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관리, 취약계층을 위한 ‘진정한’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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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관리, 취약계층을 위한 ‘진정한’ 복지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5.04.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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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방문보건협회 최상금 회장

 

지난 2007년부터 추진돼 온 방문건강관리사업(이하 방문관리)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우, 노인, 여성, 소년소녀가장 등 전국 480만 이상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건강 불평등 해소 및 자가 건강관리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 돼 온 국가 보건사업이다.

그런데 2013년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방문건강관리사업이 폐지되고 ‘지역사회 통합 건강증진 사업’으로 합쳐지면서 각 지자체 보건소에 소속돼 있던 방문보건전담인력(이하 방문인력)들에 대한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했다.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한 소송 등 싸움은 아직 진행중이다.

본지는 사회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사회적 고립을 겪는 취약계층의 ‘걸어다니는 보건소’ 역할을 자처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친구이자, 주치의 역할을 해 온 방문인력의 이야기와 대량 해고 사태 등으로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그래서 본지는 한국방문보건협회 최상금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방문건강관리 사업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 소개해 달라.

보건소 방문관리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대통령 공약에 따라 ‘일자리 창출’ 파트의 하나로 시작했다. 간단히 예를 들면, 동사무소 등에 ‘산불 단속반’, ‘거리 청결 노인 봉사단’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다가 이 사업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우, 노인 등 취약계층에 필요한 사업이라고 평가가 돼, 건강 불평등 해소,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자가 건강관리 능력 향상 등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시작 당시 방문인력이라고 해서, 전국 253개 보건소에 2천여 명 정도가 고용됐다. 그 중에 85%는 간호사다. 나머지는 대상자의 필요에 따라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치과위생사, 영양사, 운동사 등으로 구성됐다.

방문관리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포괄적인 건강관리사업’이다. 저소득층, 의료취약계층 등에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관리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실제 방문했을 때 대상자들은 도움이 필요해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취약계층의 경우 사회와 원활하게 소통하기 어려운, 고립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신뢰를 쌓기 전까지 대상자들은 ‘돈’이라든지 하는 가시적인 요구만 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문관리는 단순히 건강 체크, 관리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정서 관리까지도 포함하는 전인적인 사업이다.

방문관리는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가?

대상자들은 제대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스스로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분들을 직접 찾아가 건강 및 생활습관 등을 관리하기 때문에 큰 질환으로 이행되는 것을 막아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노인의 경우 고독사, 자살 등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방문관리를 지속적으로 받은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1인당 연간 22만원의 진료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2011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350억원의 예산을 들여 방문관리를 시행했을 때 결과적으로 2,199억원의 국민의료비 지출을 절감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140만 저소득층 가구가 한 달에 2,400원으로 건강관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미 방문관리는 경제면에서 효율성이 입증 된 사업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방문인력에 대한 관리라던지 하는 부분은 어떻게 이뤄졌나.

보건소 소속이면서, 방문관리 학회가 있었다. 학회 지도교수님들을 통해 권역별(도별) 보건소 방문인력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필드에 있는 방문인력들은 지역의 구석구석을 잘 알기 때문에 지역사회 건강에 관한 데이터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것을 통해 교수님들은 지역사회 건강, 보건의료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우리들은 그것을 통해 대상자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 교육을 받았다.

방문인력의 고용형태는 어떤 식이었나. 공약에 따른 ‘일자리 창출’ 부분의 하나였는데…

비정규직이었다. 그래도 방문인력의 경우는 대부분이 ‘면허를 가진’ 간호사 등 전문가이기 때문에 ‘특별 전문직’으로 구분됐다. 기간제 예외 직종으로 매년 계약하는, 연속고용의 형태로 일했다.

그래도, 2013년 ‘지역사회통합건강증진사업(이하 통합사업)’으로 통합되기 전까지는 해고의 위험은 없었다. 월급이 적긴 했지만 지자체 호봉제로 매년 1호봉씩 올랐다. 물론 지자체 성격에 따라 당시에도 일당제인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지침을 지킨 것으로 알고 있다.

▲ 한국방문보건협회 최상금 회장

통합사업으로 편입되면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가?

