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 보이후드(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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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 보이후드(Boyhood)
  • 신이철
  • 승인 2014.12.15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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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철 원장의 '영화 한줄평' ⑫ 리처드 링클레이터 『보이후드(Boyhood)』

 

[보이후드] ★★★★★

6살 메이슨은 이혼한 엄마와 누나 사만다와 살고있다.  떨어져 사는 아빠와는 가끔 만나서 주말을 보냈다. 엄마의 재혼과 공부때문에 여러번 이사를 하고 전학도 해야했다. 엄마는 억척스럽게 메이슨과 사만다를 키웠다. 아빠는 잊지 않고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봤다. 다른 아이들처럼 몰래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면서 그럭저럭 학교를 다녔다. 연애와 이별도 겪고 결국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렇게 메이슨은 자라서 18살 성인이 되었다.

어쩌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성장영화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기발한 착상에서 시작되었다. 6살 아이가 성인이 되는 과정을 12년간 찍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었고 12년동안 매년 만나 평범하지만 특별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

인생을 돌이킬 수 없듯이 영화의 재촬영은 불가능했다. 여러 제약이 따르는 긴 촬영기간이었지만 시간의 단절을 촘촘하게 채워가는 링클레이터감독의 솜씨는 상상 이상이다. 변해가는 아이의 얼굴을 통해서나 세월의 흐름을 느낄수 있을 정도로 영화는 훌륭하게 완성되었고 메이슨도 어른이 되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도전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비포' 3부작을 9년 간격으로 찍어낸 저력은 시간을 지배하는 감독의 능력과 끈기, 열정의 산물이었다. 그런 '비포'를 뛰어넘은 '보이후드'는 기획과 제작과정 자체만로도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엄청난 작품이다. 게다가 영화가 주는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보이후드'에는 보통의 성장영화가 보여주는 극적인 사건도 없고 결말도 없다. 하지만 성장하는 메이슨을 따라가는 순간순간 삶의 진실을 마주하며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인생 그 자체가 영화라는 것을.

부모의 이혼과 재혼 그리고 잦은 이사와 전학. 사춘기의 달콤했던 순간들. 기억하기 싫은 나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추억이 되고 인생이 되었다. 메이슨이 자라는 동안 엄마와 아빠도 함께 울고 웃었다. 그리고… 그렇게 진짜 부모가 되었다.

홀로 힘들게 아이들을 키운 엄마는 메이슨을 떠나보내며 말했다. "이제 장레식만 남았어…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인생이란 순간을 잡는것이 아니라 순간이 우리를 잡는 것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시간은 영원하지만 순간은 늘 바로 지금을 말한다고... 12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어른이 된 메이슨의 미래는 과연 어떤 색깔일지 궁금하다.

 

- 영화 속 메이슨은 쾌활한 아이가 아니다. 시종일관 소극적이고 사회성도 떨어진다. 아마 잦은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메이슨을 연기한 엘라 콜트레인의 진짜 성격은 어떨까? 감독의 친딸인 사만다는 또 어떻게 크고 있을까?

- 영화는 한 아이의 성장뿐 아니라 미국사회의 변화와 문화의 흐름도 말해주고 있다. 작은 소품의 변화에서 보여주는 전자기기의 발전과정도 흥미롭다.

- 영화를 보면 링클레이터의 정치적인 성향도 엿볼 수 있다. 이라크전쟁과 패권주의를 반대하고 부시와 그 일당을 무지 싫어한다는 것. '스쿨 오브 락'의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리처드 링클레이터감독이 시간과 싸워 만들어 낼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 영화일지 기대된다.

- 8년전 차를 새로 사면서 아들이 대학가면 준다고 약속했었는데…지금 줘야할까?

- 요즘들어 두 번 본 유일한 영화. 한 번 보고는 후기쓰기가 힘들었다. 아무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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