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불평등에 도전 하기 : 구강보건서비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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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불평등에 도전 하기 : 구강보건서비스 편
  • 류재인
  • 승인 2015.05.28 17: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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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교수의 논문한편]신구대학교 치위생학과 류재인 교수

 

이번 류교수의 논문한편은 최근 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서 발행한 ‘건강불평등에 도전하기: 연구와 실천’이라는 연구보고서 내용 중 저자가 참여한 ‘구강보건서비스’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기고합니다. 이번 보고서는 반년 이상을 진행한 6기 서리풀 토요 세미나 연구 소모임의 결과를 보고서로 발표한 사례입니다.            -편집자 주

아시겠지만 저 같이 게으른 사람이 2주마다 토요일 오전에 세미나를 위해 기상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과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을 끌어온 무한도전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미나 참가자분들은 보건학을 전공하는 의사부터 사회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연구원까지 하나의 사안에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의견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구강보건사업이 당연하다는 무리에서 벗어나 매 순간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를,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생각하게 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세미나에 참여하신 분들은 그 민감하다는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셔서 오히려 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국민건강계획 2020을 만들던 2010년 즈음 관련 토론회에서 발표자 및 발제자들이 건강불평등을 얘기하는 것이 그 당시 화두였던 건강증진과 무슨 상관이 있냐, 오히려 불평등을 알림으로써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평등 집단을 소외시킨다는 말을 하셨고 많은 분들이 그 의견에 동의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의아한 느낌이 많았던 저로서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일정부분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건강불평등이 있다는 사실을 학계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좀 더 시니컬하게 말하자면 그 사실로 많은 사람들이 논문도 실었습니다. 저 또한 그 수혜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건강불평등이 ‘있다’는 것은 내가 현란한 수치로 보여주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입니다.

실제로 어떤 연자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자신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건강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셨답니다.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바꾸지 않는다면 어쩌면, 차라리, 정말로 알려주지 않은 것보다 더 못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진들은 이 보고서를 보고 많은 분들이 이런 사업이라면 ‘나도 하겠네’라는 만만한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도전, 설령 그것이 무모한 도전이라도 시작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서론이 기냐고 하신다면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만 각종 행사의 날이기도 해서 정신없었다는 핑계로 보고서에 편하게 얹혀가려고 보낸 초고를 퇴짜 놓으신 편집장님의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는 못 들은 말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보고서 전문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보시려고 누르시는 분들에게 미리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http://health.re.kr/?p=2310

● 구강건강 불평등 현황

다른 영역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구강건강 불평등 또한 전 생애에 걸쳐 존재한다. 전 세계 구강건강불평등 자료를 메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치아우식경험율의 경우, 저학력 계층의 경험률이 고학력 계층보다 1.3배 높았으며 소득과 직업에서도 그 격차는 1.4배와 1.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5). 한국 자료에서도 양대 구강병이라고 불리는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 모두 소득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진다 (표 6).

 

● 구강건강 불평등 완화 중재

① 아동에 대한 구강보건서비스 제공
구강보건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공적 보장보다는 사적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와 저출산 문제가 부각되고 건강불평등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아동들에게 공적으로 구강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저소득층 아동 대상 프로그램인 헤드스타트(Head Start, 만 3세 이상)와 얼리헤드스타트(Early Head Start, 만 3세 미만)는 아동의 인지, 언어발달 서비스를 통해 불평등에 개입하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에 구강보건서비스가 같이 제공된다. 대상 아동들이 메디케이드 수급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조기정기검진치료 방식의 예방중심 접근을 하고 있다.

또한 사업 관계자나 자원봉사자들에게 아동의 올바른 칫솔질 방법을 교육시켜 이들이 대상 아동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통합적 보건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슈어스타트(Sure Start)라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데, ‘건강한 아동 프로그램’이라는 구강보건서비스 프로그램이 연계되어 있다.

호주의 경우 2-17세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를 포함한 메디케어 아동치과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 수혜 아동은 2년간 총 1,000달러(한화 약 86만원) 범위 내에서 구강보건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프랑스에서도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치아 홈 메우기 사업을 시행했으며, 이는 아동의 구강건강 증진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한국의 경우, 2012년부터 3년간 서울시에서 학생과 저소득층 아동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을 시행했으며, 2015년부터 대상지역이 확대되었다. 시범사업 평가에 의하면, 특히 저소득층 아동에서 치아 우식증 예방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②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20세기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10대 공중보건 업적 중 하나로 손꼽을 만큼 충치예방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안전한 사업이다. 수돗물 내 불소농도를 충치 예방이 가능하면서 부작용이 거의 없는 0.8~1.0ppm으로 조정해서 공급하면, 다수의 사람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에서 수행한 분석에 의하면, 이 사업을 위해 1인당 연간 0.2달러가 쓰이며, 비용-편익비는 60배에 달했다. 이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사람들에게 충치예방효과를 가져옴으로써 건강형평성을 개선시킨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이 사업을 시행한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지역과 달리 아동의 구강건강불평등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안전성을 이유로 이 사업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학문적으로는 유해성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이다. 구강건강수준의 향상과 불평등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이 사업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③ 치과 의료서비스 보장성 확대

치과 서비스는 보건의료 서비스 중에서도 본인부담금이 높은 영역이며, 이로 인해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서비스 보장영역이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치아 홈메우기의 경우 2009년 급여가 시작되어 2013년 18세 미만 제1·2대구치로 보장범위가 확대되었으며 2017년부터는 본인부담금도 인하될 전망이다.

또한 광중합형 레진을 이용한 충치치료의 경우 2018년부터 만 12세 이하 아동들에게 보험급여로 포함될 예정이다. 치석제거는 2013년 7월부터 만 20세 이상, 연간 1회에 한하여 후속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완전틀니는 2012년 7월부터, 부분틀니도 2013년 7월부터, 임플란트는 2014년 7월부터 만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 50%와 함께  보험적용이 가능해졌으며 2016년부터는 만 65세 이상부터 적용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하지만 본인부담금 인하 방식의 건강보험보장성 확대만으로는 불평등 완화에 불충분하다. 일본 연구에 의하면, 보철물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시행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서 보철물 보유빈도가 높았다. 본인부담금이 없는 의료보호 수급자에서만 고소득층만큼의 빈도를 보였다고 한다. 미국 연구 또한 아동의 본인부담금을 인하해도 가구의 전체 진료비 부담이 늘어나면 아동의 치과의료서비스 요구가 미충족되거나 지연된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치과의료서비스 체계의 공적 보장영역 확대와 더불어 본인부담금 저하를 통해 다양한 계층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류재인 (건치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신구대학교 치위생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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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호 2015-05-29 11:26:02
잘 읽었소 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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