방문관리가 2013년 통합사업과 합쳐지면서, 방문인력의 인건비 예산도 통합사업 전체 예산(초괄보조금 예산)에서 지출하도록 됐다.

그리고 방문관리가 필수사업에서 ‘선택사업’으로 분류 됐고, 방문인력이 무기직 전환 대상자가 됐다.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통합사업은 보통 13개가 있다. 그 중에 지역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보통 많이 하는 게 금연, 비만, 치매관리 사업 등이다.

그러니까 지자체에서는 예산 문제를 들먹이며 2012년에서 2013년 넘어갈 때 무기직 전환을 거부하면서 전국적으로 200여 명을 해고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에 문제제기를 했더니, 그쪽에서는 기간제 예외직종이므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일한 것은 무효고, 2013년부터 다시 경력을 카운트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2년 일해야 무기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2년이 지났다. 2014년이 되면 무기직으로 전환을 시켜줘야 하는데, 지자체에서는 예산 문제, 통합사업 진행을 명목으로 또 방문인력 700여 명을 해고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방문인력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지자체 별로 다른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계약 만료 후 재채용을 했다. 2015년 되기 한 달, 보름 전에 해고 시키고선 다시 채용하는, 편법이 가장 많았다.

또 시간제 임기제라고 하는 특이한 제도를 활용하는 곳도 있었는데, 이것은 원래는 5년을 통으로 계약하는 것인데, 지자체에서는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서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간제 임기제는 또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 시간제 임기제 : ① 시간제 : 통상적인 근무시간보다 짧은 시간 근무 (주 15시간 이상 35시간 이하) ② 임기제 : 기간 제한을 두고 임용 (= 계약직)한다는 것으로 일반 공무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없다. 이런 식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주 40시간 근무하는 일반임기제로 채용하게 되면 기존 공무원의 정원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곳은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연속고용을 하기도 한다.

또 현재 내가 소속된 하남시 보건소의 경우는 위탁고용이다. 내 소속은 아주대학병원이다. 이것도 또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편법 중에 하나다.

그리고 예전에 방문관리였을 때는 호봉으로 월급을 받았지만, 통합사업이 되면서는 월급이 통합사업 인력 예산으로 (세전)150만원 정액제가 됐다. 가족양육수당 지자체 수당도 없어졌다.

월급 같은 처우의 문제 뿐 아니라 다른 문제는 없는가?

우선 방문인력이 담당했던 대상자들과 생이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시에 해고되고 또 편법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방문관리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어, 대상자들이 새로운 방문인력을 거부한다던가 하는 등으로 관리가 되지 않고, 만족도도 급 추락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사람 대 사람으로 신뢰를 쌓은 관계였기 때문에 그렇다. 대게는 6년 가까이 친밀한 관계를 쌓아왔는데, 지자체와 군수님의, 정부의 정책에 따라 해고되고, 고용이 불안정해져 방문관리 이전으로 (건강 등이) 돌아가는 것 같다.

방문인력이 하는 일은 건강관리,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회 가장 취약한 계층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사회에) 전달하고, 대신하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

해고된 많은 방문인력들이 지난번 발표대회에 나와 호소하고, 처우개선의 문제를 얘기한 이유는 월급이 적어서가 아니라 대상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방문인력에 종사하는 간호사들은 대부분 가정주부들이다. 그래서 방문관리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병원과 달리 정시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처음 방문관리를 한다고 했을 때 지원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대상자에 대해 ‘내가’ 단독으로 계획하고, 수행하고, 평가하는 사업이란 것을 알게 됐다. 또 내가 가야만 하고, 의지하는 대상자 분들이 생겨 보람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할 수 있다. 의사의 오더(order)를 수행하던 일에서 전문 지식을 가지고 활동 할 수 있는 이유도 있다. 개인적으로 방문관리 사업은 방문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호사’들이 보건의료 전문직으로서 자아실현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통합사업으로 뭉뚱그려져서 방문관리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돼 버렸다. 이건 나라에서 전문화된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 여성을 값싸게 고용하고, 어떤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도 걸려있다.

