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간 인수합병, 의료영리화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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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간 인수합병, 의료영리화의 ‘정점’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12.1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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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명수의원 '꼼수 발의' 보건연합 오늘(17일) 성명 발표…“병원 상업화와 미국식 재벌체인병원 허용 정책” 비난

 

병원간 인수합병을 가능케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9일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 제출됐다.

병원간 인수합병은 박근혜 정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영리자회사 허용 및 부대사업 확대와 함께 발표한 대표적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의료기관을 마음대로 매각하게 해 달라는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의 요구에 따라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계속 국회에 상정됐다 국민의 반대로 폐기된 전력이 있다.

이에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오늘(17일) 성명을 내고 “병원은 환자의 치료공간이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법안 발의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연합은 “영리자회사 허용이 한국에서 병원의 비영리성을 훼손한 것이라면, 병원 인수합병 조치는 그 마침표를 찍을 정책”이라며 “투기자본이 마구잡이로 투자하는 영리병원 체인이 지배하는 미국식 의료시장으로 한국 의료체계를 바꾸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현행 의료법상 병원은 인수·합병·매각이 불가능하고, 해산 시 병원 재산을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시키도록 돼있다. 이는 병원의 영리추구 금지, 영리법인의 병원설립 금지와 같이 ‘공익성’이 적용돼 세금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보건연합은 “병원 매각과 인수·합병 허용은 직접적인 민영화 조치”라며 “국가 자산을 민간에게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보건연합은 병원간 인수합병 법안 발효시 가속화될 의료 상업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성명서에서 “병원 영리화와 상업화가 더욱 조장되고, 병원이 투기의 대상이 된다”며 “상품이 된 병원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영리행위에 몰두하고, 나아가 병원 체인화를 통한 규모의 경쟁에 놓이므로 상업화가 극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다 정부는 의료법인이 만든 영리자회사에 외부 투자자가 투자하고 배당받는 것까지 이미 허용했다. 이 투자자는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이 될 수도 있다"며 ”모(母)병원이 매매의 대상이 되면 자회사에 투자한 온갖 투기자본의 투자금의 환수까지도 보장될 것이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와 같은 사건이 병원에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 NIHCM(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Care Management) 재단에서 200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병원 인수합병이 병원비를 최소 5%에서 최대 50% 이상까지 상승시키는 반면 의료의 질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동네의원과 지역 중소병원들은 국민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듯 대형체인병원의 돈벌이 추구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정부가 허용한 영리자회사를 통해 미국식영리체인병원과 유사한 지배구조, 즉 재벌주도의 의료공급체계로의 귀결, 동네의원 중소병원의 몰락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파괴”라고 성토했다.

병원간 인수합병은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부족과 정부의 의료공급 계획부재의 상황에서 환자진료의 불안정성과 의료의 질 저하, 지역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보건연합은 “병협이 정부에 의료법개정의견을 내면서 ‘의료기관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 등을 위해 인수합병 필요를 주장했다”며 “또 1983년에서 1996년 사이 미국병원 인수합병 사례 연구에 의하면 간호인력과 행정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인력감축이 일어난 반면 불안정노동인 시간제 노동인력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인력이 감축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의료의 질은 필연적으로 떨어지게 돼있다”며 “정부와 병협이 ‘경영합리화’를 위해 이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이는 의료비상승 아니면 인력 구조조정이다”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병원 인수합병은 지역 의료기관을 폐쇄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합병으로 합병 이전에 운영되던 의료기관이 폐쇄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돈벌이를 위한 구조조정이며 미국 영리병원처럼 필수의료시설을 줄이거나 없애고 상업적 의료시설만 남겨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근혜 정부는 대부분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행정부 독단으로 처리했고, 이번 병원 인수합병 정책이 현행 법률과의 충돌로 국회 내 처리가 불가피하자 새누리당이 나선 것”이라며 “이미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법안을 또 다시 밀어붙이며, 국민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이번 법안발의는 즉각 취소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병원 상업화와 재벌체인병원 허용하는
병원 인수합병 정책 즉각 중단하라
- 병원은 환자의 치료공간이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

지난 9일 병원 간 인수합병을 가능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제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확대와 함께 발표한 대표적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이 법안은 의료기관을 마음대로 매각할 수 있게 해달라는 병원협회의 요구에 따라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계속해서 국회에 상정되었으나 국민들의 강한 반대로 폐기된 바 있다.
우리는 병원을 상품으로 만들고, 미국식 체인병원을 만들 가능성을 열어주는 이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며 다음을 밝힌다.

