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중심의 국립대병원 평가체계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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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중심의 국립대병원 평가체계 고쳐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5.01.0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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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및 공공의료기관 평가체계 문제점 지적…“국립대병원의 목적성 고려치 않은 시장중심의 경영평가 체계”

 

▲ 박근혜 정부의 국립대병원·공공의료기관 경영평가 문제점과 대안마련 토론회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립대학병원 경영평가가 지나치게 수익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국립대병원의 공공적 특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평가 체계 마련이 시급하며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실 김창훈 교수와 서울대학교의과대학 문정주 겸임교수는 지난 7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국립대병원·공공의료기관 경영평가 문제점과 대안마련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현 평가방식 공공보건의료 사업에 명백히 악영향”

먼저 김창훈 교수가 ‘국립대학병원 경영평가를 통해 본 공공의료기관의 경영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발제했다.

김 교수는 “경영성과 위주의 평가제도는 국립대병원의 그간의 일부 성과를 무력화 하고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의 질적 수준, 형평성, 지속가능성 등 한국 공공보건의료사업에 명백히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공공보건의료정책이 철학과 원칙을 기반으로 공공적 성과관리‧지원을 목적으로 한 평가로 재구성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부의 경영평가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일반적 경영 평가를 배낀 것 같다”며 “진료, 교육, 연구사업이 포함되지 않은 공공의료기관 평가에 있어서는 안될 기준들이 많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 국립대병원 및 공공병원 평가지표 및 가중치

먼저 “업무효율과 관련해 진료 교육 연구 사업에 대한 부분이 환산돼 포함된게 아니라 재무재표상의 여러 가지 평가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평균인력 대비 부가가치로 측정되는 노동생산성의 경우 진료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투자와 인력 채용시에는 지표 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직 및 인적자원 관리 부문은 공공보건의료사업기관으로서 필요한 의료 및 사업인력의 확보,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역량관리, 인력관리, 성과관리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무예산 관리 및 성과 평가 항목은 병원의 특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으며, 자산의 운용노력 등 부적절한 지표도 포함돼 있다”며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항목은 방만 경영 지표 등 명확치 않은 지표가 큰 비중으로 반영됐고, 노사관리 같은 지표는 포함 여부 자체를 재검토해야한다”고 비판했다.

또 “주요 사업 영역의 진료사업에서는 공공의료기관의 성과를 평가하기 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평가지표인 의료수익증가율, 조정환자수 증가율 등이 포함됐다”며 “교육사업 항목도 권역내 교육 거점기관의 역할보다는 단순한 보건의료인의 교육훈련 숫자, 교육 훈련비 비율 등 단발성 실적위주의 교육으로 성과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부산대병원 김창훈 교수

아울러 “연구사업 항목은 보건의료서비스, 지역별 보건의료의 성과평가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SCI/E급 연구실적, 연구비 비율만을 포함했다”며 “공공보건의료사업 항목은 포괄적 의료안전망 구축 등 필수 사업을 배제하고 의료급여환자의 단순한 치료 실적을 포함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장기반의 경쟁 정책은 특히 얼마 남지 않은 공공의료기관마저도 다수의 민간의료기관과의 경쟁으로 몰아넣을 경우 국민건강증진과 필요한 의료제공을 담당해야할 보건의료정책은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보건의료사업은 보건의료서비스를 공공재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지향해야 하며 소수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 국립대학병원 같은 지역 공공보건의료사업의 핵심 거점 기관으로서의 그 역할이 그 평가의 핵심기준이 돼야한다”며 “이 목적에 합당한 방식의 성과평가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피력했다.

“평가 개발부터 피드백까지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문정주 겸임교수가 ‘공공의료기관의 목적과 역할, 그리고 공공성 강화를 위한 올바른 평가방안’에 대한 발표에서 경영평가 체계가 국립대병원의 성과를 평가할만한 적절한 도구인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문 교수는 “평가라는 것은 그 기관의 발전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가 드러나야 하는데, 기준을 만든 분들이 국립대 병원에 대해 어떻게 이해했는지 보여주지 모르겠다”면서 “발표된 경영평가 체계를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글펐다”고 밝혔다.

이어 “24개 평가 지표 중에 12개가 재무 관련이고 차지하는 비중은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수익성을 높이도록 요구하는 평가체계”라며 “국가 의료체계의 근간인 국립대병원의 기능이 훼손되리라는 우려를 불식할 방안이 있는지, 이에 관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상호 협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탄식했다.

▲서울대의과대학 문정주 교수

그는 “국립대병원으로서 기관의 성격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며 “특히 대학병원은 중증질환 치료에 큰 몫을 감당하는데 이와 관련된 평가 지표는 아예 없는 반면 비계량 지표인 ‘노사관리’의 단체협약에 관해서는 추가 조사표까지 있는 등 상당히 기형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국립대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이라며 “이에 대한 평가 개발과 피드백에 이르는 과정을 의료인, 국민, 연구자 등 전체가 모여 공론장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 우위 논리를 극복하고 국립대병원 본연의 기능을 평가할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며 "권역 단위 국가 의료체계의 중심병원으로 국립대병원을 성장케하는 평가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현재 평가기준으로 평가를 하지 않는게 담당부처의 실수를 줄이는 길”이라며 “지금이라도 새롭게 관계자들의 뜻과 지혜를 모아 새로운 평가체계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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