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보·병원 직불’ 안되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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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보·병원 직불’ 안되는 3가지 이유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5.03.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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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질병정보 노출·민간보험사 의료기관 통제·또 다른 규제 완화…환자 편의? 꼼수일 뿐

 

최근 언론에서는 2007년부터 도입된 민간의료보험사들의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실손형 의료보험’과 관련 “환자가 아니라 병원이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또 다시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보도 이후 “확정된 바가 없다”며 해명자료를 냈지만, 이 방안은 이미 작년 12월 18일 금융위가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즉,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지만 오래 전부터 추진해 왔고, 가까운 시일 내 구체적인 법안이 제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에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은 24일 성명을 내고 “개인질병정보를 유출하고 미국식 의료를 불러올 실손의료보험-병원 직불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해 나섰다.

범국본은 성명에서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사에 직접 청구토록 하는 일명 ‘실손의보-병원 직불정책’이 왜 심각한 의료민영화 정책인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크게는 3가지다.

개인질병정보 자연스레 넘겨주기

첫 번째 폐단은 국민들의 개인질병정보를 민간의료보험사에게 자연스럽게 넘겨주는 꼴이 될 것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가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을 통해 발표한 내용을 확인해 보면, 직불정책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진료내역 심사청구를 신청하면 심평원이 심사 후 의료기관과 보험회사에 심사결과를 통보하고,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심평원의 심사 후 보험회사에 통보되는 심사결과를 통해 자연스레 환자의 개인질병정보가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범국본은 “민간의보가 국민건강보험을 따라 잡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으로 보는 것이 개인질병정보에 접근할 권한과 민간보험-병원 간 직불 시스템의 도입”이라며 “개인질병정보를 알아야 보험금 지급이나 질병 발생 확률이 높은 사람의 가입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현재도 민간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심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를 앞세워, 가입자에게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출받아 인근 병·의원을 뒤져 개인의 진료정보를 수집·조사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국본은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를 심사한 결과를 보험회사와 공유하게 되면 개인질병정보가 직·간접적으로 민간보험사에게 넘어가게 될 것은 자명하다”면서 “따라서 이번 시도는 개인의료정보를 사실상 민간보험회사가 소유하게 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게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보험사-병원간 ‘갑·을 통제기전’

핵심적인 두 번째 폐단은 직불정책이 민간의료보험사가 ‘갑’이 돼 의료기관을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05년 유출돼 파문을 일으켰던 삼성생명의 로드맵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사들이 장기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즉, 직불정책은 이의 첫 출발점인 셈이다.

범국본은 “의료기관이 직접 의료비를 청구하게 되면 보험금을 지급할 권한을 가진 민간보험사가 갑이 돼 의료기관을 통제하게 된다”면서 “이는 민간보험사가 보험금 지급과 계약을 무기로 병원과 의료진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관리의료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범국본은 “언론들은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병원에서 민간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론 민간보험사와 병원을 연계시키려는 꼼수일 뿐”이라며 “지난 15년간 영리병원 추진과 연계해 진행된 의료민영화의 최종 목적지도 바로 보험사-병원 연계를 통한 미국식 의료제도 도입”이라고 주장했다.

‘고삐 풀린’ 민간의보, 건보 삼킨다

마지막 폐단은 박근혜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일 생각은 전혀 없고, 오로지 국민 의료비 급증의 최대 동력인 민간의료보험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조치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범국본은 “민간의보는 진흥의 대상이 아니라 규제의 대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민간의보는 지급률, 손해율, 표준화 등 무엇 하나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 상품을 국민들에게 판매하고, 막상 지급해야 할 때는 딴소리를 하기 일쑤”라고 비판했다.

또한 범국본은 “거기다 민간의보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 양산은 물론, 국민들의 의료비를 막대하게 증가시키는 원흉”이라며 “공적으로는 전혀 민간의료보험을 관리하지 않으면서, 보험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특히, 범국본은 “심평원은 민간의보사들의 사익을 위해 사용돼서는 안되는 명백한 공공기관”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민간보험을 활성화해 재벌들의 배를 채워 주려하기 보다, 당장 이들을 규제하고, 국민들을 위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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