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의료영리화 비판 없는 '해외진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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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의료영리화 비판 없는 '해외진출의 꿈'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03.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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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 협회장, 문형표 복지부장관과 담화…의기법‧인력감축 등 할 말 많다더니 중동 진출에 장단 맞추기만 ‘씁쓸’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최남섭 협회장이 지난 8일 대한구강악안면임프란트학회 춘계학술대회장을 방문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문형표 장관과 특별한 간담회를 가졌다.

바로 전날인 7일 박근혜 대통령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갓 귀국한 탓일까, 이날 간담회에서 최 협회장과 문 장관의 대화 내용의 90%는 치과의사와 치과업계의 해외 진출에 관한 것이었다. 김영란법과 화두가 맞물려 리베이트 쌍벌제가 언급되면서 이에 대한 규제 완화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8일 문형표 복지부장관과 담화를 나누고 있는 최남섭 협회장과 KAOMI 임원들의 모습
특히 최 협회장은 협회장 선거 출마 당시부터 강조해왔던 치과의사 해외 진출에 대한 남다른 욕심을 내비쳤는데, 그가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 재직시 규모를 키웠던 SIDEX에 대한 자부심도 함께 피력해 문 장관의 환심을 얻는 듯 했다.

최 협회장은 “우리 치과의사들의 해외 진출은 나의 공약사항으로 주된 관심사”라고 강조했고, 문 장관은 “이제 (해외진출의) 때가 무르익었다”고 화답했다.

물론, 의료영리화의 일환으로 줄기차게 의료산업의 활성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현 보건당국의 입장에서는 죽이 잘 맞는 화두였고, 간담회는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의료 직능단체를 방문할 때마다 단체의 니즈를 파악하고 대안을 약속하던 복지부 장관은 이날 어려운 치과계를 지원하겠다는 다짐 대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덕담(?)을 남겼다.

의료직능단체의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대화가 이토록 화기애애할 만큼 치과계가 정말 태평성대일까?

간담회 내내 최근 치과계가 직면한 의료과잉 경쟁의 부작용과 의료기관의 양극화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한 때 불법네트워크의료기관 척결과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한 선봉에 나섰던 치협의 기동력도 더는 크게 찾아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치과계 절대 다수인 개원가가 시름하는 보조인력문제, 아직도 미해결 상태에 머물러 있는 전문의제도에 대한 대화도 들어볼 수 없었다. 심지어 치과의사 해외진출의 근원과 맞닿아있는 치과대학 정원 감축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악화일로를 걷는 개원환경 속 다수의 회원들에게 해외진출이라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는 언제까지 먹힐까. 본지는 29대 협회장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딱 1년 전 당시에도 최남섭 예비후보의 공약토론회를 보도(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003)하면서 의료의 과잉 경쟁과 영리화에 저항하는 치과계의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듯한 그의 입장에 대해 우려를 전한 바 있다.

▲ 문형표 장관
한편, 문형표 장관은 이날 간담회 후 축사를 통해 “이번 중동지역 방문에서 우리나라 치과의료기관들이 많이 진출해줬으면 하고 부탁을 받았다”며 “치과계가 이제 충분히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만큼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최남섭 협회장은 “협회는 복지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협회장으로서 여러분의 개원 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다짐이 주말까지 학술행사를 전전하는 1400명의 회원들에게 얼마나 와 닿았을지는 의문이다.

혹자는 공식석상도 아닌 분과학회의 간담회에서 주요 화두를 언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한다. 자리에 걸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치협은 신년회, 정기대의원총회, 치아의날 등 각종 연례행사에서도 의협, 심지어 간협이나 치위협에서도 볼 수 있던 복지부 장관과 대면하는 일이 드물었다. 공식석상을 만들기 어렵다면,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단체의 권익을 피력하고 관철시키려는 협회의 모습이 3만 회원의 바람이자, ‘일하는 집행부’의 참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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