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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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양호
  • 승인 2015.07.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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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 최동훈 감독의 『암살(2015)』

 

최동훈 감독은 우리나라 영화감독 중 흥행과 평균 이상의 작품성을 보장하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다. 특히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 <도둑들>까지 꽤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을 능숙하게 풀어나가는 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암살은 그런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다.

1933년, 우파계열과 좌파계열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와 약산 김원봉이 암살 계획을 세운다. 암살의 타겟은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 임시정부의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은 독립군의 저격수인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의 속사포(조진웅), 폭탄전문가 황덕삼(최덕문)으로 암살조를 조직해 경성으로 보낸다. 그리고 이들을 청부살인업자인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쫓게 되고, 독립군 내부의 배신과 안옥윤의 개인사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복잡하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하정우, 전지현, 이정재, 오달수, 조진웅, 이경영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조연급 배우들에 조승우와 김해숙의 꽤 비중 있는 까메오 출연까지. 수많은 출연 배우들에게 나름대로의 사연과 정당성, 캐릭터를 부여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최동훈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런 조합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족과 역사이야기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너무 많은 걸 설명하고 납득시키려다 보니 오히려 산만해지고 좀 느슨해진 느낌이 든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를 맵시있게 만들어낼 줄 아는 감독이다. 과거와 현재, 각각의 사연들이 얽혀있지만,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훌륭하게 마무리한다. 그 과정에서 꽤 긴 러닝타임을 여백 없이 촘촘하게 채워낸다.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루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익숙함은 언제든 식상함으로 바뀔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은 ‘ism'으로 승부하는 감독이 아니다. 계속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다른 느낌의 후속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정우는 훌륭한 배우지만, 기대 이상의 연기는 아니었다. 하와이 피스톨이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이 애매하기도 했고. 한 인터뷰에서 별그대의 천송이보다 편했다는 전지현. 여전히 엽기발랄한 전지현이 지워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배우의 길을 가고 있다는 걸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연기자로서 이정재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다. 아무 연기도 하지 않은 모래시계의 이정재가 다른 모든 이정재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다락방에 숨어 권총을 든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젊은 독립군의 모습은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그의 삶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해준다. 역시 배우는 나이를 먹어야 하나 보다. 이정재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김구는 임시정부 내 한인애국단을 조직하여 윤봉길과 이봉창 의사의 의거를 주도하고, 일제 주요 인사들의 암살을 지휘하였을 뿐 아니라, 독립운동 진영의 각종 암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았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해 요인 암살과 폭탄 투척을 주도하면서 폭력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둘은 각각 한국 독립당과 조선민족혁명당을 이끌면서 임정 내에서 반목했다. 하지만, 둘은 조선독립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그로 인한 고난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노선과 이념은 달랐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둘은 의외로 배짱 맞는 동지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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