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흑자에도 수가 최저‧보장성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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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 흑자에도 수가 최저‧보장성 최악!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07.0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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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흑자 움켜쥔 채 공급자·가입자 대립 구도 조성…지불제도 개선‧차등수가제 대안 등 의료계 숙명에 진통 예상

 

건강보험 13조원이라는 희대의 흑자 누적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건강보험료가 또 0.9% 오른 가운데, 치과의료기관의 수가는 1%대 인상이라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때 3%에서 2% 후반대를 유지했던 치과 수가 인상률이 2015년도부터 2.2%까지 급감한데 이어 올해는 1.9% 인상에 그쳤기 때문이다.

내년도 수가인상을 위한 정부의 예산 폭은 6500여억원. 2016년도 치과보험 환산지수는 2015년 77.5원에서 1.9% 인상되면서 79원이 됐으며, 2014년도 치과보험 진료비 총액 기준(2조 5,174억원)으로 따져봤을 때 예상되는 총 진료비 인상효과는 478억원 정도이다.

사실 1.9%의 인상률에서 0.1%가 더해져 앞자리가 2.0%로 달라진다한들, 내년도 치과보험 환산지수는 마찬가지로 79원이다. 인상률이 반올림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측이 1.9%라는 수치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공급자단체에 재정 흑자를 퍼줬다는 부담을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함일 것이다.

치과 인상률 1%대 개막…종착역은 지불제도 개선(?)

그러나 치과계는 1%대라는 인상률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공단에서 1.9%라는 최후 협상 지점을 찍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으로 넘어간 이상 1.9% 내지 그 이하의 인상폭이 예견된 일이었지만, 현 집행부 들어 첫 협상에서 초유의 1%대라는 숫자를 찍었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는 지난해 치과병의원 건강보험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4%대로 회복할 만큼 규모가 늘었다는 점이 가장 크지만, 치과계는 비보험 진료비가 일부 넘어가면서 생겨난 착시 현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상 치과를 비롯한 공급자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건정심 등을 통해 유형별 수가계약제도의 불합리성을 토로해왔다. 이번 수가협상이 결렬된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정부가 밴딩 규모를 이미 다 정해놓고서 공급자 단체끼리 나눠먹기를 해야 하니 서로의 몫을 뺏어 와야 하는 상황인데 이게 무슨 협상이냐”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나마도 치과의 경우, 한해 수가 인상률 0.1%가 병원 수가 인상률 1%와 맞먹는 처지라 유형별 수가협상 방식에 대한 불만이 크다.

해마다 협상이 결렬되는 단체가 늘어갈수록 공단측 역시 협상 방식의 문제점 개선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공급자단체는 번갈아가며 협상 부결이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정부는 해마다 낮아지는 수가인상률로 의약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으로든 수가협상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면 정부의 속내는 유형별 수가협상 구조의 개선이 아닌 지불제도 개선 방식을 지향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전부터 정부는 협상테이블에서 총액계약제와 유사한 진료비 목표관리제에 관한 공동 연구를 부대조건으로 내걸어왔으나 의약단체의 단호한 거부로 추진되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공급자단체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사이 가입자단체 역시 거듭되는 보장성 확대 정책의 좌절로 현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성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13조나 되는 유례없는 건강보험 흑자를 쌓고도 어느 쪽으로도 효율적인 재정 할애를 하지 못하는 것은 현정부의 보장성 확대 기조가 빈약한 탓이라는 해석이 크다.

차등수가제 폐지안 부결…‘진료량 통제’ 대안 주문

한편 최근 건정심에서는 차등수가제 폐지 안건이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는데, 다수의 의약단체들이 폐지에 찬성한 가운데 위원 22명 중 12명이 반대해 폐지안이 부결됐다.

참고로 차등수가제는 1일 평균 외래환자가 75명 이하일 때 진찰료의 100%를 지급하되, 76~100명이면 90%를, 101~150명이면 75%를, 151명 이상이면 5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명 ‘30초진료’ 등 의료기관 쏠림현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료기관 쏠림현상은 여전하고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오랜시간 폐지를 주쟁해 왔으나, 실상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이로 인해 6백억원이 넘는 진찰료가 삭감되는 등 진료비 절감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지난 29일 열린 건정심 전체회의에서는 메르스 여파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 보상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공급자단체들이 또 한 번 차등수가제 폐지안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차등수가제를 대처할 대안 없는 폐지는 불가하다는 가입자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로 인해 내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주로 차등수가제의 타격을 입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보험이사 3인이 폐지안 부결의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대한한의사협회가 건전한 의료생태 유지 장치라는 명목으로 의료단체 중 유일하게 차등수가제 폐지 반대론을 펼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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