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정부의 무관심과 치계의 능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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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정부의 무관심과 치계의 능력 부족
  • 김용진
  • 승인 2005.07.2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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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두고 다툴 일은 아닐 듯

지난 15일 치협 주최의 '공공 및 민간 구강의료 혁신을 위한 정책토론회'dp 참관하면서 여러가지 생각도 들고, 고민도 들었다.

이번 토론회는 보건복지부 직제개편과정에서 구강정책과의 폐지가 기정 사실화되던 상황에서, 또 정부의 공공의료강화계획이나 노인요양보장제도 계획에서 구강건강이나 치과의료가 전혀 언급되지 않던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치과계가 '공공 및 민간 구강의료'의 제 정책적 과제에 대해 함께 모여 토론하고, 정부에 구강건강과 치과의료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계획됐던 것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 중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다가왔던 부분은,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의 축사(문경태 정책홍보관리실장이 대독)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의 기조발표 내용이었다.

문경태 실장은 현 보건복지부 내에서 실세중의 실세로 손꼽히는 인사로 구강정책담당부서의 존속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치계에선 평가하고 있다.

문실장은 "이런 행사가 자신의 공무원 생활 20년동안 처음 있는 일"로 "매우 뜻깊다"고 감회를 이야기 했다. 또한 "이날 행사가 다소 늦은 감이 있고 뒷북치는 듯한 느낌도 있으나, 향후 공공보건의료확충방안에 있어서 구강보건정책 보완의 필요성을 느끼고 보완하겠다"고 했으며, 구강보건의료인의 참여를 강조했다.

문옥륜 교수는 자신이 지난 6월 WHO Kobe Center에서 개회된 '고령화 사회에서의 구강보건요구 충족'이라는 세미나에 참석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오랜 보건의료 학문생활과 치계 지인이 많음에도) 자신이 그 경험을 통해 구강보건의 문제와 중요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문 교수는 "하루 아침에 문제점이 개선되기는 힘들다"면서 장기적인 포석으로 가야하며, 기초적인 대책으로 (1)구강보건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전략 수립 (2) 구강질환빈도의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 필요 (3)보건소 구강보건실의 기능 강화를 제안했다.

문교수는 마지막으로 최근 정부의 구강보건에 대한 무지와 투자 부족은 치계의 무관심과 방치, 또는 예산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와 연구결과의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치계의 연구와 관심'을 촉구했다.

이러한 두 '문'씨의 지적에 대해 발끈한 것은 건치의 김철신 정책국장이었다.

그는 작은 단체인 건치가 그동안 꾸준히 구강보건의 중요성과 자료를 제공해왔고, 치협이나 구강보건협회 등 치계도 그래왔으나, 그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고서 지금에서야 '늦은 감' 이니,' 뒷북'이니, '연구부족'을 이야기하는 것은 책임회피성 발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두 '문'씨의 주장-사실상 정부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설령 자료를 제공하고 연구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향력 있는 정부부처에 제공되고 중요한 자료로 검토되지 못하고, 창고나 낡은 서재에 처박혀 있다면 '없는' 연구요, '부족한' 자료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정부의 정책은 A라는 곳에서 a라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논의되고 진행되고 있는데, 치과계는 전혀 엉뚱한 b라는 연구내용을 B라는 곳에 제출해 보아야 이 또한 없는 연구내용이나 마찬가지이다.

결론은 치계가 정부 정책의 흐름을 함께 하고, 논의의 자리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연구역량이 높다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치계가 1인 회장의 높은 '정치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다녔던 구시대적인 방법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계의 다양한 정책역량을 키움과 동시에 정부와 국회, 각종 정부산하 연구기관에서 함께 논의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치계의 맏이 뻘인 치과의사단체가 이럴진대, 치과위생사단체나 치기공사단체 등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도 전혀 회피할 수만은 없다.

"공무원 생활 중 처음 열리는 토론회"(문경태 실장), "정부가 열었어야 할 토론회"(안정인 구강정책과장)라고 스스로 밝혔듯, 정부에선 구강보건과 관련된 종합적인 정책이 논의된 바도 없고, 따라서 종합적인 정책도 없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챙피해 해야 할 일이다.

정부 당국자와 문 교수가 스스로 자인했듯, 구강보건의료에 대한 '무식'함은 자랑할 것이 아니다. 부족하나마 구강보건에 대한 정책제안과 자료는 꾸준히 생산되고 정부에 제공되어 왔다. 문제는 있는 자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Out of Sight, Out of Mind(보지못해서 정책마인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Out of Mind, Out of Sight(관심이 없으니, 있는 자료도 못보지!)'라고 여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정부의 무관심'과 '치계의 능력 부족'이 낳은 결과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때문에 답은 간단하다. "정부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치과계의 능력치를 높이는 것!" 바로 이것이다.

김용진(경기도 성남시 남서울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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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사 2005-07-21 10:23:11
속이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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