지금까지 들어 본 것만으로도 문제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발표회 이후의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방문인력들이 생계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방문인력의 대다수는 간호사들인데, 간호사들은 보건소 아니라도 취업할 곳 많다.

아이러니한게 이 일에 대한 애착도 있고, 불합리를 목격 하면서도 당장 죽고사는 문제는 아니니까 문제의식이 적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억지로 설득해 끌고 나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인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돼 버렸다는 게 조금은 와 닿지는 않는다. 다른 이유가 있는가?

통합사업이 되면서, 방문관리는 지자체의 요구도에 따라 대부분 중요에서 밀렸다. 왜냐하면 지자체 보건소의 경우 안전행정부의 평가가 가장 중요한데, 안행부의 평가 기준에 방문관리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통합사업은 각각 관리자가 있는데 방문관리는 관리자도 없다.

결국 다음해 예산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방문관리 보다는 평가기준에 우선하는 사업들을 보건소에서는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방문인력들에게 무기직 전환을 미끼로 다른 부서에 배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로 ‘동 허브화’사업, ‘복지동 설치사업’을 들 수 있는데, 이건 결국 보건소 방문관리에서 하던 일을 ‘동사무소’가 하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예를 들면, 서대문구청장이 지역사회 취약계층 관리를 위한 획기적인 사업을 한다면서 시작한 게 복지동 설치사업이다.

말 그대로 취약계층을 관리하는 것이므로 이미 기존에 활동하던 방문인력이 동사무소의 사회복지사보다 동네 구석구석, 사람들을 더 많이 잘 알고 있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할 때 방문인력도 함께 가게 했다.

▲ 한국방문보건협회 최상금 회장
또 힘 빠지는게, 그 가정을 방문해서 방문인력으로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회복지사가 자료를 얻기 쉽도록 보조하거나 방문인력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대상자에 대한 소스를 제공하는 인력으로만 활용된다는 것이다. 소속이 다르니까 권한을 주진 않은 것이다.

여기서 편법이 또 발생했다. 2,3일은 동사무소에 가서 일하고, 나머지는 보건소에서 일을 하는 식으로 방문인력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결국 남는 건 ‘보고서’인데 동사무소 일 보조하면서 정작 방문인력으로서의 일은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사무소 가서 허드렛일만 하다 오는 것이다.

게다가 동사무소에 대한 안행부 평가에 ‘복지동 실시 여부’가 기준에 들어가 있다. 그러니 보건소에서 방문인력을 빼가는 일은 더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런 식의 방문은 대상자에게도 좋지 않다. 몇 명이 몰려가서 다시 자기를 취조하는 것 같기 때문에 다시 간신히 열었던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방문관리의 경제성, 실효성 보다는 실정권자의 입맛, 행정 실패로 이 사업이 와해되는 것 같다. 위정자들은 국민 건강과 복지에는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와의 유기적 연결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사회적, 복지적 필요가 있는 대상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방문인력의 전문성을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다. 그리고 주먹구구식으로, 보고서로만 평가받는 게 안타깝다.

아까도 언급했는데, 방문관리에 대한 ‘자기 확신’ 때문에 일을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방문관리가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법적으로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대부분 방문인력들의 요구는 높지 않다. 월급 액수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연속고용이 되는 것이다. 이유는 아까 얘기했듯 대상자에 대한 책임감, 보건의료인으로서의 보람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간협(대한간호사협회)에 ‘방문 간호사 처우개선’에 대해 많이 요구를 했었다. 그래서 간협에서 나서서 국회의원을 만나 방문 간호인력 처우개선에 관한 법안을 제출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부산지역 보건소 방문인력들이 해고되면서 만든 ‘보건소 방문건강전담인력 집단해고 전국 공동대책위’가 남윤인순 의원이 속한 을지로위원회와 접촉해 방문인력 발표회도 열고,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는데 까지 갈 수 있었다.

법적 지위가 마련돼 고용안정이 되면 방문관리 사업이 발전하고, 그렇게 되면 전처럼 ‘필수사업’, 단독 사업으로 의료취약계층에게 다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역보건법 개정안 : 방문인력의 고용안정과 이를 법에 규정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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