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참의료 '고민의 장' 만들어 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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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참의료 '고민의 장' 만들어 주고파"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5.06.12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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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건치의료학교 총괄 정석순 사무국장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박성표 정달현 이하 건치)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신입회원 사업인 (가칭)'건치의료학교(이하 건치학교)'가 시작부터 이미(!) 신입회원으로 가입하는 학생들이 있을 만큼 순조로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의 총괄을 맡은 정석순 사무국장을 만나, 건치학교의 취지와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정석순 사무국장은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92학번으로, 2002년 졸업 후 개원했다. 재학시절 학생운동과 노래패 등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해왔으며, 지금도 늘푸른여성센터에서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가출청소녀의 치과주치의로 봉사하고 있으며, 베트남평화의료연대에도 3년전부터 후배들을 데리고 참가하고 있다.

▲정석순 사무국장

“올바른 의료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그들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

건치학교를 제안하고, 기획, 실무까지 맡아서 하고 계시다고 들었다. 건치학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기존에 건치에서 치대생을 대상으로 하던 ‘건치 여름 한마당’에 대한 대안으로 건치학교를 제안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적으로 후배들이 모여서 참의료에 대한, 사회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 그것들을 실천할 만한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치대에 입학하기 전부터 ‘치과의사가 돼서 돈을 많이 벌겠다’ 그것이 꿈이라고 하는 학생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예과 본과를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공부기계처럼 외우는 것이 전부가 돼 버리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학교 공부 말고, 자기가 어떤 의료인으로서 살아야 할지, 올바른 의료인에 대한 고민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건치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87 항쟁이후 건치는 치과계 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가장 정직한 목소리로 민중을 대변해 왔고, 그 정신과 가치를 지켜오려 했기 때문이다. 세대는 변했어도 변하지 않는 정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계속해서 후배들을 통해 이어져 갔으면 한다. 

생존이 문제라고 하지만, 결국 그보다 가치의 계승을 통한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치가 그 일에 앞장서 치과계 새로운 바람을 불게 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 11개 치과대학 동아리를 돌아다니면서 후배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생각을 읽기 위해 애쓴 것으로 들었다. 사무국장님이 만나 본 후배들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다들 얘기하는 거겠지만, ‘우리 때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우리 때의 동아리는 대부분 정치적 방향성과 의도가 분명했었다. 그리고 동아리 내에서의 활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 ‘요즘’ 후배들의 지식 스펙트럼은 전 보다는 확실히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상당한 ‘오픈 마인드’를 가진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때(?)보다 토론문화가 활성화 돼 있었다. 그 중에서도 역시 참의료에 대한 고민을 가진 학생도 많았다.

다양한 지식을 구비하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 토론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아는 것과 실천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연대의식’은 조금 부족했다.

그렇다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혹은 후배들이 가졌으면 하는 정신이랄지 가치는 무엇인가?

 

 
의료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다. 올바른 의료인의 모습은 사회 속에서 정확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의술로 사람을 고치는게 전부가 아니라 사회의 어떤 현상, 모순이 자신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의 삶과 직업, 사회라는 큰 범주 안에서 의료란 무엇인가, 여기서 좋은 의료인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참의료에 대한 고민을 가진 학생들이 그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그런 자리를 만들고, 그런 학생들이 모이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군요.

그렇다. 일종의 ‘근거지’다. 혼자만 고민하다보면 자칫 고립될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올바른 의료인에 대한 고민을 가진 학생들에게 함께 고민하고, 책 읽고 토론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자신의 고민에 대한 ‘마음의 합법성’ 또한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근거지의 또 다른 이름은 ‘교양과 실천의 공간’이다. 실천과 체험을 통해 깊이 있는 이슈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전엔 교양의 ‘실천 공간’이 시위와 집회였다면, 이제는 재능기부 형태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사회 봉사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아픈 사람들은 계속 아픈가’, ‘의료취약계층은 왜 생기는가?’ 하는 등의 문제의식, 의료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의료를 통해 사회를 본다는 것은, 의료 지식과 기술뿐만이 아니다. 그 사회의 의료제도에 따라 진료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의료보험제도 등 구조적 맥락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정치가뿐 아니라 의료인의 역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건치학교 ‘이후’가 상당히 주목된다. 좋은 강사들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의 연속성을 위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건치학교를 치러낸 이후에야 구체적인 안들이 나오겠지만, 우선은 각 학교별로 의료제도의 문제나 의료인으로서의 고민을 서로 풀어내고, 경험할 수 있는 동아리들을 세우는 것이다.

건치지부들이 학생과 건치 사이에서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사회 속에서의 의료인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더 알아가길 바란다.

한편, '나, 너, 우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건치학교는 2학기가 시작되는 9월 4일과 5일에 열릴 예정이며, 올바른 치과의사로의 삶, 고민, 활동에 대해 나와 주변, 그리고 사회 속에서 고민해 보는 시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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