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 내일을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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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 내일을 위한 시간
  • 신이철
  • 승인 2015.01.08 23:1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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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철 원장의 영화 한줄평 ⑮ 다르덴 형제 『내일을 위한 시간(Two Days, One Night)』

 

1.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규직의 과보호 때문이라고 한다. 세수가 부족해 담뱃값은 올려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는 올리면 안된다고 한다, 강바닥에 돈을 퍼 붓고서도 아이들의 보육과 먹거리는 책임지지 않겠단다.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와 서민의 고통을 분담해 자본과 권력을 배불리는 정권이 분명하다.

 

2. [Two Days, One Night, 내일을 위한 시간] ★★★★★

- 우울증 때문에 휴직했던 산드라는 일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여있다. 사장이 직원 16명에게 1,000유로씩 보너스를 주는 대신 산드라를 해고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산드라의 해고와 보너스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직원투표를 하기로 했다. 투표를 앞둔 산드라는 주말동안 16명의 직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산드라가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직원들은 보너스를 포기해야 한다.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는 동료들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산드라는 다시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

- 영화는 산드라가 직장동료를 찾아다니는 2일 낮과 하루 밤의 여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직원들을 만나면서 울고 웃는 산드라와 보너스를 받는 대가로 동료의 해고를 받아들여야 하는 노동자들의 고민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당장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보너스를 외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반장으로부터 해고의 위협을 받았고 언제 잘릴지 모를 계약직에게는 산드라의 복직이 최선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들의 선택은 나쁜 선택이 된다. 결국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나쁜 선택을 강요한 고용주의 비열함 때문에 노동자들 모두가 고통 받아야 하는 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현실이다.

 
 

- 다르덴형제의 영화는 뭔가 다르다. 영상은 흔들리고 음악도 음향도 없다. 영화를 위한 어떠한 효과나 장치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손에 쥔 카메라는 항상 배우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대부분 롱테이크에 원컷원씬, 한 대의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촬영한다. 형제가 함께 각본을 쓰고 제작, 연출, 촬영까지 스스로 해낸다. 다르덴형제에게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의 영화는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다르덴형제의 영화의 힘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에서 나온다. 항상 힘들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가난한 노동자, 실직자, 버림받은 아이, 힘없는 여성, 불법체류자들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든다.

- 수년전 '자전거를 탄 소년'을 통해 다르덴형제를 처음 만난 후 이들이 만든 '로제타' '아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을 차례로 찾아보았다. 그리고는 다르덴형제는 이 시대 최고의 감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 영화에서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는 엄청나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프랑스 대배우가 초췌한 얼굴에 허름한 옷을 걸친 노동자의 현실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힘든 감정연기를 몰입하며 소화한 덕분에 관객들은 산드라에 공감하며 함께 울었다. 생각해보니 영화 내내 감독의 카메라는 마리옹 꼬띠아르 곁을 떠난 적이 없다.

- 이 영화를 보려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시네큐브 프리미어 페스티벌에서 겨우 볼 수 있었다. 정식 개봉은 내년 초에나 가능할 듯.

 

3. 유럽의 복지국가에서도 노동자들의 삶은 편치 않다. 실업급여와 연금을 넉넉히 준다 해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들도 해고와 실직의 공포를 벗어나기 힘들다. 복지후진국 대한민국의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박근혜 정권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편가르기 하고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공무원 연금 때문에 재정이 파탄 났다며 국민과 공무원을 이간질 시킨다. 나누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길을 외면하고 경쟁의 삶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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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성 2015-01-16 17:05:46
이름만 봐서는 할아버진줄 알았는데.. 마리 옹.

전양호 2015-01-12 17:02:36
꺄아악 마리옹 꼬띠아르!! 개봉을 하긴 했는데...몇 군데 안해서...보기가 쉽지 않네요, ㅠㅠ

문세기 2015-01-12 11:39:34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마리옹 꼬띠아르 땜시 보고 싶군요. 인셉션에서도 보면... 뭔가 아름다음 뒤에 음울하기도 하고 약간 퇴폐적인 분위기가 너무너무 매력적인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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