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의 손 닿지 않는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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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의 손 닿지 않는 곳까지…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07.31 18: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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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스마일스리랑카 힐링캠프 2015 진료단’ 참관기

 

‘스마일스리랑카 힐링캠프 2015 진료단’이 12일 새벽 콜롬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향한 곳은 예년에도 방문했던 사마디 고아원이다.

한‧스문화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사마디 고아원은 조계종복지타운이 2004년 서남아시아에 발생한 쓰나미 때 가족과 거주지를 잃은 현지 고아들을 거둬들이면서 지어진 곳인데, 지난해 방문했던 진료단의 마음에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곳이기도 하다.

▲ 스마일 스리랑카 힐링캠프 2015 진료단
이곳에서 지내는 아이들만 50명이 넘는데, 아이들에게는 20명에 1명꼴로 ‘엄마’가 있다. 스리랑카에서도 우리말로 ‘엄마’를 ‘엄마’라고 발음한다. 이곳에서는 엄마 혼자서 20명의 아이들을 다 돌보진 못한다. 평일에는 고아원 안에 있는 유치원이나 인근 학교엘 가는데, 진료단이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라 곳곳에 자기들끼리 모여 노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방인의 방문이 낯설기만 한 듯 진료단이 지나가는 곳이면 시선을 떼지 못하고 손을 흔들었다.

진료단은 이곳 아이들에게 구강검진과 불소도포를 하고, 아이들을 그룹별로 모아 ‘양치송’을 들려주고 율동을 같이 하며 어울렸다. 어느나라 아이들이나 처음에는 쑥쓰러하지만 율동을 곧 잘 따라했다. 그런데 한가지 다른 느낌은 이곳 아이들에게서는 크게 ‘No!'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율동을 서너번을 반복해도 “한번 더 할까?”를 물으면 또 하겠다는 아이들이어서 나중엔 정말 좋은 것인지 오히려 우리를 맞춰주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었다.

▲ 치아송 율동을 열심히 따라하는 아이들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 아이들은 10여년전 재난으로 부모를 잃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인데, 최근에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버려진 아이들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워 버려진 아이들, 그리고 부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몇몇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진료단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물었을 때, 재단은 어린이 영양제와 구충제, 이잡는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이곳 아이들은 대부분이 마른 편이어서 진료단은 녹차밭 어린이에게도 나눠주려 넉넉하게 준비해 온 영양제를 모두 고아원에 내려놨다. 아이들에게는 한국에서 준비해 온 치아용품 모양의 학용품과 스티커, 판박이를 붙여주고 경기도치과위생사회가 직접 제작한 구강암 예방 수칙을 담은 거울을 나눠줬는데, 흔히 하나 더 달라고 떼스는 아이들이 없는 게 낯설었다.

아이들은 양치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대부분이 심각한 충치보유자였다. 고아원 엄마들을 상대로 칫솔질 교육과 이잡는약 사용법을 알려주려 했는데, 2명의 엄마가 휴가 중이고 1명의 엄마는 아픈 아이를 돌보고 있어 다른 관리자에게 전달사항을 전해주고 숙소로 돌아왔다.

▲ 경기도치과위생사회가 직접 제작 및 마련한 홍보용품들
이튿날에는 ‘크래프트 팩토리(Craft Factory)’라는 차밭을 방문했다. 스리랑카에서 차밭은 여성노동자의 90%가 종사하고 있을 만큼 이곳의 주된 산업이다. 이곳에서는 동네 조기축구팀과 같이 유니폼을 맞춰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 아래카나를 베텔잎에 싸서 먹는 건데, 재떨이 냄새가 났다
현지 진료진에 의하면, 차밭 노동자들이 고된 노동과 밤새 짐승을 내쫓으며 차밭을 지킬 때 두려움을 잊기 위해 주로 아래카나 열매를 씹는다고 했다. 우리를 일정 내내 태우고 다닌 버스 운전기사도 운전 중 졸음을 쫓기 위해 아래카나를 씹는다고 했다. 진료단은 그 열매가 구강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니 씹지 말 것을 일일이 알렸다.

