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위협, 입 있어도 말 못하는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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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위협, 입 있어도 말 못하는 후보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02.23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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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활동 전무한 첫 경선될 듯…6만 회원, 후보 공약도 모른 채 대의원에 투표권 넘기는 현실 ‘씁쓸’

 

▲후보등록은 했는데, 선거운동은 못한다.
▲언론과의 후보 단독 접촉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경선 후보 공약은 선거 당일에 혹은 직전에 발표한다.

34년 만에 처음으로 협회장을 투표로 선출하게 된, 그것도 경선으로 뽑을 예정인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이하 치위협)가 마땅한 선거 규정이 없어 막판까지 갈팡질팡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이다. 얼핏 들어서는 넌센스 퀴즈 같은 규정이지만, 6만 회원을 대표하는 치위협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치과‧의료계 각 직역단체마다 직선제로 가는 방향을 고민하는 길목에서 이제야 대의원 투표라도 해보게 된 치위협이 당장 이번 주말인 28일 선거를 앞두고도 아직까지 후보 공약 한 자 발표하지 않는(못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 치위협 17대 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원숙·문경숙 후보
본지는 치과계의 굵직한 조직인 치위협의 경선 소식을 입수하고, 미리부터 취재를 준비해왔다. 선거 취재의 첫 걸음은 각 후보의 공약을 비교‧보도하고, 선거권을 가진 대의원은 물론 그들이 대변해야 하는 회원들에게 정책 공약을 공유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 통해 대의원은 물론 회원들의 관심을 이끌고, 반대로 직접적인 선거권을 갖지 못한 회원들의 여론을 다시 협회와 대의원들에게 전달하며 선거다운 선거, 즉 정책중심의 선거로 이끄는 것도 언론의 몫이다.

그런데 치위협에서는 첫걸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본지의 선거 규정 자료 요청에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규정을 보완 중이라는 구두 답변이 돌아왔고, 후보에 대한 인터뷰 요청은 번번이 거절된 끝에 어렵게 성사됐다. 그렇게 마련된 인터뷰에도 “공약은 밝힐 수 없다”는 이상한 전제가 덧붙었다. 물론, 상대측 후보에 대한 인터뷰는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이번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회원은 “우리도 답답하다”며 “사소한 것 하나까지 가능 여부를 물어야하는데 마땅한 기준도 아직 없고, 자칫하면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치위협 관계자는 기본적인 후보 공약설명회조차 없이 흘러가는 회장 선거에 대해 “선거활동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하려면 양쪽이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뜻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장은 공약발표회나 언론 만남에 대한 공식적인 지시가 없어 아직은 조율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이대로 공약 발표 없이 갈 수도 있고, 한다 해도 긴박하게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공약설명회가 잡히지 않으면 28일 대의원총회에서 바로 공약과 출마의 변을 함께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치위협의 이번 경선이 소통을 갈망하는 회원들의 아우성 끝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도 선거권이 없는 99%의 회원들은 소외됐다. 회원 다수의 뜻을 대변해야 할 150명의 대의원들은, 그중에서도 총회에 출석한 과반 이상의 대의원만이 회원의 여론 수렴도 없이 공약에 대한 개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렇게 첫 경선테이프를 끊은 치위협이 경선다운 경선 ‘정책선거’로 나아가기까지의 길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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