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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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 전양호
  • 승인 2015.06.25 18: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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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2015)』

 

 
22년 후…
 
나중에 돈을 벌면 하고자 벼르는 일들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꿈에 그리던 자동차를 구입하고, 또 누군가는 의학의 힘을 빌려 변신을 시도하기도 하고… 그리고 어떤 누군가는 공룡 공원을 만들어 자신의 유아기적 망상을 현실화시키기도 한다.
 
해몬드라는 갑부가 만든 쥬라기 공원의 폐장 후 22년, 또 다른 갑부(마스라니)가 나타나 쥬라기 월드라는 공룡 테마파크를 만든다. 그는 공룡들과 관객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눈을 보면 공룡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알 수 있다는 나름대로 밉지 않은 자본가였고, 직접 헬리콥터를 몰고 탈출한 공룡을 잡으러 가는 대책 없는 모험가였다.
▲ ⓒ 네이버 영화
 
22년 전 해몬드는 공원의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있었고, 아수라장이 된 공원에서 간신히 탈출하면서 폐장을 선언할 정도로 쥬라기 공원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22년 후의 마스라니에게 이미 공원은 그가 어찌 할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었다. 공원의 덩치가 커지면서 더 많은 관객과 투자가들이 필요했고,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크고 더 위험한 공룡을 끊임없이 창조하고 런칭해야 했다.
 
▲ ⓒ 네이버 영화
▲ ⓒ 네이버 영화
왜 이런 괴물을 만들었냐고 항의하는 마스라니에게 과학자는 자신에게 더 무서운 공룡을 만들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항변한다. 공원은 그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지 간에 이윤창출과 지속적으로 몸집을 불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그대로 내면화한다. 22년 동안 자본주의는 더욱더 위협적으로 변했고, 스스로 자기증식이 가능한 괴물이 되었다
 
공원의 관객들은 지상최대의 육식 수상공룡이 사는 물가를 태연하게 걸어다니고, 공룡의 발길질 한 번에 무용지물이 되는 방탄유리구슬에 자신의 몸을 싣고 공룡의 무리 속을 지나다닌다. 관객들을 대피시켜야 할 알바생은 매뉴얼만 읽어댈 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고, 들인 돈이 아까운지 고작 전기총을 들고 거대한 공룡을 생포하려 달려든다. 이곳에서도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돈이 우선이고, 돈에 대한 욕망은 부지불식간에 위험에 대한 예민함까지 무디게 만들어버린다.
▲ ⓒ 네이버 영화
▲ ⓒ 네이버 영화
 
누군가는 이 난장판에서 생체무기를 실험한답시고 랩터를 동네 강아지쯤으로 취급하고 몰고 나간다. 우리나라의 누군가가 이 와중에도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설레발치는 것처럼…
 
공룡영화에서 공룡과 그 스케일에 압도되지 않고 이것저것 딴 생각이 나는 거 보면 이 영화는 이미 실패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혹시 의외로 체제 비판적인 속내를 가지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면…
 
뜻하지 않게 쥬라기 공원 3편과 그 후속편인 쥬라기 월드까지 모두 봤다. 공룡들은 점점 더 커지고 영악해지고, 흉포해지고 있지만, 내 눈에는 그저 푸르죽죽한 큰 것들의 무리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랩터를 능가하는 매력적인(?) 공룡은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1993년에서 멈춰야 했다.
 

▲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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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호 2015-06-27 09:27:33
그건 뭐 각자 알아서...ㅋㅋ

전민용 2015-06-26 11:37:58
그래서 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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