스리랑카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서 치과를 포함한 모든 진료비가 무료이다. 누구나 아프면 병원에 가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은 병원까지 가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해에 2번꼴로 치과이동진료차인 모바일유닛이 다녀가지만 그때도 겨우 50명 남짓을 살펴보고 제대로 된 치료조차 하지 못한 채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한다.

도시의 사람들은 이제 아래카나를 많이 씹지 않는다. 그나마 병원조차 갈 수 없는 사각지대의 사람들이 고통을 잊기 위해 아래카나를 씹고 질병의 고통을 얻어 시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떤 사회체제에서도 나름의 불평등이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씁쓸하다.

셋째날에는 임불피티아(Imboolpittia) 지역의 한 헬스센터를 찾았다. 이곳 헬스센터는 우리나라로치면 보건지소 정도의 개념인데, 나름 갖춰진 여건 내에서 최대한의 진료체계를 갖춘 곳이었다.

그래도 현지인들의 구강상태는 앞서 방문한 고아원이나 차밭과 비교해서 결코 더 낫진 않았다. 어린이 10명 중에 7명은 제1대구치가 없을 정도에다, 더는 손 쓸 수 없어 발치가 필요한 환자가 너무 많아 이동진료차량인 모바일 유닛 앞에 진을 칠 정도였다.

▲ 한번 "아~" 하고 입을 벌리고 나면 진료실을 나갈 때까지 "아~" 하며 나가는 아이들
▲ 발치 및 치주치료 환자 줄이 끊이지 않았던 모바일유닛 앞
이곳 역시 6개월에 한번정도 모바일 유닛이 다녀가지만 3천5백명이 넘는 지역 주민들을 수용하기엔 터무니 없는 접근성이다.

이날 이곳 헬스센터에는 집에 있는 아이들을 데려오는 엄마들을 시작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단체로 차량을 타고 오는 노동자들과 학교를 마치고 인솔된 학생들, 인근 노인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힐링캠프 진료단의 방문이 예고되고 헬스센터가 나서 시간별로 방문 대상을 분류한 덕에 300명이 넘는 지역 주민이 진료를 받고 다녀갔다. 이곳 아이들의 특징은 ‘치아송’ 댄스신동이 유난히 많았다는 것이다.

▲ 경기도치과위생사회가 햇수로 2년째 참가하고 있다
공식일정의 마지막날인 15일 진료단은 현지 유일한 치과대학이 있는 페라다니아(Peradeniya) 대학교로부터 초청을 받아 방문했다.

진료단은 올해도 이번 봉사진료에서 사용된 초음파 스케일러 등 진료기자재 전부를 대학에 기증했다. 페라다니아 대학도 이에 화답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기념품을 건내며 넘치는 환대를 보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진료단원 몇몇은 대학으로부터 받은 기념품을 풀었는데, 상자 안에는 스리랑카 국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그려진 접시가 들어있었다. 호의를 호의로만 받아야 하는데, 꼬인 상황에 일순간 진료단도 할 말을 잃었다. 페라다니아 대학이 일본의 도움으로 지어지면서 아직도 이렇게 곳곳에 일본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인데, 단순히 도움만을 전하고 돌아설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정서를 전달해줘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진료단은 이번 두 번째 방문을 통해 스리랑카에서 힐링캠프가 확대해 나가야 할 역할과 성과를 고민하게 됐다. 향후 힐링캠프는 단순히 해마다 손이 미치는 지역 주민들을 돌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불모지와 같은 스리랑카에 구강보건과 예방의 개념을 전파하기 위해 또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 스마일 스리랑카 힐링캠프 2015 진료단

▲ 경기도치과위생사회 이선미 회장이 검진을 받은 아이들을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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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호 2015-08-03 13:46:25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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