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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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 전양호
  • 승인 2015.07.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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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2015)』

 

구스타프 클림트. 관능적인 여성의 육체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긴 오스트리아의 천재 화가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최고 수준의 경매가를 기록할 정도로 대중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 그의 모델이 되려면 잠자리를 함께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여성 편력 또한 화려했던 인물이다. 아델레 블로흐-바우어는 그 수많은(?) 여성 중 그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들 중의 한명으로 알려져 있고, 그녀의 초상인 우먼인골드(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는 2006년 미국 소더비 경매장에서 1억3500만 달러에 낙찰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우먼인골드에 대한 이야기다.

유태계 미국인 마리아 알트만은 죽은 언니의 편지를 통해 나치에 의해 몰수당해 오스트리아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그녀의 숙모인 아델레의 초상화를 되찾으려다 실패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지인의 아들인 젊은 변호사 랜디 쇤베르크에게 그림의 환수를 의뢰한다. 둘은 이후 8년의 시간동안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의 법적인 다툼을 이어가게 되고, 천신만고 끝에 그림을 되찾게 된다.

영화는 부당하게 빼앗긴 예술품의 환수라는 정의(正義)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환수의 정당성을 위해 나치와 오스트리아 정부의 부도덕을 부각시키고, 주인공 마리아 알트만의 상처와 그림과 함께 했었던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준다.

근대 전후로 서구의 침략과 일본의 지배를 통해 소중한 문화재들을 부당하게 빼앗긴 우리로서는 격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특히 고작 사법적인 중재에 따라 쿨(?)하게 국민 화가의 그림을 내어주는 나라라니… 우리나라의 미술품을 훔쳐간 나라들의 질척거림이 새삼스럽고, 도둑맞은 문화재 하나 시원하게 돌려받지 못하는, 미국이 아닌 나라의 국민이라는 게 비애가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빼앗긴 과거를 되찾기 위한 한 여인의 감동 실화’이기도 하지만 미국적인 가치관을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미국은 자유와 소유권(사유재산권)을 기반에 두고 굴러가는 사회다. 누구든 자유롭게 황무지를 개척하고, 그것을 지켜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개척시대의 전통이 사회적인 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끔찍한 총기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적인 총기규제조차 어렵게 하고, 천문학적인 의료비로 고통을 받아왔지만 이제야 전 국민 건강보험의 걸음마를 간신히 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유태인 마리아 알트만이 자유를 찾아 선택한 최종 기착지는 미국이었다. 그녀는 자유의 여신상이 내다보이는 숙소에서 미국에서의 삶을 계획하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가족과 자신의 소유였던 그림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미국 사회는 그녀에게 관대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그림의 환수를 거부하지만, 미국의 대법원은 그녀가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녀의 숨통을 틔워준다. 미국의 굴지의 화장품 재벌은 놀랄만한 액수로 그림을 구매하고, 그녀의 뜻대로 공개된 갤러리에 전시하여 그녀의 노력에 화답한다.

그녀와 가족들의 상처는 아프고, 과거를 되찾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녀가 유태인 자본가 출신이 아니었다면, 미국시민이 아니었다면…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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