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역사를 찾다] 석촌동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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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역사를 찾다] 석촌동 고분군
  • 임종철
  • 승인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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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인이 서울시민에게 남긴 선물
▲ 석촌동 4호분. 이 돌무덤은 3호분과 달리 기존의 흙무덤을 깎아내고 그 주변에 돌을 쌓은 것으로 토착세력의 전통적인 흙무덤을 후손이 돌무지무덤으로 바꾸었다고도 한다. 아래쪽에는 장군총과 같이 호석이 남아있다. 밑변이 17m 가량으로 3호분보다는 작다

서울에서 역사를 찾는 길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서울이 백제의 도읍이라는 놀라운(!) 사실에서 시작할 것이다. 분명히 역사에 기록되어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 실체도 불명확한 백제의 흔적들. 이제 그 환상의 여행을 시작해 보자.

▲ 석촌동 고분군의 항공사진. 이보다 더 동쪽으로 가면 방이동 고분군, 몽촌토성, 풍납토성 등이 있다
백제는 보통 한성·웅진·사비시대 등 3시기로 시대구분을 한다. 이는 백제의 도읍과 그 성곽의 위치와 변천에 따른 구분법으로 각각 지금의 서울·공주·부여에 해당한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백제는 B.C. 18년부터 A.D. 475년 웅진(공주)로 천도할 때까지 약 500년 동안 한강 유역에 터전을 잡고 그들의 독특한 문화권을 형성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이 곳 하남 땅은 북쪽으로 한수를 띠고, 동쪽은 높은 산을 의지하고 있으며, 남쪽으로 기름진 옥토를 바라보고, 서쪽은 큰 바다로 막혀있다(北 帶漢水 東據高岳 南望沃澤 南阻大海)"는 곳이다.

백제가 문주왕이 수도를 공주로 옮긴 475년부터 성왕에 의해 다시 수도를 옮긴 538년까지의 '63년'과, 성왕 때부터 나당(羅唐)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하는 660년까지의 '122년'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한성에 수도를 두었다는 것으로, 오히려 지금의 서울이 백제 역사에 있어 시기적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수도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백제의 도읍이 어디였는지는 아직도 정설이 없다고 한다. 한때는 몽촌토성이 도읍이었다는 주장이 유력했으나 최근에는 풍납토성으로 관심이 기울고 있다. 그리고 하남시 이성산성이 도읍이었다는 주장도 있고, 하남위례성이 충남 직산이라는 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평양이나 경주같은 왕궁의 흔적같은 것을 현재는 찾을 수 없으니 서울이 백제의 도읍이었다고 말하기는 참 민망하다.

그래도 백제의 서울에서의 도읍이 어디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백제의 왕릉이라고 생각되는 고분이 석촌동에 있어 왕도의 흔적을 뚜렷이 볼 수 있다. 현재 석촌동 고분군에는 8기의 무덤이 있다. 하지만 일제 초기만 해도 이 일대에는 흙무덤 23기, 돌무덤 66기가 있었다 한다. 이 많은 돌무덤 때문에 이 동네는 돌마리, 석촌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백제고분로라는 백제고분 밑을 통과하는 희한한 도로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 석촌동 고분군 4호분과 그 뒤편의 3호분
이곳의 대표적인 고분은 가장 북쪽에 있는 3호분이다. 전형적인 고구려 무덤형식의 기단식 돌무지무덤으로 동서 50.8m, 남북 48.4m의 어마어마한 크기(만주의 장군총 한변 길이가 30m 정도)인데 남아있는 높이가 3단 4.5m 정도라 7단에 11.28m에 이르는 장군총같은 장대한 모습을 보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안정감이 고구려와는 다른 백제의 미를 보인다고도 말한다. 이 무덤은 374년에 사망한 근초고왕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옆의 4호분은 폭이 17.2m로 3호분보다는 작다. 그런데 이 돌무덤은 기존의 흙무덤을 깎아내고 그 주변에 돌을 쌓은 것으로 토착세력의 전통적인 흙무덤을 후손이 돌무지무덤으로 바꾸었다고도 한다. 지배세력의 변화일런지 아니면 유행의 변화일런지...

석촌동 고분군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무덤을 만날 수 있지만 도심공원으로의 아늑함도 반갑기만 하다. 따지고 보면 석촌동 고분이나 방이동고분, 몽촌토성(올림픽공원) 같은 백제 유적이 아니었으면 이 동네에 이렇게 큰 공원들이 남아있을 수 있었을까. 방이동 고분만 해도 무덤 바로 옆쪽까지 언덕을 깎아내고 집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무덤 귀퉁이는 축대 위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팍팍한 강남땅에 백제는 망하면서 값진 선물을 남겨놓았다고 해도 좋을 듯 하다.

▲ 석촌동 고분공원의 돌의자
찾아가는 길: 지하철 8호선 석촌역 근처이고 고분군 앞의 주차장이 거주자우선으로 바뀌었지만 고분군을 돌아보는 정도는 괜찮은 듯 싶다. 입장료 없음.

임종철(서울 좋은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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