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확대! 전면 재검토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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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확대! 전면 재검토 왜 필요한가?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5.04.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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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격침해 소지부터 질병정보 유출 우려까지…국회 심의도 무시한 초법적 발상

 

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꼽히는 ‘의원-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올해는 더욱 확대된다고 한다.

지난해 의료계와 범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더니, 이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로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도 별 문제가 안되는 모양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원격협진 활성화 및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산 계획’을 마련해 3월부터 다양한 원격의료 서비스가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복지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원격의료 확대 방안을 살펴보면, ▲현행 의료법상 가능한 ‘의료인간 원격협진’ 활성화 ▲원양선박·군부대·교정시설 등 의료사각지대 중심 원격의료 확산 ▲동네의원 중심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산 및 모델 다양화 ▲해외환자 사전·사후 관리를 위한 원격협진 활성화 등 4대 핵심 과제를 담고 있다.

방안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동네의원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기존 9개소에서 이번 달부터 최대 50개소로 늘어나고, 대상 환자도 800여 명 규모에서 1,800여 명을 대상으로 확대된다.

또한 이번달 원양선박 선원을 위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으로, 7월에는 군장병 대상 원격진료 및 원격건강관리 서비스와 교정시설 수감자 대상 원격의료로 확대 실시된다.

국회 심의도 무시한 초법적 발상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야권은 “현재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부족해 의료법 개정도 없이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초법적 발상이자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정독재”라는 것.

원격의료는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여야가 합의로 관련 예산을 9억9천만 원에서 3억5천만 원으로 대폭 축소시킨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미래부 R&D예산 20억을 편법적으로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법예산을 활용해 원격의료를 군장병·원양선박 선언·교정시설 수감자로 확대하겠다는 발상은 ‘인권침해’라는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이목희 의원은 “군장병과 수감자를 상대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는 건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약사법의 ‘임상시험관리기준’을 보면 군인·수감자 등은 ‘취약한 환경에 있는 피험자’로 분류돼 새 의료기술이나 기기,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위한 연구에서도 특별히 보호토록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군장병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도 “취약한 환경에 있는 피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림의 떡에다 질병정보 유출 우려까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원격의료가 의료 소외계층의 ‘접근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혜자로 내세우는 노인과 장애인, 저소득층, 의료취약지 주민들은 오히려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PC나 스마트폰을 새로 마련해야 하고, 인터넷 가입, 게이트웨이(전송장치) 및 원격의료장비 구입 등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즉, 지리적 접근성 문제에 앞서 ‘경제적 접근성’ 문제로 의료 소외계층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적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도 ‘질병정보 유출’이라는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격의료를 이용하려면 필수적으로 민간 통신기업에 개인의 질병정보 집적을 허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

의협은 “원격의료의 주요 수단인 PC의 악성코드․바이러스 감염으로 환자의 의료정보가 암호화되지도 않은 채 저장․전송될 수 있다”면서 “특히, 환자의 의료정보가 해킹 등으로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고, 의료기기의 오작동으로 잘못된 처방이 내려질 위험도 있다”고 원격의료시스템의 기술적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안전·효과성 의문…대기업만 손꼽아

정부 정책 결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안정성과 효과성이다. 그런데 원격의료는 어느 것도 검증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목희 의원은 “전 세계적 연구결과를 볼 때, 결론적으로 원격의료의 안전성, 효과성 그리고 경제성에 대한 학술적인 근거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355억 원을 들인 시범사업 결과도 이미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의원은 “그런데도 정부가 시범사업을 지속·확대하는 것은 어떻게든 원격의료 강행의 명분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은 아랑곳 않고 오로지 의료기기 판매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업체들 이익만 고려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의료취약지로 확대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의료취약지와 도서벽지에 정작 필요한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응급상황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응급의료 시설과 인력”이라며 “우리나라에 30분내 응급의료기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구가 30% 이상인 지역은 강원 인제군 등 7개 지역이나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통해 기업에 퍼 줄 돈으로 군부대와 의료취약지에 공공의료를 확충해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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