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본, 신의료평가 면제 ‘검은속내’ 폭로
상태바
범국본, 신의료평가 면제 ‘검은속내’ 폭로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4.12.09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격의료 실현 위한 정부‧재벌가 합작 신의 한수” 비판…1년짜리 평가제도→80일 자료검토로 대처 불가함 강조

 

신의료기술평가 면제 시행규칙 개정안(이하 신의료기술 개정안)이 원격의료를 앞당기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는 주장이 대두됐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은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의료비를 폭등시키는 신의료기술 개정안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낱낱이 폭로했다.

▲ 8일 신의료기술평가 면제 시행규칙 개정 규탄 기자회견
특히 이날 보건의료단체연합 최규진 기획국장은 “신의료기술 개정안을 통해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것이 체외진단검사기기이고 최근 의료기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삼성이 그 혜택을 누릴 것”이라면서 “원격의료와 밀접한 체외진단검사기기의 상당수를 이미 지난 4월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대목도 원격의료 도입과 결부된 정부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삼성과 정부가 합작한 원격의료 본격화를 위한 신의 한수라는 것.

▲ 최규진 기획국장
또 최 국장은 “신의료기술 개정안의 핵심은 식약처가 임상시험 자료 검토로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인데, 두 과정은 그 목적부터 크게 다른 것”이라며 “의료기기에 대한 단기적인 안전성만 분석하는 임상시험 자료로는 의료행위에서의 각종 부작용을 분석할 수도 없고, 검토기간 자체도 식약처는 80일 신의료기술평가는 1년으로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그는 “전문학회지에 단 한번 실린 논문조차도 식약처는 임상시험자료로 인정해주겠다는 방침이다”면서 “다수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사실상 신의료기술평가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 국장은 “보도자료에는 기존의 임상기술 대비 효율성과 해당의료기기의 사용목적 특정,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개정안에서는 둘 중 하나만을 충족해도 신의료기술평가 면제가 가능토록 돼 있는데, 사용목적을 기술하는 것은 사실상 규제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규탄 발언에 나선 사회진보연대 김태훈 정책위원은 과잉진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가수 신해철 씨 사망사건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신의료기술이 적용됐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위밴드 수술이 그 대표적인 예”라면서 “그나마 신의료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마자 풀린다면 결국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규탄 성명을 낭독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신의료기술 개정안이라는 또 하나의 규제완화 정책에 숨겨진 정부의 검은 속내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자리였지만, 언론의 무관심이 아쉬움을 남겼다.

김경자 상임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정말 위험에 빠뜨리는 심각한 정책임을 알고 귀 기울여 달라”면서 “오늘은 규탄만이 아니라 간절히 호소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참여연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참여했다.

아래는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규탄 성명 전문이다.


국민안전 위협, 의료비 폭등 신의료기술 규제 완화 중단하라!
- 의료기기 신의료기술 평가 면제는 재벌특혜 조치일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11월 24일 의료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를 제외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의 경우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지 않고 요양급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신의료기술평가를 전면 무효화하는 조치와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화 참사 이후 국민안전과 관련된 규제완화는 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벌이고 있는 신의료기술평가 생략 조치는 의료기기와 관련된 안전조치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중대한 안전규제 완화조치를 국회에서의 법 개정 없이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해치우겠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에 대한 완벽한 무시, 소통없는 불통 행정독재의 전형이다.

보건복지부는 식약처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확인하겠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 식약처에서 심사하는 임상시험과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심사하는 임상시험은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식약처 품목 허가는 의료기기 제조사가 제출한 임상연구 자료만을 바탕으로 의료기기에 대한 물리적 안전성 임상시험에서의 단기적 유효성만을 평가하는 반면, 신의료기술평가는 장기간 연구된 기존 문헌들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의료행위의 부작용, 합병증, 사망 등의 결과지표를 분석하고 의료결과의 향상, 진단검사의 정확도를 판단하는 임상진료 전반의 평가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법적으로 식약처 품목허가가 80일 소요되는 반면, 신의료기술평가는 1년의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이런 규제 완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통계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발표되었다. 2011~2013년 동안 총 29건의 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을 했는데, 이 중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안 돼 승인받지 못한 의료기기가 35%인 10건에 달했다.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의료기기가 3개 중 하나를 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보완책으로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 기술과의 비교 임상문헌이 있는 경우에만 신의료기술평가를 생략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심평원에서 요양급여 결정 심사를 하면서 동시에 기존 기술과의 비교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1년에 걸쳐 평가하던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심평원에서는 법적 기한인 150일 이내에 해내야만 한다. 신의료기술평가가 미국에서도 13~15개월이 소요되고, 영국에서는 약 2~3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다. 게다가 제조업체에서는 유리한 문헌만 제출할 가능성도 높다.

아무리 강조되어도 모자라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다.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비합리적으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바로 의료기기의 돈벌이, 특히 원격의료 도입과 결부돼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신의료기술평가 제외 대상을 확대하여 원격의료와 밀접하게 연관된 체외진단검사기기의 상당수를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기산업에 삼성과 같은 재벌이 진출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허용, 의료기기 규제 완화는 재벌 특혜 정책과 다르지 않다. 재벌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것은 국민의 의료비다. 국민들은 안전성과 효과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가지고 검사받고, 치료받으면서 더 많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비용도 오르고, 건강과 안전도 위협받는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규제완화는 재벌의 의료산업 장악을 위해 영리병원,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려는 의료민영화 정책과 목적이 같으며 그 결과도 같다. 아픈 이라면 누구나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박근혜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들의 건강‧안전과 의료비 부담은 무시하고 재벌의 돈벌이만 바라보고 있다. OECD 최고 수준의 의료비 상승에도 건강보험 보장성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국민 건강 최후의 보루인 공공병원을 확충해도 모자랄 판국에 진주의료원 건물의 서부청사 활용을 승인하면서 공공병원을 포기했다. 이러한 국정기조가 계속 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세월호 참사, 사람이 만들 또 다른 재앙과 약자들의 억울한 희생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반대 의견서 제출, 복지부 항의를 포함해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재벌특혜, 국민건강 파괴 정책들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해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당장 중단하라!

2014. 12. 8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