첫째, 병원 매각과 인수합병 허용은 직접적인 민영화 조치이다.
현행 의료법에서 병원은 인수·합병·매각이 불가능하고, 해산 시 병원 재산을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시키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병원의 영리추구를 금지하고 영리법인이 병원을 설립할 수 없게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익성의 원칙 때문에 의료법인은 각종 세금을 면제받는 혜택까지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병원을 마음대로 매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 자산을 민간에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조치이며, 이는 직접적인 ‘민영화’에 해당하는 것이다.

둘째, 병원 영리화와 상업화가 더욱 조장되고, 병원이 투기의 대상이 된다.
병원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병원마다 매매 가격이 책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상품’이 된 병원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영리행위에 몰두하게 되고, 나아가 병원은 체인화를 통한 규모 경쟁에 놓이므로 상업화가 극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미국 NIHCM(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Care Management) 재단에서 2009년 발표한 자료는 병원 인수합병이 병원비를 최소 5%에서 최대 50% 이상까지 상승시키는 반면 의료의 질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보고했다.
여기다 정부는 의료법인이 만든 영리자회사에 외부 투자자가 투자하고 배당받는 것까지 이미 허용했다. 이 투자자는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이 될 수도 있다. 모(母)병원이 매매의 대상이 되면, 자회사에 투자한 온갖 투기자본의 투자금의 환수까지도 보장될 것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와 같은 사건이 병원에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인수합병은 의료기관을 없애고 구조조정과 의료의 질 저하를 낳는다.
인수합병은 인력 구조조정을 낳는다. 정부와 병원협회는 ‘경영합리화’를 위해 이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병원의 경영합리화란 의료비상승 아니면 인력 구조조정에 다름 아니다. 대한병원협회도 정부에 의료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의료기관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등을 위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1983년에서 1996년 사이 미국병원 인수합병 사례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간호인력과 행정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인력 감축이 일어났다. 반면 불안정노동인 시간제 노동인력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인력이 감축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의료의 질은 필연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또한 병원 인수합병은 지역 의료기관을 폐쇄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법안 추진자들은 “법인이 퇴출될 뿐, 의료기관은 존속”한다거나 의료기관이 강화되고 국민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합병으로 합병 이전에 운영되던 의료기관이 폐쇄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는 본질적으로 돈벌이를 위한 구조조정이므로 미국 영리병원의 사례처럼 필수의료시설을 줄이거나 없애고 상업적 의료시설만을 남겨놓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의료기관의 구조조정과 퇴출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공공의료부족과 정부의 의료공급에 대한 계획부재 상황에서 환자진료의 불안정성과 지역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영리자회사 허용과 함께 미국식 영리체인병원을 완성시키게 된다.
미국은 몇몇 영리병원 체인이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체인인 HCA가 바로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현재 영리병원 설립이 불가능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정부가 허용한 영리자회사를 통해 미국식 영리체인병원과 유사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결국 재벌 주도의 의료공급체계로 귀결되는 것이며 동네 의원과 지역 중소병원의 몰락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는 몇몇 대형병원과 재벌들에게는 이익이지만 국민들은 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듯 대형체인병원의 돈벌이 추구에 의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200만 국민들의 서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부대사업 목적 영리자회사를 허용하였다. 그리고 이제 병원 매각 및 인수합병까지 허용하여, 투기자본조차도 마구잡이로 투자하는 영리병원 체인이 지배하는 미국식 의료시장으로 한국 의료체계를 바꾸려 한다. 영리자회사 허용이 한국에서 병원의 비영리성을 훼손한 것이었다면, 병원 인수합병 조치는 그 마침표를 찍을 정책이라 부를 만하다.
박근혜 정부는 대부분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행정부 독단으로 처리하였고 국회는 거수기 역할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병원 인수합병 정책은 현행 법률과의 충돌로 국회 내 처리가 불가피하자 새누리당이 나선 것이다. 이미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드러나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친 법안을 또다시 밀어붙이는 새누리당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가? 국민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이번 법안발의는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 우리는 의료민영화 정책들에 맞서 국민들과 끝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


2014. 12. 17.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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