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이 내수산업 활성화를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주장하는데도 이 법안이 계속해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면서 “서비스법이 통합법안으로 가야하는 근거를 설명해 달라”고 김주훈 교수에게 요청했다.

김 교수는 “개별법도 필요하지만 총괄법도 필요하다”며 “이를테면 전쟁터에서도 소‧중대단위 전술도 필요하지만 전체 육해공을 아우를 수 있는 통수권적인 전략지도도 필요하듯이 서비스법이 그 맥락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 위원은 “야당 의원들이 서비스법에 반대하는 이유가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이번 서비스법에 의료민영화 정책은 담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질의를 던졌다.

이에 김주훈 교수는 “의료는 의료정책으로 볼 일이지, 서비스법은 의료를 산업화시킬 수 있는 영역과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외국인 환자 유치, 중동에 병원 수출 등 고용과 부를 창출하는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라며 앞뒤가 다른 해명을 내놨다.

▲ 4일 제7차 기획재정위원회
한편, 질의응답에 앞선 진술패널토의에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제를 던진 것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남근 변호사뿐이었다. 김 변호사가 첫 번째 진술자였지만, 누구도 ‘의료민영화’라는 의제에 응답하지 않았다. 언급도 없었다.

김 변호사는 “의료와 같은 공공서비스 분야는 민영화 내지 영리화의 방향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면서 “국공립병원,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제공해 국민 소득수준에 맞는 저렴한 의료 공공서비스 산업 발전방향이 정립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의료와 같은 공공서비스는 생활필수재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의료비 상승은 가계비 부담과 이를 이용하는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은 물론, 민간병원의 경우에도 의료산업이 지나치게 영리사업 위주로 운영되지 않도록 공적 규제와 감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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