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권 선언의 날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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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권 선언의 날을 맞아…
  • 박한종 논설위원
  • 승인 2014.12.08 14: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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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박한종 논설위원

 

 

12월 10일은 세계 인권 선언의 날이다. 1948년 유엔에서 세계 인권 선언을 한 날로 세계가 함께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례들은 우리 인권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동성애자들에 대한 처신과 역시나 그리 분류되던 "오늘의 유머"란 게시판에서 발생한 이자스민 의원이 발의했다는 불법체류자 인권보호를 위한 법안을 둘러 싼 논란이 그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을 기념해 준비했던 서울 시민 인권 선언에 성적 소수자의 차별 금지 조항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폐기하였다고 한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핑계는 물론이고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개인의 견해를 밝히기까지 했다.

동성애 문제는 그것에 대한 호/불호나 개인적으로 지지냐 반대냐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나와 다른 성적 취향의 이웃의 존재, 그들이 그것을 이유로 차별 받아선 안되는 나와 동등한 인간이란 사실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전에 여러 차례 동성애자들의 차별이 옳지 않음을 밝혀왔고, 이를 시정해야한다고 역설해 왔다. 그럼에도 갑작스런 선회, 더 나아가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마저 당연시하는 보수적 교단 모임에서 자신의 개인적 소신을 역설했다는 소식은 향후 예상되는 그의 정치적 선택을 고려하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김대중, 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경우조차 상대적 진보성의 평가에도 결국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재편과 가속이란 성적표를 반성해 본다면, 상대적 진보란 이유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도 이 문제를 최소화해선 안 될 일이다.

‘오유’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물론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법안의 발의 자체가 이자스민 의원의 것이 아니며, 또한 논란이 되는 법안조차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논란에서 보여준 진보 운운하던 이들의 편협함이다.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인종주의적 비하는 물론이고 우리 세금으로 왜 불법체류자들의 아이들에게 써야하냐며, 그들이 우리에게 기대듯 우리 역시 그들의 저임금 노동에 기대어 있으면서도 그들의 존엄을 인정하기보다 알량한 계산서를 내세워 차별을 정당화하려한다. 하나가 시민권자들 사이의 차별이 문제라면 다른 하나는 그 시민권이라는 자격 자체에 대한 차별을 제기하는 사안이다.

여기서 우린 아렌트를 참조할만하다. 아렌트는 시민들의 ‘권리’에 대한 주장을 넘어서 시민으로 등록되어 있지 못한 난민들의 ‘권리에 대한 권리’"가 민주주의 정치에서 더욱 발본적임을 주장했다.

따라서 인간로서의 권리를 시민이란 자격 여부로 제한을 두려함을 문제시 하는 후자는, 어쩌면 같은 시민권자로서의 자격을 가지지만 그에 차별을 두려하는 전자의 문제보다 인권의 보편성이란 문제에 성큼 다가가는 것이라 하겠다.

인권이란 것이 인간이라면 모두가 누려야하는 권리이지 국가가 지정한 시민의 자격에 한하여 그것을 존중하다면, 그것은 그 소중함에 비해 그것이 갖추어야 할 보편성은 너무도 초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틀을 잡아가던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손상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진보라고 인식되어온 인사와 여론 층의 편협한 인권관을 접하면서 ‘인권의 고양’이라 할 우리 민주주의의 길은 쉽지 않은 여정임을 보여준다.

또 다시 아렌트로 돌아가자면 아렌트는 반인권적 범죄의 시작은 비범한 악에의 의지가 아니라 평범성, 진부함임을 지적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사유의 힘이 이것을 극복함이라고 주장했다.

동성애자들을 보는 종교적 문화적 인식의 자연스러움과 불법체류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법적 권리-책임 의식의 자연스러움을 상식이라 칭하면서 우리는 그런 평범성에 우리 자신이 갇히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끊임없는 사유의 수고로움이야말로 난맥이 되어버린,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를 여정(서북청년단이 재건되는 시기, 과장만이 아니다!)에서 우리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사족: 지나친 아렌트의 경도가 정말 사족스럽지만, 모 IPTV를 통해 "아렌트"란 영화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2013년 독일서 제작한 영화지만 우리나라에선 개봉관이 적어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볼 수 있으니 인권의 주간에 한번 볼 것을 추천드린다.

 

 

박한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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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4-12-09 14:02:02
시의적절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나라가 아렌트를 렌트해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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