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치의의 특권 약자위해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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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치의의 특권 약자위해 나눠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5.01.21 16:3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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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여성재단 ‘엄마에게 희망을’ 건강지원사업 1차 성료…“내년에는 더 많은 치과의사 동료들이 재능기부 사업에 동참 하길”

 

“내가 맺힌 게 너무 많았나 봐요. 너무 감사해요.”

중년을 훌쩍 넘긴 여인이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정달현 원장과 스탭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마지막 치과 진료를 마친 A씨의 눈가가 촉촉하다.

A씨는 올해 60세로 아직 미혼이다. 복잡한 가정사에 휘말려 혼기를 놓쳤고, 어머니와 무척이나 사이가 좋지 못한 아버지가 덜컥 암에 걸리면서 모든 병수발은 A씨 차지가 됐다. 병수발이 끝나는가 했더니 몇 년 전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90이 넘은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보내려 했지만, 요양 등급 미달 판정으로 그마저도 무산됐다. 그렇다고 간병인을 둘 처지도 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병수발, 가정경제까지 온통 A씨에게만 맡겨졌다. 재작년 어머니마저 다리가 부러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작년, A씨를 언니처럼, 엄마처럼 따르던 동생은 뒤통수를 치고 달아났다. 노화로 망막혈관폐쇄증이란 안구질환까지 겹쳐 그나마 변변찮던 일거리마저 떨어졌다. 몇 년 사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그나마 튼튼했던 A씨의 치아는 바람이 지나갈 정도로 틈이 벌어지고, 잇몸이 주저앉아 음식물조차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A씨의 무기력과 우울은 깊어갔다.

그러던 중 한국여성재단에서 저소득층 여성가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과진료 후원을 알게 돼 치료를 받게 됐다. 그것이 A씨에게는 답답한 가슴을 뚫어 주는 ‘청량제’였다.

지난해 7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박성표 정달현 이하 건치)는 한국여성재단(이사장 조형 이하 여성재단)과 MOU를 체결하고 ‘엄마에게 희망을’이란 슬로건 하에 여성가장을 위한 건강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여성재단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여성가장을 위주로 대상자를 신청 받아, 치과진료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대상자의 거주지를 고려해 가까운 건치 회원 치과와 연결해 치료가 종료될 때까지 통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치과 진료비의 50%는 여성재단 정기기부자 후원금에서 하며, 나머지 50%는 참여치과의 재능기부로 이뤄졌으며, 이렇게 여성재단을 통해 치과진료를 받은 사람은 30명에 이른다.

A씨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 치과 진료 마무리를 받고 있는 A씨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 중 입을 벌려 아래쪽 앞니를 가리켰다. “요 앞니 보이죠? 이게 중학교 때 신경치료 잘못 받아서 원래 엄청 누랬어요. 이게 엄청 창피해서 항상 입 가리느라 제대로 웃지도 못했어요. 근데 이젠 거울 볼 때도 얼마나 좋은지…”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어 “치료 받고나서, 전에는 죽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이젠 아무거나 잘 먹을 수 있게 됐어요. 일하랴 부모님 모시랴 사실 내 이가 그렇게 많이 벌어진지도 몰랐고, 신경 쓸 기운도 없었는데…”라며 잠깐 말을 멈춘다. 그리고 다시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너무 감사해서…내가…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치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A씨의 진료를 맡은 건치 정달현 공동대표는 “잇몸이 많이 좋지 않아 치아가 벌어지고, 어긋나 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앞니에 콤플렉스가 있어 새로 보철을 해 넣었다”며 “주로 신경치료와 보철치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치료하는 동안 A씨가 많이 고마워하시고, 케이크도 사들고 오시고 해서 되려 민망한 느낌이었다”며 “우리가 베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만 치과의사라는 전문직이 사회적 역할로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뿐이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건치는 2015년에도 여성재단과 함께 ‘엄마에게 희망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015년 상반기 사업은 내달부터이며, 사업 공고 및 참여치과와 대상자 모집에 나설 작정이다.

또한 진행 방식은 기존과 동일하나 첫 시행이었던 만큼 다소 미흡한 부분들이 발견돼, 여성재단과 조율해 나갈 방침이다.

정달현 공동대표는 “‘진료’라는 건 의료인에게 있어 소통의 도구이자 사회적 언어다. 이것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과 서로 나눌 수 있는 게 있다면 더 많은 이들과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한다”면서 “올 상반기에 진행되는 사업에 건치회원 뿐 아니라 치과의사 동료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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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선 기자 2015-01-23 18:16:09
ID 기자님께. 안은선 기자 입니다. 인터뷰 중 A씨가 오래전 치료를 받았던 것이고 그분의 얘기한대로 썼습니다. 어차피 A씨의 생각이고 환자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크게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학술적이거나 정보전달용 기사가 아니라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섬세하게 지적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기사 쓸 때 좀 더 신중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님 2015-01-23 13:41:19
신경치료(근관치료)를 잘못 받아서 치아나 누래졌다고 기사를 내면,
신경치료 후 변색오면 무조건 신경치료 잘못됐다고 환자들 항의합니다.
신경치료 하면 원래 치아가 변색이 된다는거, 치과 전문지 기자라면 그정도는 알고 기사 쓰셔야죠.
그리고 진료받는 사진이라고 하면서 술자는 직원이 있는 사진이군요.
위임진료 중인 건가요?
사진 한 장도 신중하게 고르시기 바랍니다.

멋진기사 2015-01-22 09:25:36
기사를 읽다보니 기자님의 마음이 읽힙니다. 안기자님 기사 너무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애정이 담긴 기사 많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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