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라이프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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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라이프 (To Life)
  • 전양호
  • 승인 2015.05.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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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 장 자크 질베르만 감독 『투 라이프(To Life, 2014)』

 

▲ (ⓒ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인적으로 프랑스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난 프랑스 영화에 나오는 프랑스 말이 싫다.(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 시비 걸지 마시길)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항상 비슷한 톤의 속사포 같은 프랑스 말이 왠지 거슬리는 경우가 많다.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심각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둥글둥글한 느낌의 프랑스 말은 정말이지 별루다.

▲ (ⓒ 출처 : 네이버 영화)

투 라이프. 간만에 프랑스 영화를 봤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 엘렌, 릴리, 로즈 세 명의 친구가 15년 만에 만나 프랑스의 베르크라는 해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게 된다. 첫사랑과의 결혼에 성공하고 항상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엘렌, 마냥 철없기만 해 보이는 로즈, 당당한 페미니스트 릴리.

정말 달라 보이는 세 명의 친구는 각기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한 상처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 상처와 비밀들은 모두 전쟁과 아우슈비츠로 인한 것들이었다. 공통의 경험이 없다면, 함께한 기억에서 유래하는 깊은 유대감이 없다면 털어놓을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 (ⓒ 출처 : 네이버 영화)

15년 동안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네들은 그네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듯이 길거리를 걸으면서, 저녁 식사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담담하게 서로에게 이야기한다. 높낮이 없는 비슷한 톤의 둥글둥글한 프랑스어로… 그리고 서로를 보듬어주며 상처 입은 자신들의 불안한 삶을 도닥인다. 아마도 그녀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아우슈비츠를 견뎌냈듯이 평생에 걸쳐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감독인 장자크 질베르만이 자신의 어머니의 실제 사연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다. 감당할 수 없는 시대적 아픔을 온몸으로 견뎌낸 어머니와 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지만 결코 어둡지만은 않는 꽤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물론 스치듯이 지나치는 묵직한 감동과 여운도 함께…

▲ (ⓒ 출처 : 네이버 영화)

▲ (ⓒ 출처 : 네이버 영화)

세명의 친구로 출연한 줄리 드빠르디유, 조한나 더 스티지, 수잔 클레밍은 유럽의 대표적인 연기파 여배우들이라고 한다.

이 중 엘렌 역의 줄리 드빠르디유는 프랑스의 국민배우였던 제라드 드빠르디유의 딸이다. 그녀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 순간의 일탈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현실을 부둥켜안고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한 여성의 모습을 빛나게 표현해낸다. 세금이 무서워 러시아로 도망간 사람의 딸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나머지 두 명의 여배우도 못지않게 훌륭하다. 그냥 세 사람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기위해 투자한 모든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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