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등 화장품 분류 ‘국회도 긍정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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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 등 화장품 분류 ‘국회도 긍정 모드’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5.02.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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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 중인 화장품법 개정안에 “수출경쟁력 도움” 등 검토보고…치협·약사회·제조업체 등 ‘반대 입장’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정승 이하 식약처)가 치약 등 구강용품을 화장품으로 분류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며, 찬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식약처가 오늘(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지만, “소비자·산업계 요구에 부응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다양한 제품 개발과 품목분류의 국제 조화를 위한 것”,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EU, 미국 등은 치약 중 대부분을 화장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등 해명이라기 보단 법 개정 당위성 설득에 가까워 보인다.

또한 식약처는 보도자료에서 “국내 화장품의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1,013개 성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부작용 보고 체계가 마련돼 있는 등 의약외품과 동등 수준의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반박키도 했다.

이렇듯 식약처가 치과계 및 약계의 강력한 우려에도, 정면돌파 기세를 견지하고 있는 건 국회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16일 화장품의 정의(제2조제1호)에 '치아 및 구강점막'을 명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상정한 바 있다.

이러한 내용의 화장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 검토보고와 대체토론을 거쳐 현재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특히, 개정안은 치약 등을 화장품으로 분류할 때 ‘기능성’ ‘인체유해성’ 등의 판단 기준을 ‘총리령’(시행규칙)으로 정할 수 있게 하고 있어 논란이 커 보인다.

화장품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치아 및 구강점막용 제품은 구강을 통해 흡수되는 만큼 부정확한 사용으로 인해 부작용 등 인체에 위해 소지가 있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오랜 기간 걸쳐 ‘위생용품’으로 인지되던 치약에 대한 개념이 바뀌게 되는 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대한약사회도 “치아 및 구강점막용 제품에 사용되는 보존제, 기타 첨가물은 구강에 흡수돼 부작용 발생할 우려가 있어 생산단계에서 엄격한 제조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위생용품’이라는 고정된 인식으로 사용자의 혼란으 야기하고, 부정확한 사용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약사회는 “미국·EU가 화장품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의약외품이라는 분류가 존재하지 않기 떄문이지, 화장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회 “미국·EU도 화장품…수출 도움”

그러나 이러한 의약단체의 우려에도 국회는 “화장품 범위의 확대는 바람직하다”는 긍정적인 검토보고서를 내놨다.

외국에서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품목이 우리나라에서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수출시 품목허가 절차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고, 화장품 분류가 일반 소비자의 인식 및 국제적 분류와 차이가 있어 혼동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또한 국회는 “지속적으로 화장품 범위의 확대가 요구되었는 바, 그 범위를 확대한다면 소비자 및 산업계의 수요에 대응하는 다양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면서 “화장품 물품 분류를 국제기준과 동일하게 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국회는 “의약외품의 해외분류 사례를 보면, 미국과 EU는 구중청량제 및 치약제를 화장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의약품, 의약외품으로 분류하여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면서 “화장품의 범위 확대는 2007년 한․EU 및 한․미 FTA에 대비한 국내 보완대책 이행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국제통상과 관련해 지속적 논의가 있었다”고 피력했다.

▲ 우리나라 의약외품의 해외 분류 사례
다만 국회는 “치약 등은 구강을 통해 흡수될 수 있어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엄격한 제조관리가 필요하고, 의약외품과 화장품으로 분리되는 치아 및 구강점막용 제품 생산을 위해 별도의 시설을 두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면서 “화장품으로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학계, 관련기관․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충분히 논의하는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화장품 산업 발전? 오히려 악화

그러나 치약 및 구강용품들을 의약외품에서 화장품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화장품 산업 발전과 해외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구강을 통한 인체흡수 등 의약단체들의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 뿐 아니라, 오히려 치약 등 국내 구강관리용품 시장마저 악화시킬 가능성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화장품법 제2조제1호와 같이 화장품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현재 의약외품으로 규정되고 있는 물품 중 ‘치아 및 구강점막’의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는 ▲구강청결용 물휴지 ▲구중청량제 ▲치약제 ▲치아근관의 세척․소독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외용액제 ▲치아미백제 등이 화장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치약의 화장품 분류가 화장품산업 발전과 연결되려면, 화장품업체들이 먼저 치약시장에 뛰어들고, 추후 경쟁력을 갖춘 후 미국·EU 등에 수출해야 한다. 그러나 현 국내 화장품 업체 중 해외에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할 수 있을 정도의 치약 제조 기술력을 갖춘 곳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스럽다.

한 치약 제조업체는 “국외 제조자, 수입자, 중소화장품들의 시장참여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신제품이 난립해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특히 구강적용제품의 경우 동일한 제형의 의약외품까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치약제 등 의약외품 산업현황('13년 환율: 1 US$ ≒ 1095.04 원)
반면, 화장품업계의 요구대로 치약 및 구강용품을 화장품으로 분류할 경우, 오히려 미국·EU의 대형 구강관리업체들의 국내 진출에 활로를 터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2014년 5월 기준 화장품으로 분류 가능한 치아 및 구강점막의 의약외품의 산업현황을 살펴보면 치약제, 치아미백제, 구중청량제의 허가품목 수는 2,275개이며, 이 중 수입된 품목은 105개로 주로 국내 제품 위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이번 법 개정으로 치약 및 구강관리용품 시장을 FTA까지 체결한 미국·EU 업체들에게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교차오염 가능성으로 치아 또는 구강 점막을 위한 화장품 생산시설에 대한 별도의 투자가 필요하게 되는 등 전반적인 비용 증대가 예상된다”면서 “화장품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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